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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최윤석 기자]
레드캡투어(038390)가 파격적인 주주친화 정책을 선언했다. 자사주 소각은 물론이고 무상증자, 비과세 배당도 추진한다. 하지만 단순히 정부의 밸류업 요구에 발맞춘다고 보기는 어렵다. 회사 지분의 70% 이상을 오너인 구본호 회장 모자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주주친화 정책으로 얻는 대부분의 이득이 오너 일가 주머니로 들어가는 구조다. 한때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다 주가조작 협의로 일선에서 물러난 구 회장이 최근 들어 투자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진=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
8일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 여행사 레트캡투어는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소각과 무상증자, 비과세 배당을 결정했다. 레드캡투어는 해당 결정의 이유를 주주가치 제고라고 밝혔다.
우선 레드캡투어는 회사 보유 자사주 22만9069주를 소각한다. 총 발행주식수의 2.7%로 장부가 기준 약 41억원 규모다. 레드캡투어는 해당 주식소각 재원을 이익잉여금이라고 밝혔다. 소각 예정일은 오는 11월11일이다.
자사주 소각에 이어 무상증자는 100% 규모로 진행한다. 이는 기존 주주들의 지분 희석 없이 자본금은 43억원에서 85억원으로, 발행주식총수는 836만주에서 1672만주로 두배 늘어날 예정이다. 무상증자를 받을 주주를 확정하는 신주배정 기준일은 11월 25일이다
아울러 자본준비금 감소의 건을 다루는 임시주총도 오는 12월20일 개최한다.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해 주주들에게 비과세 배당하려는 목적이다. 이번 전환으로 증가하는 배당가능이익은 480억원으로 내년부터 비과세 배당 재원으로 사용 가능하다고 레드캡투어는 설명했다.
인유성 레드캡투어 대표는 "오늘 발표한 일련의 조치는 주주들에게 보다 실질적인 가치를 환원하기 위한 기업밸류업의 일환"이라며 "미래의 성장과 수익성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이번 결정이 회사와 주주 간의 신뢰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 믿는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다소 파격적인 이 같은 조치에 시장에선 최근 이어진 실적 회복이 이유로 뽑았다. 하지만 최근 레드캡투어 실적 개선세는 뚜렷하지 않다.
레드캡투어의 3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연결기준 매출액 831억원, 영업이익 10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은 1.1% 줄어들었고 영업이익만 2.4% 늘었다. 3분기 누적 실적은 연결기준 매출액 2676억원, 영업이익 352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각각 7.4%, 21.0% 늘었다.
구본호 레드캡투어 회장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주주친환 정책에 따른 이득의 70% 이상을 구본호 회장 모자가 가져간다는 데 있다. 구 회장은 고 구인회
LG(003550)그룹 창업회장의 동생인 고 구정회 창업고문의 손자다.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6촌 동생이기도 하다. 현재 구본호 회장은 레드캡투어의 지분 38.3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구 회장의 모친 조원희 씨 지분 35.38%를 더하면 70%를 훌쩍 넘긴다. 배당가능이익 480억원 전액을 배당할 경우 354억원 이상이 오너 일가로 들어가는 셈이다.
구 회장은 범LG가의 일원으로서
더존비즈온(012510), 미디어솔루션,
동일철강(023790) 등에 투자해 성공을 맛봤다. 하지만 허위 공시로 주가를 조작해 165억원을 챙긴 혐의로 2008년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형을 선고받고 투자시장에서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구 회장이 투자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구 회장은 최근 액티패스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에 출자했다. 구 회장은 2006년과 2007년 총 80억원 규모의 BW와 CB를 인수, 2주만에 200억원의 평가차익을 낸 바 있다.
최근에는 투자에 필요한 현금 확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구 회장은 LX판토스 지분 5%(10만주)를
LX인터내셔널(001120)에 490억원에 매각했다. 주당 매각가는 49만원으로 산출됐다. 구 회장은 이번 매각으로 LX판토스 지분이 14.9%에서 9.9%로 줄었다. LX인터내셔널의 지분은 51%에서 56%로 늘었다.
레드캡투어 측은 모든 주주가 지분에 비례해 성과를 보상받는 자본시장의 기본적인 원칙에 충실해왔다는 입장이다. 자사주 소각은 밸류업의 핵심이고, 무상증자는 거래량 부족으로 인해 시장에서 요구가 빗발쳐 왔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480억원의 전환 규모는 일시에 그 금액을 모두 배당한다는 것이 아니라 향후 배당을 진행할 경우 그 재원으로 사용하기 위한 회계적인 조치일 뿐"이라며 "지난해말 기준 당사의 소액주주는 총 9390명으로 기업가치에 걸맞는 평가를 받아 일반 투자자와 보상을 공유하고, 침체되어 있는 자본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