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을 상징하는 대외 정책인 '미국 우선주의'가 일으킬 파급력이 미칠 대상에는 한국도 예외가 아닌데요. 트럼프의 귀환으로 국내 경제·안보의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우선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보편 관세 등 미국 우선주의 경제정책의 현실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 경제에도 적잖은 충격파가 예상되는데요. 시장에서는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 선까지 위협받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옵니다. 안보 역시 한국이 당장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꼽히는데요. 대선 기간 한국을 '머니 머신(현금인출기)'이라 지칭하며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예고하면서 한반도 안보도 변화와 위기를 겪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거세지는 통상 압력…'관세 장벽' 현실화
내년 1월20일 출범 예정인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정책 핵심은 '관세 장벽'입니다. 자유무역협정(FTA)을 앞세운 자유무역, 글로벌 공급망을 활용한 가격 인하 효과를 누렸던 세계 경제의 성장 공식을 역행하는 셈인데요. 트럼프 당선인은 스스로를 '관세맨'이라 칭할 만큼 관세 정책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모든 수입품에 최소 10~20%의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최소 6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합니다.
당장 트럼프 정부는 한국에 무역수지 개선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해마다 늘어나 지난해 역대 최대인 444억달러를 기록했는데요. 여기에 미국은 미국산 쇠고기 등 농축산물 추가 개방을 요구하거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의 FTA 재협상 최우선 대상국은 캐나다와 멕시코여서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이 뒤따릅니다.
미 의회가 예고한 상호무역법 제정 역시 한국에 무역수지 개선을 요구할 때 또 다른 압박 카드가 될 수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과 교역하는 국가의 관세가 더 높으면 미국도 상대국과 같은 관세를 매길 수 있는 상호무역법을 제정할 방침을 밝혔는데요. 상호무역법이 미 의회를 통과하면 미국은 한국에 '보복 관세'를 매길 법적 근거가 생깁니다. 이밖에 후보 시절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과학법(칩스법) 폐기 등을 공언해온 만큼 반도체·자동차 등 한국을 대표하는 주요 수출 품목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트럼프 2기의 강도 높은 보호무역이 현실화하면 세계 국내총생산(GDP)은 2025년 0.8%, 2026년 1.3% 각각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른바 '관세 전쟁' 시나리오별로 세계 교역량이 0.36∼3.60% 감소하면서 한국의 수출이 적게는 142억6000만달러, 많게는 347억4000만달러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경제성장률도 최소 0.5%포인트에서 최대 1.1%포인트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컨벤션 센터에서 대선 승리 연설 무대에 올라 지지자들을 가리키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안보도 으름장…'방위비 분담금'부터 흔든다
아울러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한국이 당장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분야는 '안보'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집권 당시에도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이 너무 적다며 기존보다 5배를 인상한 '5조원 청구서'를 제시한 바 있는데요. 한미는 지난달 4일 오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되는 제12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에 합의하면서 2026년 한국이 부담할 방위비분담금을 전년 대비 8.3% 인상한 1조5192억원으로 정했습니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협상 타결 이후 줄곧 한국을 '머니 머신'이라고 노골적으로 지칭하며 자신이 대통령이라면 한국에 연간 100억달러(약 13조6000억원) 수준의 방위비분담금을 요구했을 것이라고 발언했는데요. 100억달러는 양국이 제12차 SMA를 통해 타결한 2026년 분담금의 약 10배에 달하는 액수입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2기 출범 시 방위비분담금 재협상 요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는데요. 실제 방위비분담금 증액 요구가 이뤄진다면 한국은 큰 재정적 압박에 직면, 한국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대북 관계 역시 한반도 정세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집권 1기 당시에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세 차례 만나 정상회담을 진행했는데, 2기 출범 후 김 위원장과 '직거래'가 성사될지 전 세계가 주목하는 부분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개최한다면 북한과 대화를 단절한 윤석열정부는 또다시 패싱될 수 밖에 없습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제7차 대외경제자문회의를 열고 "미국 신정부 정책들의 영향을 일률적으로 예단하기는 어려우나 산업·통상, 외교·안보, 공급망, 금융시장 등 우리 대외경제 여건뿐만 아니라 전 분야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면밀한 분석에 기초한 분야별 대응 방향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강구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사례를 살펴보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보편관세 부과 등 급진적인 보호무역정책을 추진하면서 그 과정에서 협상의 여지를 남기면서 조정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납득할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하고 다른 국가에 비해 돋보이는 수준의 대미투자 실적을 레버리지로 삼아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최성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열린 '제7차 대외경제자문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기재부)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