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세연기자]
현대차(005380) 주력 모델의 국내 가격인상율이 미국 수출 가격보다 최대 5배이상 높은 수준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9일 <뉴스토마토>가 입수한 산업연구원의 '국내 및 미국시장 자동차 판매가격 비교'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03년부터 2009년까지 베르나(수출명 엑센트)와 아반떼(수출명 엘란트라), 쏘나타, 그랜저(수출명 아제라), 싼타페 등 5개 주력모델의 국내 시장 판매가격 인상률이 미국시장 가격인상률 보다 최대 5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 현대차 주력차종 한·미 가격인상률 차이
<자료 = '국내및 미국시장 자동차 판매가격 비교' 보고서>
◇ 그랜저 가격인상률 美 4%, 한국 21.3%
지난 2003부터 2009년 사이 현대차의 플래그쉽(주력모델)인 그랜저의 미국 시장 가격 인상률은 4.0%였다.
2003년 2만3414달러였던 판매가격(MSRP)은 지난해 2만4361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시장에서 그랜저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 도요타 아발론의 경우 지난 2003년 2만5312달러였던 최저트림의 가격이 2009년 2만7166달러로 6.8%가량 높아진 것과 비교하면 3%포인트 가량 낮은 수준이다.
반면, 지난 2003년 2008만원이었던 그랜저의 국내 판매가격은 6년뒤인 2009년 2435만2000원으로 21.3% 인상돼 미국과의 인상률 차이는 5배를 넘었다.
5개 비교 차종 기운데 미국시장에서 가장 높은 가격인상률을 보였던 모델인 싼타페로 비교해도 기간중 미국내 판매가격이 4574달러가 오른 26.7%의 인상률을 기록했지만 국내시장에서는 558만8000원이 인상되면서 35.5%의 인상률을 보였다.
대표적 중형 모델인 쏘나타의 경우 지난 2005년형은 당시 1516만원이었으며 2010년형 YF 쏘나타에 와서는 5년새 두 배가량 높아졌다.
하지만 미국시장에서는 2005년 판매가격이 1만6048달러였던데 비해 2011년형 최저 트림(2.4)의 경우 1만9000달러 수준으로 가격이 26% 정도 높아지는 데 그쳤다.
◇ 현대차 "대부분 글로벌 기업들이 가격 낮춰 도전"
현대차는 이에 대해 우선 국가별 세금 차이가 가격차의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한국보다 미국이 자동차에 붙는 세금이 적기 때문에 가격이 달라질수 밖에 없고 또 미국 소비자들은 고출력을 선호하는데 비해 국내 소비자들은 다양한 선택사양을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삼는 것도 가격차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시장이 갖는 특성도 원인으로 꼽힌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시장은 완전 오픈마켓으로 글로벌 메이커들이 각축을 벌이는 곳"이라며 "현대차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기업들이 좀더 낮은 가격으로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품질만큼 가격받는 원프라이스(One-price)로 가야"
미국시장에서 자동차 판매가격은 중요한 경기지표로 활용될 만큼 민감한 부분이다.
또 세계 유력메이커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대표적 시장으로 이 시장에서의 성공 여부가 곧 명차 반열에 드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미국시장에 현대차의 가격 투트랙 정책은 일부 이해되는 측면도 있으나, 미국에서의 이익 부족분을 국내 가격인상으로 벌충해왔다는 비난이 설득력이 갖는 측면도 있다.
따라서 궁극적인 해결책은 각국의 상황에 따라 조금씩의 차이는 있겠지만 큰 틀의 원프라이스정책으로 가야하고, 이것이 글로벌 명차기업의 조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의 글로벌 점유율이 꾸준한 상승세에 있고 최근 경쟁업체들이 흔들리는 사이 독보적 성장세를 이어온 만큼 현대차의 미국내 위상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제 미국 소비자들도 유럽차나 일본차처럼 적지 않은 돈을 내야 현대차를 살 수 있다는 인식을 공세적으로 심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뉴스토마토 김세연 기자 ehous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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