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위 좁힌 김건희 특검법…민주당 노림수

"특검 관철·국민의힘 분열 공략 목적"

입력 : 2024-11-12 오후 5:22:39
[뉴스토마토 김진양·차철우 기자] 민주당이 오는 14일 본회의에 상정할 '김건희 여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의 범위를 대폭 줄이기로 했습니다. 국민의힘이 거부하기 어려운 수정안으로 이번만큼은 특검법을 통과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인데요. 그럼에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포함한 여권에서 특검법을 수용할 가능성은 여전히 낮습니다. 이달 말로 전망되는 재표결에서 국민의힘 내의 이탈표가 얼마만큼 나올지에 시선이 모아지는 배경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 등이 9일 오후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2차 국민행동의 날' 장외집회에서 손팻말을 들어 보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건희 특검 표결 앞두고…'제3자 추천'으로 변경
 
1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수사대상을 대폭 축소한 '김건희 특검법'의 수정안을 마련해 오는 14일 본회의 표결에 부칠 예정입니다. 
 
지난달 17일 재발의된 김건희 특검법에는 △명품가방 수수 △대통령 집무실·관저이전 의혹 △채상병 사망 사건 관련 임성근 구명 로비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개입 등 총 14가지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명시했는데요. 이 중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태균 게이트' 관련 의혹만을 남겨두겠다는 겁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수사 대상을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과 명태균 관련 의혹으로 줄였다"며 "명태균 관련 의혹은 여론조작, 선거개입, 이권인사개입 등 세 분야로 특정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독소 조항이라고 반발하는 특검 추천 방식도 기존의 야당 추천에서 '제3자 추천'으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노 대변인에 따르면, 김건희 특검법의 제3자 추천 방식도 기본적으로는 채상병 특검법 수정안의 골격을 따르고 있는데요.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 4명을 추천하면 민주당과 비교섭단체 등 야당이 2명으로 압축하고 대통령이 1명을 최종 임명하는 방식이란 설명입니다. 
 
동시에 민주당은 '비토권' 조항을 넣기로 했습니다. 대법원장이 추천한 후보가 부적합하다고 판단할 경우 국회의장을 통해 후보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는 '재추천요구권'을 행사하겠다는 겁니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국민의힘과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습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의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민심을 따르기 위해 그간 여당 의원들이 밝혀 온 요구들을 대폭 수용한 김건희 특검 수정안을 준비해 14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그 전에 합리적 안을 제시하면 진지하게 협의할 용의가 있다는 점도 거듭 밝힌다"고 촉구했습니다. 
 
노 원내대변인도 "여야가 굉장히 대립적으로 보이겠지만 수시로 접촉하고 수시로 연락하고 수시로 만나고 있다"며 "(본회의 전에) 당연히 접촉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기대했습니다. 
 
국힘 "이탈표 겨냥한 악법 수정안" 반발
 
그럼에도 국민의힘이 김건희 특검법에 동조할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이날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본회의를 고작 이틀 앞둔 시점에 자기들이 상임위에서 날치기 강행처리한 법률안을 다시 뜯어고쳐 통과시킨다는 발상 자체가 놀랍다.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최악의 졸속입법이자, 입법농단이다"라고 강하게 규탄한 점이 이를 뒷받침하는데요. 
 
추 원내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정안에 대해 "여당의 이탈표를 겨냥한 악법 수정안"이라고 규정하고 "특검을 상대 정당의 분열을 조장하는 공격 카드로 악용하는 것은 매우 저급한 정치 행태"라고도 비판했습니다. 
 
김건희 특검법 수정안을 바라보는 정치권 안팎의 시선도 비슷합니다. 표면적으로는 '반드시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실상은 국민의힘 내부의 분열을 꾀하겠다는 심산이란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특검법에 또 한 번 거부권(재의요구권)을 사용하겠다는 뜻을 시사한만큼, 재표결에서 최대한 이탈표를 끌어오겠단 전략을 세운거라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달 4일 김건희 특검법의 두번째 재표결에서 최대 4명의 이탈자가 나왔습니다. 여기에 4명만 추가로 마음을 돌린다면 재의결 통과 마지노선인 8명을 채우게 되는 것이죠.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독소조항을 빼면서 국민의힘을 압박하는 동시에 국민의힘 내부에 '무조건 안 된다'는 기류를 해소하면서 이탈표에 대한 기대치도 반영된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 역시 "문제의 본질이 김건희 여사라는 부분을 국민들에게 더 각인시키면서 여권의 분열을 노리는 것이 (민주당의) 목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오는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를 앞둔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희석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있는데요. 유죄가 선고될 경우 여권이 대대적 공세에 나설 것에 대응해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부각하면서 여론전을 펼칠 것이란 관측입니다. 
 
차 교수는 "한동훈 대표 입장에서는 민주당의 제안을 받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결론적으로 민주당은 한동훈과 윤석열이 똑같다는 사실을 보여주려는 정치적 의도를 깔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진양·차철우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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