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3부(재판장 박찬석)는 12일 엔씨소프트가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를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 중지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열었습니다.
이날 엔씨소프트 측은 카카오게임즈와 엘스엘게임즈가 자사 모바일 MMORPG '리니지2M'의 세부까지 그대로 베껴 '아키에이지 워'를 출시해 이득을 봤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이범종 기자)
"리니지2M 신규 서버" VS. "부정경쟁 아냐"
엔씨 측은 "리니지2M을 플레이한 이용자는 아무 어려움 없이 아키에이지 워를 그대로 할 수 있다"며 "피고는 리니지 신규 서버인 아키에이지 워를 출시한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습니다.
엔씨소프트는 아키에이지 워의 캐릭터 직업 전환과 장비 강화 기능, 화면을 구성하는 UI(사용자 환경), 캐릭터 능력을 보조하는 수단인 아가시온 시스템까지 리니지2M의 요소와 일치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카카오게임즈 등은 모바일 MMORPG의 특성을 공유할 뿐이며, 리니지2M이 계승한 '리니지' 역시 그 원형이 되는 게임 '넷핵'을 차용했다고 반박했습니다. 넥슨의 'V4',
넷마블(251270)의 '세븐나이츠', 엑스엘게임즈의 전작인 '달빛조각사' 등도 비슷한 요소를 공유한다는 자료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피고 측은 엔씨가 주장하는 부정경쟁행위와 관련해 "신작의 부재와 실패, 리니지에 대한 피로감으로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진 원고가 경쟁자를 제거하려는 의도로 소송을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설령 엔씨 측 주장대로 리니지2M을 고유한 창작의 성과로 본다 해도, 그 권리에 제한을 둬야 한다는 주장도 폈습니다. 피고 측 변호사는 "등록을 전제로 하는 지식재산권도 기한이 있다"며 "모바일 MMORPG 라이프 사이클을 10주로 보면, 아키에이지 워는 리니지2M 출시 이후 3년 4개월이나 지나 출시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원고는 부정경쟁 행위를 주장할 수 없다"며 "설령 인정된다 해도 퍼블릭 도메인, 공공영역에 속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엔씨 측은 "피고 측이 주장하는 어떤 게임을 봐도 리니지2M 같은 게임은 안 나오고, 이 정도로 유사한 게임은 없다"고 맞섰습니다.
이어 "피고 측이 소송 목적을 프레임 잡아 말했는데, 더 중요한 건 다들 평가하듯이 신 서버 효과"라고 말했습니다. 신 서버 효과는 경쟁사가 리니지2M과 똑같은 게임을 만들어, 원작 게이머를 흡수하는 효과를 뜻합니다.
엔씨 측은 "리니지M과 리니지2M은 출시 후에도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게임"이라며 "'이 게임과 어떻게 하면 똑같이 보이게 해서 이용자를 흡수할까'가 피고 측 행위의 근본적인 목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12월19일 마지막 변론기일을 열고 양측 주장을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이범종 기자)
카카오게임즈 '롬'도 소송중
앞서 엔씨는 지난해 3월 카카오게임즈가 출시한 '아키에이지 워'가 자사 '리니지2M' 콘텐츠와 시스템을 다수 모방했다며 같은해 4월 소를 제기했습니다.
당시 카카오게임즈는 엔씨 측이 동종 장르에 일반적으로 사용돼 온 게임 내 요소·배치 방법을 문제삼았다고 반박했습니다.
엔씨는 올해 2월에도 MMORPG '롬(ROM)'이 자사 '리니지W' 콘텐츠와 시스템을 모방했다며 카카오게임즈와 레드랩게임즈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 중지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은 민사합의62부(재판장 이현석)에 배당됐고, 첫 기일은 이날까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