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으로 치닫는 명태균 씨 게이트를 통해 한국 사회는 이제껏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기이한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 국민적 의혹과 질타의 대상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김건희 여사의 힘과 영향력은 오히려 커지는 현상이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한국 사회에는 가부장적 권위주의 잔재 때문인지 김건희 여사가 안방마님처럼 국정에 참견하거나 개입하더라도 어느 수준에서 그칠 것이라는 막연한 고정관념이 있었다. 확실히 우리는 김건희 여사를 과소평가했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에서도 김 여사에 대한 비판이 터져 나오는 마당에 김 여사 문제는 정리될 것으로 보여 졌다. 실상은 그 반대였다. 지난 11월 7일의 대통령 기자회견 이후에 김 여사의 힘은 대통령을 압도할 뿐만 아니라 여당까지도 굴복하게 하는 힘의 원천이라는 점이 더 확고해졌다. 여사에 대한 의혹이 많아지고 야당의 특검에 대한 압력이 고조되면 고조될수록 여사는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더 국가 권력을 장악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부터 김 여사는 법조 카르텔을 한 손에 움켜쥐고 거추장스러운 자들을 하나씩 제거해 왔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양평 중흥지구 개발, 모친 요양병원 부정 급여 등 갖은 의혹이 터져나올 때마다 김 여사는 남의 눈에 피눈물을 흘리게 만들면서 이익을 독식하고 모친과 자신을 보호했다.
갖은 추문과 의혹을 무마하고 수사를 왜곡할 일이 많아질수록 김 여사는 더 많은 권력을 포섭했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기 이전인 2022년 10월에 김 여사는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정대택 회장의 국회 출석도 무산시켰다. 이미 여야가 합의한 증인의 국회 출석을 어떻게 막을 수 있었을까. 당시 국회 행안위의 간사인 박완수 의원을 통한 합의 번복으로 출석 직전의 증인을 차단했다. 그 박완수 의원이 훗날 아크로비스타로 김 여사를 찾아가고 나서 윤한홍 의원을 제끼고 2022년 지방선거에서 경상남도 지사가 된다. 이것이 바로 김 여사의 실력이다. 지금은 여당을 김 여사의 시녀로 만들면서 국가권력을 온통 자신을 비호하는 데 써먹고 있다.
올해 8월에는 자신의 오빠가 관여된 양평군 중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에 연루된 양평군 공무원 3명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모친 최은순 씨가 사기죄가 아닌 사문서 위조로만 기소되도록 하여 가벼운 징역 1년의 판결을 받도록 했다. 남편에게 어떤 압력을 행사했는지 모친은 1년 형기도 채우지 않고 풀려나왔다. 이 정도라면 한국의 법조 카르텔, 정치 카르텔을 주무를 수 있는 김 여사의 존재감이다. 게다가 올해 명태균 녹취 파문이 일면서 창원 지검이 김 여사에 대한 수사를 차단하도록 공천개입과 여론조사 수사를 막은 데서도 김 여사의 그림자가 보인다.
명씨의 법률대리인으로 선임된 김소연 변호사는 또 다른 시한폭탄이다. 김 변호사가 방송에서 이준석 의원과 관련된 통화나 문자를 거침없이 폭로하면서 사태는 엉뚱한 방향으로 번지고 있다. 아직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서원대 신용환 교수의 외장하드 역시 또 하나의 뇌관이다. 모두가 김 여사와 관련된 또 다른 추문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김 여사는 이에 대해 어떤 실력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지금의 정부와 여당, 대통령은 한결같이 김 여사를 섬기며 받들고 있다. 여사에 대해 누구도 윤 대통령에게 직언하지 못한다. 한동훈 대표는 김 여사 문제를 거론하다가 이제는 말을 얼버무리며 회색지대로 들어간다. 오직 여사를 위한 이런 정권을 우리는 과거 중국 고사에서나 들었을 뿐이다.
이런 엽기와 변태의 시대가 현대에 재현될 것이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구속 영장 심사를 앞둔 명태균 씨는 아직도 김 여사가 자신을 구해줄 것이라고 믿는 것 같다. 그는 숭배의 대상이 된 대통령의 신성 가족이 이 나라의 실질적 지배자라는 직관으로 버티는 것 같다. 참으로 헛되고 헛된 망상과 집착이다. 여사의 겨울 왕국이 봄 볕에 사라질 날이 멀지 않았다. 왜 그걸 모를까.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