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 통과…또 '거부권' 수순

야당 단독 처리·국힘 표결 불참…윤 대통령 25번째 거부권 '임박'

입력 : 2024-11-14 오후 6:02:44
APEC 정상회의(페루)와 G20 정상회의(브라질) 참석차 출국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하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김건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14일 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본회의 표결 이후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는데요. 윤 대통령이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야당의 특검법 추진에 대해 "정치선동"이라고 비판한 만큼 또다시 거부권 행사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입니다. 윤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돌자마자 정치권은 거부권 정국에 빠질 전망입니다. 
 
'도이치·명태균' 수정안에도 국힘 '보이콧'
 
김건희 특검법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191명에 찬성 191표로 통과됐습니다. 지난달 4일 국회 재표결에서 부결돼 최종 폐기된 지 한 달여 만인데요. 국민의힘은 본회의에 참석했다가 특검법 표결 직전 퇴장하는 방식으로 보이콧에 나섰습니다. 
 
앞서 민주당은 수사 대상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의혹' '명태균 관련 의혹'으로 축소하고, 특검 후보 추천권은 야당이 아닌 대법원장에게 부여하는 내용으로 특검법 수정안을 마련했습니다. 다만 대법원장 추천 후보 4명에 대해 야당이 비토권을 행사해 거부할 수 있고 4명의 후보를 둘로 추려 대통령에게 추천하는 과정에서 여당이 배제돼 있기 때문에 국민의힘은 "무늬만 제3자 특검법"이라고 반발했는데요.
 
국민의힘은 특검법에 대한 본회의에서 퇴장한 이후 의원총회를 열고 당론을 모아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습니다. 이와 함께 국민의힘은 당론으로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 절차를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여기에 국민의힘이 그동안 특별감찰관과 연계하겠다고 한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은 별개로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임기 반환점 돌자 다시 '거부권 정국'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건의를 받아들이면 취임 이후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만 3번째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인데요. 앞선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대해 "사법작용이 아닌 정치선동"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만큼 이번에도 거부권 행사에 나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이번 김건희 특검법까지 포함해 총 25건의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유력합니다.
 
지난 10일 윤 대통령의 전반기 임기가 끝나고 후반기로 들어서는 상황에서 국회는 다시 거부권 정국에 휩싸일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4일 내년도 예산안 관련 국회 시정연설 불참에 이어 이번에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하게 되면 윤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가 더욱 굳어질 전망인데요.
 
국회의 역할을 무력화하는 윤 대통령의 마이웨이식 국정운영 기조에 지지율도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20%대 지지율로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조사에서 10%대 지지율도 나오고 있는데요. 전날 공표된 <뉴시스·에이스리서치> 여론조사 결과(11월10~11일 조사·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 ±3.1포인트·ARS 방식)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6.0%로 집계됐는데요. 6주 전 조사에서 27.8%를 기록한 이후 1.8%포인트 하락했습니다.
 
14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민의힘 의원 단체퇴장 속 가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거부권 땐 '김건희 리스크' 재부상 
 
전반적으로 여당의 이탈표가 적을 것이란 예상이 많지만 변수는 민심입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더욱 추락한다면 여권 내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민심에 부응하려는 이탈표가 더 나올 수 있습니다. 여기에 이 대표의 재판 결과가 여당의 기대와 달리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벗게 되는 방향으로 나온다면 검찰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면서 흐름이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는데요. 특히 최근에 명태균 씨와 관련한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불거지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이른바 전주 손모씨가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 영향으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크게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찬성 여론이 60~70% 가까이 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이를 거부할 경우 민심은 더욱 돌아설 가능성이 있는데요. 전날 공개된 <쿠키뉴스·한국리서치> 여론조사 결과(11월9~11일 조사·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 ±3.1포인트·유선 전화면접 5.8%·무선 ARS 94.2%)에서 '김건희 특검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69.7%로, 70%에 달했습니다.
 
'심리적 탄핵 저지선'이라고 할 수 있는 20%대 지지율이 붕괴된 결과도 나오는 상황에서 추가 하락할 경우 남은 2년 반의 임기에 있어서 국정 불능 상태에 빠질 것이란 지적도 제기되는데요. 일단 김 여사가 이번 윤 대통령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순방에 동행하지 않은 것은 민심에 부합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됩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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