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알뜰폰 증가세 둔화가 6개월째 지속되고 있습니다. 1% 미만으로 떨어진 가입자 증가율 회복이 요원한 모습입니다. 2년째 도매대가 협상이 이뤄지지 못했고, 통신사들이 LTE보다 낮은 5G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경쟁력을 잃은 탓입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까지 진행될 경우 단말기 지원금 여력 부족으로 최대 위기에 봉착할 우려도 나옵니다.
1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9월 무선통신서비스 통계현황을 보면 알뜰폰 가입자는 947만7329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전월 대비 0.6% 증가한 수치입니다.
1% 미만 가입자 증가율은 6개월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연초만 해도 전월 대비 1~2%대 가입자 증가가 진행됐지만, 4월 증가율은 0.5%로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대비로도 가입자 증가세는 미미한 상황입니다.
알뜰폰 판매점 간판. (사진=뉴스토마토)
알뜰폰 업계는 현재의 불황이 장기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통신사들이 추진하는 5G·LTE 통합요금제, 단통법 폐지 등이 알뜰폰 경쟁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KT(030200)가 내년 1분기 내 5G와 LTE 구분을 없앤 요금제를 내겠다고 언급했는데, 알뜰폰 업계는 중저가 요금제 고객도 통신3사로 이동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올해 초부터 통신3사가 5G 중저가 요금제를 강화하면서 가입자 증가세가 주춤했는데, 통합요금제로 가입자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밖에 단통법 폐지로 단말기 지원금 경쟁이 활성화되면 마케팅 여력이 부족한 알뜰폰 사업자들의 피해도 가중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알뜰폰업계는 도매대가 인하 논의가 미뤄지면서 요금경쟁을 위한 여력을 상실한 것이 시장 둔화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주장합니다. 지난 2022년 9월 도매제공 의무제가 일몰되면서 지난해에는 도매대가 협약이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올해도 재산정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2022년 도매대가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LTE 도매대가율이 낮아지고 있지만, 46.9%에서 멈춰있다"며 "통신상품을 팔아 나온 수익 중 일정 비율을 이통사에 납부하는 수익배분제 인하율은 1~2%포인트 수준 변화만 있어와 알뜰폰이 데이터 중심 요금 경쟁력을 갖기는 쉽지 않다"고 토로했습니다.
정부가 도매대가 인하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고, 지난 13일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통신3사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알뜰폰이 통신3사 체제에서 실질적인 경쟁 주체로 성장하도록 협력해 달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올해 극적인 협상이 이뤄진다고 해도 내년 4월부터는 알뜰폰 사업자들이 직접 협상에 나서야 합니다. 정부 대비 협상력이 떨어지는 알뜰폰사들이 도매대가 인하에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우세적인데요. 이에 올해 결정되는 도매대가율이 인하 마지노선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그동안 동참해 왔던 통신사들도 도매대가를 더 낮추기 힘든 수준까지 왔다는 의견을 내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지원 확대 논의가 실제 업계에 반영되는 정도는 크지 않았다"며 "합리적인 도매제공 지원과 알뜰폰 사업자들의 협상력 보완을 위한 가이드라인 등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