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이종용 선임기자) "기업은행 하노이 지점의 법인 전환이 이뤄진다면 중소기업이 소재하는 공단 지역을 중심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지점을 늘려나갈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한국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베트남 기업 생태계에서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박경일 기업은행 하노이 지점장은 11일 하노이 경남 랜드마크타워 내 기업은행 하노이지점에서 <뉴스토마토> 취재팀과 만나 가장 먼저 이렇게 강조했습니다. 베트남 금융당국에 법인 전환 신청서를 낸 지 올해로 8년째. 매듭이 지어지지 않는 법인 전환 문제에 대해 말하기를 꺼려할 줄 알았는데요. 박 지점장은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제공이라는 역할을 보다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법인 전환이 시급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뉴스토마토> 취재팀은 지난 11일 기업은행 하노이 지점에서 박경일 지점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뉴스토마토)
법인 전환 통해 중기금융 확대
베트남 인가 정책상 외국계 지점은 2개까지만 개설할 수 있고, 법인은 개설 제한이 없습니다. 박 지점장은 "기업은행은 현재 하노이와 호찌민 2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의 핵심 진출 국가인 베트남에서 금융지원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현지법인을 설립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기업은행이 베트남에 첫 지점을 낸 것은 2008년입니다. 당시 베트남 남부 호찌민 인근 공단에서 영업 중인 중소기업의 금융편의를 돕고자 호찌민에 첫 지점을 설립했습니다. 이후 베트남 북부지역에 중소기업의 진출이 늘어나자 같은 해 수도 하노이에 사무소를 냈고, 2013년부터는 지점 형태로 영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노이지점은 개점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박 지점장은 "하노이 지점은 올 상반기 대출 자산 3억불을 넘어섰으며, 지난 2020년 2월 2억불 돌파 이후 4년 만에 50% 급성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베트남 하노이의 '경남 랜드마크72' 12층에 위치한 기업은행 하노이지점. (사진=뉴스토마토)
"대도시 찾는 시중은행과 달라"
기업은행 하노이 지점은 향후 법인설립을 대비해 현지화에 집중하면서 우량 베트남 중소기업 등에 대한 금융지원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태양광 등 투자금융(IB)부문에 최근 3년간 810만불을 지원했으며, 로컬 대출 규모는 총 6000만불(약 840억원)로 전체 대출의 2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박 지점장은 "중소기업 비중이 90%가 넘는 베트남 기업생태계에서는 기업은행과 같은 중기금융 전문은행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도시 위주로 지점을 확대하고 있는 시중은행과 달리 기업은행은 중소·중견기업이 있는 공단지역으로 지점을 넓힐 계획"이라고 역설했습니다.
기업은행은 지난 2017년 7월 베트남 금융당국에 법인 전환 신청서를 제출했고, 이후 한국·베트남 정상회담 및 고위급 회담에 기업은행 법인 인가가 지속적으로 의제에 포함되어 논의 중입니다. 박 지점장은 "외국계은행 인가는 총리 승인사항으로 현재 총리실의 최종승인 검토 단계이며, 총리승인 이후 베트남 중앙은행에서 실무 인가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지난 7월 방한한 팜민찐 베트남 총리와 응우옌찌중 베트남 기획투자부 장관, 응우옌홍지엔 베트남 산업무역부 장관 등을 만났는데요. 김 행장은 현지법인 전환을 베트남 당국의 인허가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박경일 기업은행 하노이 지점장은 "베트남 법인 전환을 통해 우리나라 기업뿐만 아니라 현지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스토마토)
'디지털 뱅크'로 채널 보완
그는 "법인 전환 된다하더라도 한국 처럼 지점을 수백개 확장할 수 없는 만큼 네트워크 확충 차원에서 디지털뱅크 쪽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기업은행은 현지에서 모바일뱅킹 등 디지털서비스에 대한 후발주자인 상황이지만, 지속적으로 기능 및 인터페이스 개선, 신규 비대면 서비스 도입 추진 등 고객 편의성 제고를 위해 노력 중입니다. 지난 1월 QR결제시스템 도입, 9월 생체인증 본인확인 시스템 구축에 이어 내년에는 비대면 신규계좌개설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입니다.
<(4)편에서 계속>
베트남 하노이의 '경남 랜드마크72' 12층에 위치한 기업은행 하노이 지점. (사진=뉴스토마토)
하노이=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