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금융 베트남 생존전략)⑥신한·우리 법인 "현지 은행과 진검승부"

외국계 중 실적 최상위…시장 점유율은 미미
"리테일 키워 '질적 현지화' 이룰 것"

입력 : 2024-11-22 오전 6:00:00
 
(하노이=이종용 기자)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은행 가운데 법인을 설립한 곳은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뿐입니다. 법인은 지점 설립 제한이 없어 채널 확장이 용이한 데다 한국계 기업에 기대지 않고 현지화에 주력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베트남에는 총 9개 외국계 은행 현지법인이 진출해 있는데요. 우리나라 은행 법인들이 손익 기준으로는 외국계 중 최상위권이지만 현지 시장점유율은 5% 이하로 미미한 수준입니다. 한국계 두 은행 법인은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도 현지 로컬은행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습니다.
 
신한, 베트남 톱10 목표
 
류제은 신한베트남은행 부법인장(북부본부장)은 12일 <뉴스토마토> 취재팀과 만나자마자 회의실 벽에 걸려있는 사진들을 소개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신한베트남은행 임직원 가족들이 모여 산행을 하거나 체육대회를 하는 사진입니다. 류 부법인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사내 체육대회나 등산이 많이 사라졌지만, 베트남 직원들은 마치 1990년대의 한국을 보는 것 처럼 침목 활동에 적극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류제은(왼쪽) 신한베트남은행 부법인장이 회의실 벽에 걸려 있는 직원들 사진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워 온 신한베트남은행의 특성상 직원들 간 화학적 결합을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지난 2017년 ANZ은행 인수를 계기로 리테일 사업이 훌쩍 커졌는데요. 조직 문화가 다르고 지역 출신이 다른 회사 직원들을 합치는 과정에서 '원팀'을 만드는 것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류 부법인장은 "신한베트남은행은 법인설립 초기부터 현지화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 왔다"며 "현재 자산과 고객, 직원의 현지화를 통해 현재 전체 대출자산의 80%가 현지 고객 대상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전체 임직원의 98%가 현지직원으로 구성될 만큼 현지화가 잘 진행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경남 랜드마크 타워 1층에 위치한 신한은행 하노이 지점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류 부법인장은 "외연의 현지화 수준뿐만 아니라 주거래 고객의 확대, 자금조달의 현지화, 현지 직원의 역량강화를 통해 질적인 현지화 수준을 높여갈 목표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최근 5년간 연평균 20% 수준의 고속 성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억8550만불로 전년 1억5560만불 대비 20% 증가했습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현재 5대 도시를 중심으로 외국계 은행 중 제일 많은 52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는 2개 채널을 추가로 개점할 예정입니다.
 
류 부법인장은 "오는 2030년 베트남 톱10 은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지금의 점포로도 로컬 뱅크가 되려면 굉장히 부족한 상황인데, 그런 부분을 커버하기 위해서도 모바일 플랫폼 쏠(SOL) 서비스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디지털 역량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2일 베트남 하노이의 경남 랜드마크타워 1층에 위치한 신한은행 팜훙 지점에서 응우옌 티투이반 부지점장이 취재진을 맞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정공법 통한 우리은행
 
신한베트남은행의 선두자리를 추격하고 있는 곳이 우리은행 베트남법인입니다. 신한은행이 ANZ 리테일 부문을 인수하고, 그 영업 기반을 통해 단번에 덩치를 키웠다면 우리은행은 지점에서 사무소에서 지점으로, 지점에서 법인으로 맨땅에 씨를 뿌리고 있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박종일 베트남우리은행 법인장 13일 취재팀과 만나 "은행의 라이선스는 보물 중에 보물입니다. 제대로 뿌리를 내리려면 현지 조달을 확실히해야 합니다. 베트남 현지 고객을 통한 조달이 핵심이라고 보고 우리은행 브랜드를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지난 11일 박종일(사진) 베트남우리은행 법인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뉴스토마토)
 
박 법인장은 "2022년까지는 사실상 한국계 지상사 기업금융 중심으로 영업이 이뤄져왔지만, 지난해부터 현지은행으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현지 리테일 영업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은행업의 비즈니스는 리테일에서 시작된다는 것이 박 법인장의 지론입니다. 개인 리테일을 통해 수신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고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모델로 가야한다는 것입니다.
 
베트남우리은행이 리테일 영업을 본격화하면서 고객과 자금 유입 성과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개인고객수는 2021년 25만명에서 최근 60만명을 돌파했고, 디지털회원수는 80만명을 넘어 100만명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현지 고객 대상의 여신 또한 2021년 1억8000만불에서 올해만 2억불이 증가, 6억불을 돌파했습니다. 연간 비대면 채널을 통해서만 약 5000만불의 수신 증대가 예상되는 등 1년10개월 사이에 1억5000만불에서 3억7000만불로 개인 수신이 2.5배 가량 늘었습니다.
 
베트남우리은행 스타레이크 지점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우리은행 브랜드를 알리는 주요 수단은 큐알(QR) 서비스입니다. 최근 베트남 내 거의 모든 상점에서 QR 스캔 방식의 결제 서비스가 일상화됐는데요. 베트남 현지 상점에 우리은행 모델인 아이유나 위비캐릭터를 활용한 QR스탠디를 세워두도록 주재원과 직원들이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실제 2022년 전무했던 실적이 현재는 가입 상점수 약 5500개에 누적 거래건수는 80만건에 달합니다.
 
베트남우리은행은 대표 캐릭터 '위비'가 그려진 QR코드를 마케팅으로 이용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박 법인장은 "앞으로 현지 직원들의 세일즈 역량을 키워서 영업점 마케팅을 강화시킬 것"이라며 "디지털 경쟁력을 키워 현지 은행에 맞설 수 있는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우리은행의 자산관리 브랜드 '투체어스'를 베트남에 이식해 주재원 또는 현지 고액 자산가에 한국식 자산관리 모델을 선 보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7)편에서 계속>
 
하노이=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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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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