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노골적 핵 위협…전 세계 '피의 보복'

퇴임 앞둔 바이든, 대인지뢰까지 승인…트럼프 대비 '영토 확보' 총력

입력 : 2024-11-20 오후 4:52:59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 크렘린궁에서 러시아가 임명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지역 대표 예브게니 발리츠키와 만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등장을 앞두고 두 개의 전쟁(우크라이나전쟁·가자전쟁)이 격변하고 있습니다. '전쟁 종식'을 내세운 트럼프 2기를 앞두고 각국이 자국에 유리한 고지를 만들기 위해 공격 강도를 높이고 있는 건데요. 
 
퇴임을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미국산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과 대인지뢰를 제공했고, 러시아는 북한과 함께 노골적인 '핵 위협'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동시다발적으로 두 개의 전쟁이 격화하면서 자칫 '피의 보복'이 만연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바이든도 푸틴도 '강수' 맞대응
 
1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당국자 두 명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인지뢰 공급을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제공한 에이태큼스로 러시아 본토 타격을 감행한 지 하루 만입니다. 우크라이나가 발사한 에이태큼스 6발 중 5발이 격추 당했다고는 하지만 서방의 장거리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우크라이나전 발생 1000일 만에 전황이 새로운 국면을 맞은 겁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22년 6월 한반도 이외의 지역에서 대인지뢰 사용을 전면 금지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 방향성까지 뒤집으며 트럼프 집권 2기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이는 '신속한 종전'을 공언한 트럼프 당선인이 현재 전선을 국경으로 동결한 가능성에 따른 건데요. 우크라이나는 대인 지뢰를 통해 러시아 지상군의 진격을 최대한 늦출 수 있습니다. 여기에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기 전까지 최소 2억7500만달러(3828억원) 상당의 신규 무기 지원을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 같은 미국의 움직임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핵카드'로 맞불을 놨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핵무기 사용 조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새로운 '핵 교리'(독트린)를 발표했습니다.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은 비핵보유국에 의한 어떠한 공격도 공동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인데, 이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무기 공격을 핵무기로 대응할 수 있게 하는 걸 골자로 합니다. 
 
러시아는 그간 서방의 장거리미사일 제공에 대해 '제3차 세계대전'을 촉발할 수 있는 첨예한 안보 사안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텔레그램에서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의 미사일을 사용하는 것은 동맹 국가가 러시아를 침략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나토의 주요 시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대량살상무기로 보복 공격을 할 권리가 있다. 이것은 이미 제3차 세계대전"이라고 압박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4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 연구소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북한도 '핵무력' 과시…남은 60일 '고비'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의 20%가량을 빼앗은 것으로 알려지는데요. 우크라이나도 일부 점령에 성공한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주는 트럼프 2기를 앞둔 협상의 지렛대가 될 전망입니다.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인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과 박선원 민주당 의원이 20일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보고 받은 내용에 따르면 11군단 병력 중심으로 구성된 북한군 1만1000여명은 러시아 동북부에서 현지 적응 훈련을 마치고 10월 하순경에 쿠르스크주로 이동 배치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은 "현재 러시아 공수여단과 해병대에 배속돼서 전술 및 드론 대응 훈련을 받고 있고, 일부는 전투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북한군이 최전선 전투에 참여하기 시작한 만큼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작전 수행 상황과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고 보고했습니다.
 
국정원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를 직접 방문할 가능성도 거론되는데요. 김 위원장도 최근 3차 세계대전을 거론하며 노골적으로 핵 위협을 과시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4~15일 평양에서 열린 조선인민군 제4차 대대장·대대정치지도원대회 연설에서 "핵무력 강화노선은 이미 우리에게 있어서 불가역적인 정책으로 된 지 오래"라며 "미국의 전쟁상인들이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계속하면서 전쟁을 지속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다 많은 나라들이 여기에 말려들고 국제안보 형세는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불안을 키우며 더욱 위험한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고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긴장 고조가 트럼프 2기의 '전쟁 조기 종시'의 당위성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가자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고조될수록 종전에 대한 목소리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건데요. 
  
한편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관은 20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이 발생할 수 있다는 구체적 정보가 있다며 대사관을 폐쇄하고 공습경보 발효 시 미국인들의 즉각 대피를 권고했습니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에이태큼스 발사에 대한 러시아의 보복 조치로 읽히는데요.
 
결국 트럼프 2기 취임까지 두 달여 시간이 남은 상황에서 자국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피의 보복'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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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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