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광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0~2021년 사이 명태균 씨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가 검찰 포렌식을 통해 복원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검찰이 명씨가 사용했던 컴퓨터를 포렌식한 결과로, 명씨와의 교류 및 친분을 부인했던 오 시장의 기존 입장과는 배치됩니다. 아울러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2021년 3월 오 시장의 유튜브 방송 출연 일정에 명씨가 동행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21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창원지검은 지난 20일 명씨에게 미래한국연구소에서 압수한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포렌식 결과를 추가 제시했습니다. 해당 컴퓨터는 명씨가 2020~2021년 사이 사용했습니다. 명씨는 오 시장을 비롯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과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 받았습니다. 다만, 메시지의 구체적인 내용과 시점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오 시장의 2021년 3월2일 유튜브 채널 <매불쇼> 녹화방송 출연 일정에 명씨가 동행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오 시장은 당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예비후보였으며, 인기 유튜브 채널이었던 매불쇼 출연을 희망했습니다. 오 시장은 녹화방송 이틀 뒤인 3월4일 나경원 예비후보를 꺾고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되었습니다.
정승기 매불쇼 작가는 "오 시장 수행원이 5명이었는데, 모두들 양복을 빼입고 있었다. 점퍼 차림의 중년 남성도 왔었는데, 이제 와서 보니 그 사람이 명태균이었던 걸로 보인다"면서 "검은 마스크에 검은 색의 점퍼를 입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기억했습니다. 또 "당시 녹화방송이라 오 시장 일행 말고는 스튜디오에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소개로 명씨를 단 한 차례 만났다는 기존 오 시장 해명과는 어긋납니다. 오 시장은 지난 10월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김영선 전 의원이 강청하여 그(명태균)를 만나보기는 했지만, 이상하고 위험한 사람이라는 판단이 들어 관계를 단절했다"고 했습니다. 오 시장이 자신 앞에서 울었다는 명씨 주장에 대해서도 "한낱 정치 장사꾼 앞에서 읍소한다는 설정 자체가 난센스"라고 반박했습니다.
명씨는 그간 줄곧 오 시장의 정치적 부활을 알린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자신이 관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 방식을 자신이 설계했다며 구체적 방법론까지 제시했습니다. 명씨는 이 같은 그림을 당시 국민의힘을 이끌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함께 그렸다고도 했습니다. 이준석 의원도 오세훈 캠프에서 뉴미디어본부장을 맡아 오 시장의 당선을 도왔습니다.
오 시장의 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명씨가 오 시장 선거를 도왔다는 정황들이 최근 추가로 제시됐습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했던 미래한국연구소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총 25차례의 여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25건 가운데 7건은 공표 여론조사였고, 18건은 비공표 조사였습니다. 18건의 비공표 여론조사 가운데 13건은 2020년 12월22일부터 2021년 3월21일 사이 실시됐습니다. 공교롭게도 '오세훈-안철수' 단일화가 성사되기 이틀 전까지였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 시절 유튜브 채널 <매불쇼>에 출연했다. 방송은 2021년 3월2일 녹화로 이뤄졌고, 다음날 공개됐다. 당시 명태균씨가 오세훈 서울시장과 동행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당시 미래한국연구소에서 여론조사 실무를 담당했던 강혜경 씨는 지난 20일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오세훈-안철수 단일화 여론조사 문항을) 명태균이 직접 설계했다"면서 "3안인가 4안까지 설문안이 있었던 걸로 기억이 되는데, 그 결과 수치를 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 시장에게 유리한 단일화 문항을 찾기 위해 단일화 여론조사 이전에 자체 조사를 여러 번 돌려봤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당시 오세훈 캠프로부터 미래한국연구소에 정상 경로로 지급된 여론조사 관련 비용은 없었습니다.
최근 명씨 법률대리인에서 사임한 김소연 변호사는 지난 20일 유튜브 채널 <취재편의점>에 출연해 "명 사장님 처음 만났을 때 들었던 얘기가 오세훈 시장이 제일 양아치라는 것"이라며 "(명씨에 따르면) 비선 후원회장인지 제주도 별장 주인이 있는데, 그 사람을 보내서 돈봉투를 줬다고 했다. 먹고 떨어지라고"라고 명씨가 오 시장에게 악감정을 가지게 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김 변호사가 밝힌 비선 후원회장은 오 시장의 지인 김모 씨입니다. 김씨는 오 시장을 물밑에서 오랜 기간 도왔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오 시장의 당선 직후인 2021년 4월25일,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명씨가 만난 제주도 별장의 소유주이기도 합니다. 이번 검찰의 포렌식 결과 명씨와 김씨 사이의 카톡 메시지도 복원된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한편 서울시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에 "시장님은 명태균 씨를 한 번 본 뒤로 연락한 적 없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습니다. 오 시장의 측근인 이종현 서울시 민생소통특보는 오 시장이 매불쇼 출연 당시 명씨가 동행했다는 주장에 대해 "당시 수행했던 사람이 명씨를 본 적 없다고 한다"고 부인했습니다.
박현광 기자 mu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