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철우·유지웅 기자] 가상자산 대장주로 불리는 비트코인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 중입니다. 시장의 호황 속에서도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가상자산 과세 시행이 불과 2개월도 남지 않았는데, 이를 두고 여야가 갑론을박을 벌이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예 아닌 폐지 필요"
현재 여당의 '2년간 유예해야 한다'는 주장과, 민주당의 '내년부터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첨예하게 대치 중입니다.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에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반대가 극렬합니다.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해야 한다는 국회 온라인 청원 게시물은 등록 3일(21일 오후 4시 기준)만에 6만명의 동의를 얻었습니다. 민주당은 투자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단독으로 오는 26일 가상자산 공제 한도를 상향시킨 안건을 기재위(기획재정위원회)에서 처리할 방침입니다.
가상자산 투자 경험이 있는 시민들은 대부분 민주당이 금투세(금융투자세)는 폐지했으면서 가상자산에만 세금을 부과한다는 게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21일 <뉴스토마토>가 서울 주요 지역에서 다양한 연령대 시민들에게 인터뷰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요. 3년째 가상화폐에 투자하며 상당한 수익을 냈다는 20대 여성은 "하나를 결정하면, 끝까지 밀고 가면 좋겠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코인 투자자로서, 과세가 유예되기를 바라지만, 국민의힘 안이 썩 마음에 드는 것도 아니다"라며 "여야가 지난 2022년 합의했던 사안을 뒤집으면서, 정책 신뢰성에 의문이 든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시장 혼란의 책임은 여야 모두에 있지만, 민주당 책임이 더 커 보인다"며 "사람들 불만이 나오니까 금투세를 폐지하겠다고 했는데, 결국 목소리 크면 다 이기는 듯싶다"고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입장에서는 폐지가 좋다. 내 돈이 줄어드니까 그게 싫다"며 "투자자로서 과세를 안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강남역 인근 백화점에서 만난 가상자산에 투자 중인 30대 남성도 "가상자산 과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금투세는 폐지하는데 가상자산은 과세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가상자산은 국경 없이 자유롭게 이동하고 현물화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세금을 매기면 이점이 사라진다"고 평했습니다.
강남역 인근에서 만난 또 다른 30대 남성은 "가상자산은 주식과 다르지 않다"며 "민주당은 가상자산에 "5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내는 사람이 적어서,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과세를 하면) 큰 손이 다 떠난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금투세 폐지와) 형평성이 맞지 않고, 세율 22%는 너무 높다. 가상 자산은 손해를 보면 끝이 없는데, 손실액만큼 세금을 걷지 않는다고 보장된 정책이 없다"며 "원금을 복구하면 세금을 다시 내야 하는 꼴"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가상자산 과세에 찬성하는 시민들은 기본적으로 모든 투자에 과세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세율은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신촌역 인근 대학 캠퍼스(사진=차철우·유지웅 기자)
시행 찬성론자도…"세율 조정해야"
신촌역 앞에서 만난 40대 남성은 "조세 정의를 위해, 가상자산 수익을 비롯한 모든 소득에는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면서도 "민주당이 금투세 유예를 공언한 만큼, 민주당이 현재로서는 유예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는 "민주당은 자신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와 태도가 달려졌다"며 "세금은 국가백년지대계로 길게 봐야 한다"고도 말했습니다.
시장의 혼란을 야기한 책임으로는 "여야 모두에게 있지만 (현재는) 민주당이다. 자신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와 태도가 다르다. 세금은 국가백년지대계로 교육처럼 철학과 비전으로 길게 보고 가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신촌역 인근 캠퍼스에서 만난 20대 남성은 "(과세) 시행에 찬성한다"면서도 "과세율은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역 인근에서 만난 40대 남성은 "시드(초기 자본)가 크면 (돈을) 억대로 번다. 거래세 정도는 내야 한다. 가상자산은 국제 시장이라 한국이 과세해도 영향이 크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금투세는 폐지하는 게 맞다. 현재 가상자산은 거의 도박판으로 가치와 실체가 없어 과세해도 경제나 기업활동에 영향이 없다"고 타박했습니다.
전문가는 가상자산 과세에 관해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습니다. 이황재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만나 "(과세 시행이) 가시화됐다고 느끼고 있지만 정량화가 됐다고 할 수는 없다. 과세를 하기 위해서는 확실히 납득할 수 있는 정량화된 근거가 필요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차철우·유지웅 기자 chamat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