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중국에 대한 견제가 심해질 트럼프 2기는 탈중국 자본의 인도 이전도 가속화될 전망입니다. 글로벌 빅테크와 국내 삼성,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들도 전략 생산기지로 중국 대신 인도를 택하는 추세입니다. 게다가 인도는 중국에 버금가는 내수시장 규모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2기 정부가 중국을 견제할 수단으로 인도를 활용할 것이란 예측도 나와, 추세에 힘이 실립니다.
인도 법인 실적, 중국과 딴판
25일 각사에 따르면 트럼프 2기 출범이 확정되기 전 인도는 이미 한국 제조업의 주요 생산거점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기존 거점이었던 중국에서의 이탈 현상과 반비례합니다. 삼성전자 인도법인(SIEL)은 지난 3분기말 기준 자산 9조원에 도달했습니다. 2022년 6조원대에서 증가세가 이어졌습니다. 3분기 누적 매출은 13조5330억원, 전년동기 11조7736억원보다 2조원 가까이 커졌습니다. 당기순이익도 작년 첫 1조원대(1조1532억원)에 진입했습니다. 올 들어서도 3분기에 이미 1조2117억원을 찍어 전년동기(9674억원)보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입니다.
삼성전자는 인도에 전자제품 생산 및 판매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또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 R&D법인까지 제조벨트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자회사인 하만도 오디오제품 판매법인과 R&D법인을 인도에 뒀습니다. 삼성전자가 2021년 중국에서 가전과 디스플레이 등 4개의 종속법인을 청산한 것과 비교됩니다.
현대차의 완성차 제조 및 판매 인도법인(HMI)도 매출액 성장이 두드러집니다. 2021년 7조3394억원에서 작년 10조6346억원까지 커졌습니다. 당기순이익도 작년 1조원에 근접(9211억원)했으며, 올 3분기 7354억원으로 전년동기 6898억원보다 더 벌었습니다.
현대차 역시 인도에 R&D법인을 두고 있고 보험 및 금융계열사까지 있어, 제2 생산체계가 갖춰졌습니다. 현대차는 최근 인도법인의 상장으로 4조3923억원 구주매출도 확보했습니다. 현지법인에 대한 확고한 성장전략을 시사합니다. 반대로 현대차는 중국에서 자산을 거듭 매각해왔습니다. 베이징자동차와 합작투자했던 북경법인은 손실이 누적돼 올 3분기말 기준 장부가치가 영(0)원으로 바뀌었습니다.
현대차의 국별 자동차 생산능력을 보면, 중국 비중이 한자릿수에 그친 지 수년째입니다. 작년 5.6%까지 감소세를 이어갔습니다. 반대로 인도는 한국 다음으로 많은 생산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올 3분기말 기준 설비 생산능력과 가동율, 작업시간 등을 반영해 산출한 지표는 한국이 119만대로 인도가 그 절반 정도(49.8%, 59만대) 됐습니다. 지난해 45%에서 올 5% 포인트 가량 성장했습니다.
코트라 뉴델리무역관에 따르면 인도엔 이밖에도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트랜시스, 만도, 서연이화, 성우하이텍, DY오토, LG전자, 이랜텍, 모베이스, 삼광, KH바텍, 자화전자,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KG스틸, 삼성물산, LG화학, 롯데케미칼, 현대건설기계, 두산에너빌리티, GS건설, 이랜드, 효성, 영원무역, 롯데웰푸드, 오리온 등이 진출해 있습니다. 한국기업의 대인도 투자액은 2024년 6월까지 누적 약 84억달러입니다. 주로 자동차, 전기전자 등 제조업에 집중돼 있습니다. 전 세계 대인도 투자 중 제조업 비중은 약 20% 내외입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제조업이 전체 투자의 약 77%를 차지했습니다.
이들 제조업은 전방 수요업체를 따라 인도로 이전한 경향이 부각됩니다. 현대제철은 “중국 내 7개 종속기업 중 2023년에 충칭과 베이징 법인을 매각하기 위한 MOU를 체결했고 올 상반기 중 충칭법인 매각을 완료했다”며 “현대차와 기아의 중국 공장에 대한 자동차용 강판 공급에 주력했으나 2017년 사드, 미중 무역 분쟁 등 대내외 변수와 중국 자동차업체와의 경쟁심화 등으로 현대차와 기아의 중국 판매량이 급감하며 손실 폭이 확대됐다”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트럼프, 인도로 중국 견제
인도는 ‘메이크 인 인도’ 정책을 내세워 현지 투자 시 다양한 지원책을 제공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인도는 자본시장 부흥까지 맞물려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현지 투자를 확대해 왔습니다. 일례로 애플 아이폰을 생산하는 폭스콘이 중국 공장 대신 인도 첸나이 공장 생산능력을 지속 확대해 나가는 게 시사점을 줍니다.
중국과 달리 인도는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전망도 밝게 점쳐집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인도는 견조한 성장세가 2025년에도 지속돼 성장률이 6.8%를 기록할 것”이라며 “트럼프 신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미칠 부정적 영향이 공급망 재편, 유가 하락 등으로 상쇄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반면 중국에 대해선 “트럼프 귀환에 따른 추가 관세 도입 및 대중 제재로 2025년 4.1%의 낮은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영국 BBC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트럼프 첫 임기 동안 우호적 관계를 유지했다. 워싱턴의 여러 행정부는 인도를 중국 견제세력으로 오랫동안 여겨왔다”면서 양국 공조가 강화될 접점을 조명했습니다.
인도 현지 언론도 “인도와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며 트럼프가 인도와 QUAD(미국, 인도, 일본, 호주 국가그룹)와의 지정학적 관계를 심화시키는 반면, 중국과의 갈등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보도했습니다.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인도가 더 많은 글로벌 공급망과 민간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는 높은 관세로 인해 트럼프 1기 때 무역마찰이 있었다”며 “2기 때도 이 문제로 충돌할 수 있지만 인도가 추후 고율관세를 유지하거나 낮출 경우 한국 제조업이 이미 인도에 폭넓게 진출해 있는 부분과 부품을 국내서 조달하는 양쪽 측면이 서로 상쇄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