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협약 산유국 여전한 반대…한국 절충안 마련할 듯

국제 플라스틱 협약 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5) 개막
'생산 감축' 두고 대립 여전…중국, 그나마 진전

입력 : 2024-11-25 오후 5:38:17
[부산=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지구를 위협하는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할 마지막 협상의 막이 올랐습니다. 국제사회가 재작년 3월부터 추진해온 '플라스틱 협약'은 체결될 경우 유엔기후변화협약 이후 가장 영향력있는 국제 환경 협약이 될 전망인데요. 다만 파리기후협약이 지구평균기온을 '1.5도'로 상승하는 데 제한을 둔 것처럼 구체적인 수치 제시까지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협상 첫날부터 출발점 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인데요. 타결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나라는 주최국으로서 불필요한 플라스틱부터 감축하는 절충안을 제시해 의견차를 줄여나간다는 방침입니다. 
 
협상 첫날 사용할 페이퍼부터 입장차 '팽팽'
 
유엔 플라스틱 협약을 위한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5)가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했습니다. 이번 회의에는 전 세계 177개 국가 정부 대표단 등 3500명 이상이 참석해 플라스틱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주기를 다루는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 마련을 위한 마지막 협상을 벌입니다.
 
협상위 의장인 루이스 바야스 발비디에소 주영국 에콰도르대사는 개회사에서 "의미 있는 개입이 없다면 자연에 유출되는 플라스틱은 2040년엔 2022년의 2배가 될 것"이라며 "향후 7일간 우리의 결정은 역사를 만들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잉거 안데르센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은 "다른 다자협약은 성안에 수십 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린 지난 1000일간 많은 것을 이뤄냈다"고 자부했습니다. 
 
국제사회는 2022년 5월 열린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에서 플라스틱 오염에 대응하기 위해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 협약을 올해 말까지 성안하기로 결의하고 지금까지 총 네 차례 협상을 진행해 왔습니다. 이날 안데르센 사무총장이 제시한 3가지 쟁점으로는 '플라스틱에 사용되는 우려 화학물질 퇴출 문제', '플라스틱 공급망 문제',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재원 문제' 등이 있습니다.
 
협상 초안에는 플라스틱의 생산부터 소비, 처리까지 모든 수명주기와 관련해 총 12개의 핵심 의무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첨예한 쟁점은 플라스틱 원료물질인 1차 플라스틱 폴리머(화석연료에서 추출한 플라스틱 원료물질) 생산에 관한 규제 여부입니다.
 
이날 발바디에소 의장이 4차 협상위를 거치며 77쪽에 달했던 협약 초안을 17쪽으로 정리한 논페이퍼로 협상을 추진하자고 제안했지만 이마저도 시작부터 팽팽히 입장이 맞섰습니다. 논페이퍼에는 최대 쟁점으로 꼽히는 '폴리머를 관리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라는 문구가 제시됐기 때문인데요. 이란, 러시아 등 산유국은 기존 페이퍼를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미국 등은 의장 제안문에 지지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의장이 낸 제안문으로 시작하는 게 좋겠다는 입장을 내놨는데요. 오전부터 진행된 회의 끝에 이날 오후 5시30분경 의장 제안문인 17페이지짜리 논페이퍼로 논의를 시작하는 데 겨우 합의에 이른 상태입니다. 최종 합의를 만장일치로 할지 다수결로 할지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플라스틱 오염 종식 국제협약 정부 간 협상위원회 의장인 루이스 바야스 발비디에소 주영국 에콰도르대사가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5차 협상위 개회식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불필요한 플라스틱부터 단계적 생산 감축"
 
다만 의장 제안문조차 생산 감축과 관련해 "관리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정도로만 언급이 되고 있어 현실적으로 2040년까지 플라스틱 신제품의 생산량을 몇 퍼센트까지 줄이겠다는 구체적 수치가 나오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에 대해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전 세계 플라스틱 중 10% 정도만 다시 재활용되는 심각한 상황으로 재활용 관리도 충실히 해야 하지만 감축도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전했습니다. 획일적, 직접적 규제보다 단계별,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해 나간다는 계획입니다. 
 
환경부는 불필요한 플라스틱을 목록화하는 '구속서'를 UNEP 측에 제안한 상태인데요. 구체적인 감축 수치 제시까지 협상이 어려운 만큼 의무적으로 재생원료를 사용하는 비율을 더 높이거나 페트병에 들어가는 플라스틱의 함량을 줄이거나 두께를 줄이는 식의 간접적 방식의 규제를 하거나 다회용기를 많이 사용하도록 하는 식의 지원을 통해 플라스틱의 생산과 소비를 줄이는 방식을 추진한다는 설명입니다. 
 
또 김 장관은 수은 협약을 예로 들며 단계적 합의안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계획도 내놨습니다. 전 세계 대부분 국가는 2013년 '미나마타 협약’에 서명, 수은 사용을 근절하기로 약속했는데요. 협약은 2013년에 이뤄졌지만 전 지구적으로 수은을 관리하자는 파트너십이 만들어진 것은 2009년이었습니다. 결의 후 지침들을 더 발전시켜서 협약까지 이르렀다는 설명입니다. 김 장관은 "내년 6월 전권외교회의에서 정식 의결을 하는 만큼 다듬어 나갈 것"이라며 "수은의 경우도 전문가들이 4년~5년씩 계속 논의를 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중국의 진전된 태도인데요. 이날 중국이 서면으로 제출한 발언문에 따르면 의장 제안문을 활용하는 것을 지지하며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플라스틱을 관리하는 방안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유럽연합(EU)과 플라스틱 오염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지역으로 꼽히는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강력한 협약을 원하지만, 중국 등 플라스틱 생산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이란·러시아 등 산유국은 생산 규제에 반대하고 재활용률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자고 주장해 왔습니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이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INC-5에서 간담회를 통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환경부)
 
 
부산=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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