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고래' 이어 '4대강 시즌2'

기후변화 시대 댐 건설 "가성비 낮은 '미봉책'"

입력 : 2024-08-07 오후 3:56:35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새로운 댐 후보지 14곳을 발표한 후 논란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예측할 수 없는 홍수와 가뭄 등 기후변화에 대비한다는 입장이지만, 과거처럼 물을 대규모 구조물 안에 가두는 치수책으로는 21세기형 집중 호우를 버텨내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인데요. 당장 후보지 지역 주민들은 필요성을 부정하며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탄소중립에 역행하는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이어 정부가 철 지난 개발시대 논리로 애꿎은 혈세만 낭비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물폭탄 재앙"지역사회 '전방위' 반발
 
7일 기후 위기 대응과 미래 용수 확보를 목표로 환경부가 발표한 댐 건설에 대해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날 충남환경운동연합은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2년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청양에서만 하루 1만1634톤의 물을 사용하는데 보령댐에서 5057톤, 대청댐에서 1151톤을 공급받고 마을 상수도를 비롯한 지하수 이용량은 5426톤"이라며 "물 부족을 이유로 청양에 댐을 건설할 필요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어 "기후대응댐을 만들어 기존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내뿜는 기업을 유치하거나 확장하려는 것이냐"고 꼬집었습니다. 전날 청양군의회도 "대규모 댐 건설로 광범위한 지역이 수몰돼 55가구가 삶의 터전을 잃게 될 것"이라며 우려 입장을 전했습니다. 
 
부여환경연대는 "기후위기 대응댐이 아닌 '물폭탄 재앙'"이라고 밝혔고, 전라남도 화순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며 당황스러운 기색을 보였습니다. 
 
강원도는 군수가 직접 성명을 낼 만큼 반대가 큰 상황인데요. 주민들은 상경 투쟁까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후보지인 춘천 양구의 경우 비무장지대(DMZ)와도 가까운 군사 지역인 데다 두타연은 국내 최대 열목어 서식지입니다. 강원도에는 이미 국내 최대 규모 화천댐이 건설돼 있는데요. 정부가 물을 빼내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로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어 추가 댐 건설로 인근 지역 주민이 떠안는 피해만 커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상황입니다. 
 
7일 지역사회 환경단체인 충남환경운동연합이 신규 댐 건설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권 바뀌면 '백지화' 뻔한데…'12조' 혈세 낭비 
 
정부가 발표한 댐 후보지는 한강권역 4곳, 낙동강권역 6곳, 금강권역 1곳, 영산강·섬진강권역 3곳입니다. 이르면 2027년쯤 착공해 10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소규모 댐 건설 비용은 1000억~2000억원 정도로 추산됩니다. 14곳에 건설 계획을 밝힌 만큼 수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10조원이 넘는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내년 준공 예정인 원주천댐은 총 저수용량이 180만톤으로 총 사업비가 688억원"이라며 "정부가 발표한 14개 댐의 총 저수용량을 원주천댐 기준으로 사업비를 계산하면 12조원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댐은 규모가 작은 편인데요. 우리나라는 댐을 지을 만한 곳에 이미 거의 다 지어져 있어서 저수용량이 작은 규모로 지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홍수 방어 능력이나 용수 확보에 의문이 제기됩니다. 안숙희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실질적으로 용수가 부족한 것으로 계산을 한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소규모 댐들"이라고 말했습니다.
 
22대 총선을 전후로 윤석열정부는 개발시대 논리를 앞세운 토목공사 계획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마저 면제해 주고 있어 국민 세금이 낭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는데요.
 
치수 패러다임 전환의 일환으로 추진한 이번 정책은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의 ‘국가 주도 대규모 댐 건설 중단’ 선언을 6년 만에 뒤집은 겁니다. 대규모 혈세를 투입하고도 정권이 바뀌면 백지화될 가능성이 농후한 건데요. 확률 20% 가능성을 보고 1000억원을 투자하는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이은 혈세 낭비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환경공학 석좌교수는 "이명박 정부 때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영주댐 하나 짓는 데만 1조2000억원이 들어갔다"며 "낙동강 수질을 개선하고 저장해 쓰겠다는 목적이었지만 녹조만 퍼지고 무용지물"이라고 전했습니다. 
 
또 김 교수는 "기후변화 시대에 과거 방식으로의 회귀는 건설 경기만 반짝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빗물이 땅으로 잘 스며들게 하는 방법이라든가 지자체별 토지 특성에 맞는 인프라를 만들어 나가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환경부 김완섭 장관이(가운데)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후대응댐 후보지 안에 대한 첫 번째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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