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유근윤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무죄' 판결에 대해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김진성씨는 위증을 했고 이 대표는 교사행위에 해당하지만, 이 대표에게 고의는 없었다”라는 판결 때문입니다. 법조계에선 충분히 가능한 법리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다만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대한 사법부 제동인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넓게 해석한 봐주기 판결인지를 두고 의견이 갈립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출처=뉴시스)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판결문을 분석해 보면, 재판부가 가장 고심한 건 이 대표와 김진성씨(김병량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의 통화 녹취록을 어떻게 볼 것이냐였습니다. 검찰은 이 대표가 2018년 12월 22일과 24일 두 차례 걸쳐 김씨에게 전화해서 자신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반복·설명하며 위증을 요구했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이 대표는 유튜브에 녹취록 전체를 공개하면서 “기억나는 대로 증언해 달라”고 했다고 반박했습니다. 똑같은 녹취록을 두고 '유죄'를 주장하는 검찰과 '무죄'를 항변하는 이 대표의 해석이 엇갈린 것입니다.
1심 재판부는 이 대표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녹취록 발언과 대화 흐름 등을 종합한 뒤 “통상적 증언 요청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고 판시했습니다. 특히 이 대표가 김씨에게 “김 전 시장 측과 KBS 사이에 교감이 있었다”, “전체 흐름이나 당시 캠프 분위기” 등 내용에 관해 증언을 요청했다고 적시했습니다. 당시 이 대표와 김 전 시장은 적대적 관계로, 김 전 시장 선거캠프에서 이 대표를 주범으로 모는 분위기였다는 사정을 김씨가 알고 있었다고 봤습니다. 또 김씨가 모른다고 한 부분에 대해 이 대표가 명시적으로 증언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있는 대로 증언해 달라”고 말했다는 이 대표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입니다.
재판부는 검찰 주장인 '이 대표가 자기 주장을 김씨에게 반복·설명했다'는 부분에 대해선 “상식에 반하거나 방어권 행사 정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며 “통화는 검사사칭 사건으로부터 16년이라는 긴 시간이 경과한 시기였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러하다”고 했습니다. 검사 사칭 사건(2002년)으로부터 시간이 상당히 지났다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당시 상황을 잘 기억해 보라'라고 말한 그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입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김씨가 위증한 주요 동기를 “이 대표의 증언 요청이고, 이는 교사행위에 해당한다”고 적시하면서도 이 대표에겐 교사 고의가 인정되지 않아 무죄라고 판결했습니다. 교사행위가 있는데 이 대표가 처벌받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살인죄를 생각해 보면 간단합니다. 결과적으로 A가 B를 죽였지만 고의가 아니라 사고였다면 양형은 비교적 가벼워지며, 무죄 판결까지도 가능합니다.
다만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는 위의 살인죄 예시와 꼭 맞아떨어지지 않습니다. 김진성씨가 위증죄의 정범으로 기소된 탓입니다. 즉 재판부는 "그렇다면 김씨는 왜 위증죄를 범하는 부담을 안으면서까지 위증을 한 것이냐"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는 겁니다. 이 대표가 2018년 당시 경기도지사로서 신분과 지위에서 우위에 있었다는 점, 김씨보다 연장자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명시적인 위증을 교사할 고의는 없었으나 김씨가 위증을 하도록 하는 묵시적 신호를 줬을 여지가 있다는 겁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이 대표의 무죄 선고 후 페이스북에 "위증교사 죄목을 형법에서 차라리 없애라"라는 글을 올린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이에 대해 한 변호사는 “처음부터 검찰의 무리한 기소였다. 20년 전 검사 사칭 사건으로 검찰이 이 대표를 두 번 기소했다가 모두 참패하지 않았나”며 “검찰 논리라면 검찰의 증언 유도도 위증교사로 처벌받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다른 변호사는 “피고인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넓게 해석한 이례적 판결”이라며 “위증교사하면서 명시적으로 위증하라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 상하관계의 위화감까지 고려했어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강석영·유근윤 기자 ks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