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군 검찰이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항명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항명죄에서 징역 3년은 법정 최고형량입니다.
반면 박 대령은 최후 변론에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며 “진실을 밝혀달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채 상병에게 ‘너의 죽음에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게 해달라”라고도 했습니다. 박 대령은 채 상병을 언급할 땐 감정이 복받치는 듯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법정을 가득 채운 시민들은 “박정훈은 무죄다”라고 목소리 높였습니다.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가 보직 해임된 박정훈 대령(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21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리는 항명과 상관 명예훼손 혐의에 관한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하던 중 해병대 동기들로부터 생일 선물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군 검찰은 21일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박 대령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습니다.
박 대령의 항명 혐의 핵심은 윤석열 대통령의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입니다. 해병대 수사단은 임성근 당시 해병대1사단장 등 8명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시한 채 상병 사건 조사결과를 지난해 8월2일 경북경찰청으로 이첩했습니다. 군인 사망사고와 관련해 수사권을 민간 경찰로 이전하도록 2022년 군사법원법이 개정됐기 때문입니다. 공군 내 성추행 피해자였던 이예람 중사 사망사고 이후 취재진 조치였습니다.
그러나 국방부 검찰단은 경북경찰청에서 곧바로 조사결과를 회수했습다. 군 검찰은 박 대령이 조사결과를 민간 경찰에 이첩하는 걸 보류하라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의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박 대령이 김 사령관에게 항명을 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박 대령은 수사 외압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채 상병 사건 당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임성근 사단장 등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고 하는 등 조사결과를 축소·왜곡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배경으로 이른바 ‘VIP 격노설’, 즉 윤 대통령이 지목됩니다. 윤 대통령이 임 사단장 등이 포함된 조사결과를 듣고 격노한 뒤 이 장관이 사건 축소에 나섰다는 의혹입니다. 이첩 당일인 8월2일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이 장관에게 전화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은 더욱 커졌습니다. 군 검찰은 이에 상관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이날 군 검찰은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 “박 대령이 임 사단장을 처벌받게 하겠다 데 몰입해 국방부 장관 등의 지시가 외압이라는 자신의 주장만 옳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일축했습니다. 이어 “군 지휘체계를 거부하고 항명한 박 대령의 혐의는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엄벌을 했습니다.
반면 박 대령은 김 사령관의 명령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박 대령의 변호인은 “군 검찰은 김 사령관이 수차례 이첩보류를 명령했다고 할 뿐 언제 어디서 박 대령에게 개별적으로 충고나 희망이 아닌 복종을 요구했다고 특정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박 대령도 검찰의 신문 때 “당시 김 사령관은 국방부의 부당한 지시를 따르자니 직권남용죄에 해당하고, 따르지 않자니 항명죄에 해당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최후 진술에 나선 박 대령은 “한 병사가 죽었다. 죽음의 진실을 밝히고 책임있는 일을 하는 게 왜 잘못인가”라며 “우리 군에게 불법적인 명령에 복종해선 안 된다고 말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군 검찰이 징역 3년을 구형한 이날은 박 대령 생일이었습니다. 법정엔 박 대령을 응원하는 시민들로 가득 찼습니다. 방청석이 모자라 바닥에 앉아야 했습니다. 군 검찰의 구형이 끝나자 일부 시민들은 “박정훈은 무죄다”, “불법을 따르라는 거냐”며 항의했습니다.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도 재판에 참관해 의견을 밝히겠다고 했으나 재판부에 의해 저지됐습니다. 재판이 끝나고도 시민들은 “군대에 아이들을 어떻게 보내라는 거냐”며 비통해했습니다. 재판부는 내년 1월9일 선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