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장기간 불황에 빠진 건설경기가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건설경기 악화 흐름은 내년에 더욱 혹독한 겨울을 맞이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내년 주택시장 전망도 대출 상환 부담이 적은 실수요자 위주의 수요에 그칠 뿐, 전셋값은 1~2% 내외 더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전세사기, 깡통전세 문제도 근절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월세 인상에 시달리는 세입자의 고통은 가중될 전망입니다.

 

 

 

 

26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2025년 건설·주택 경기전망'을 보면, 내년 건설투자는 상반기까지 부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후 하반기에는 소폭 회복이 예상되나 연간 1.2% 감소를 전망하고 있습니다.

 

올해 건설경기는 건설수주 등 선행지표가 소폭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전년도 기저효과에 불과합니다. 건설기성 등 동행지표도 선행지표 부진의 시차 효과로 약세를 내다보고 있습니다.

 

문제는 내년 경기입니다. 토목 부문은 보합세를 예상하고 있지만 건축 부문은 주거용과 비주거용이 각각 2% 내외 감소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반면, 전문건설업 계약액은 전년보다 1% 증가한 113조6000억원을 전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계약액이 공사비 상승이 포함된 경상금액이라는 점에서 실질 계약액은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 연구위원은 "건축착공이 2022년~2023년 큰 폭으로 줄어들어 2025년까지 건설경기 부진은 불가피하나 최근 건축 착공 등 선행지표가 일부 회복세를 보인다는 점에서 2025년 하반기 또는 2026년 상반기에는 회복국면으로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습니다.

 

다만, 결과적으로 내년 건설투자는 연간 1.2% 감소하는 등 금액기준 300조원 하회를 전망했습니다.

 

 

 

 

앞서 산업연구원이 분석한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도 건설 투자 부진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건설투자 지표를 보면 지난해 3분기 4.3%에서 4분기 -1.2%로 내려앉은 후 올해 1분기에는 1.6% 증가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2분기 -0.5%를 기록한 후 3분기에는 -4.9%로 추락한 상황입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한 건설기성액은 올해 1분기 4.1%에서 2분기 -2.9%로 하락했으며 3분기 -8.8%를 기록했습니다. 

 

건물건설 부문도 1분기 2.7%에서 2분기 -5.8, 3분기 -12.1%로 급락한 모습입니다. 토목건설 부문의 경우는 1분기 8.8%에서 2분기 6.4%, 3분기 3.1%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내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도 줄어 공공부문 건설수주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됩니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보면 지출은 20조8000억원(3.2%) 증가했지만 SOC 관련 예산은 3.6% 감소했습니다.

 

김태훈 산업연 부연구위원은 "2025년 건설투자는 금리 인하와 부동산 경기 회복 등이 긍정적 요인이나 건설경기 관련 선행지표의 누적된 부진과 정부의 SOC 예산 감소 등의 영향으로 전년도의 부진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내년 주택시장 양극화 문제도 더욱 불거질 전망입니다. 수도권·지방과 아파트·비아파트 유형에 따른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게 대한건설정책연의 진단입니다.

 

때문에 수도권 매매와 전세 가격은 1~2% 내외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관련 시장에 따르면 전국 전세가는 0.03% 늘어나는 등 42주 연속 상승했으며 서울 전세가 역시 79주 연속 상승세(0.03%)를 보이고 있습니다.

 

고하희 대한건설정책연 부연구위원은 "2025년 주택시장 전망은 수도권과 지방 간, 아파트와 비아파트 간의 양극화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전 고점 대비 낮아진 주택가격과 내년 상반기 내 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른 실수요자 위주 매수심리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전세사기 문제도 비아파트 기피 현상을 불러오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고하희 부연구위원은 "2022년에 발생한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건으로 인한 비아파트 기피 현상과 2020년 7월 도입된 임대차 2법 만기 도래에 따른 임대차시장 가격 상승 요인도 전망에 고려한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세입자들의 삶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다. 전세사기, 깡통전세를 근절하지도 전월세 인상에 시달리는 세입자를 보호하지도 못해 세입자들의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며 "2024년 11월 현재까지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은 수가 2만4000건을 넘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3년간(2021~2023년) 서울 월세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보증금이 5000만원 이하면서 전용 33㎡(약 10평) 이하인 주택의 월세는 2021년 평균 54만6000원에서 지난해 63만2000원으로 15.8%가 상승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러나 가파르게 치솟는 주거비 속도를 청년들의 노동소득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2025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1.7%로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꼬집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