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 K-경제의 그림자를 직시하라

소득·자산 쏠림 심화…'양극화 현주소'
자산 비대칭성, 소득 격차 '압도'
압도적 불균형, 계층 이동 사다리 끊겨
중동 협상 결렬…1% 성장 지지선도 불안
'분배 법칙' 기본원리…추경 민생 방어 '기폭제'

입력 : 2026-04-1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규하 정책선임기자] 상류에만 고여 썩어가는 물과 갈라진 논바닥처럼 메마른 하류의 풍경. 이는 한마디로 표현한 K-경제의 현주소입니다. 소득 측면에서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12%를 차지하는 동안 하위 50%는 간신히 16%를 나눠 갖고 있습니다.
 
그러는 동안 자산 쏠림은 더욱 심화하는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상위 10%가 전체 부의 절반에 육박하는 46%를 독식하는 동안 절반의 국민(하위 50%)은 단 10%의 부스러기를 놓고 각자도생하고 있죠. 하위 50%가 거머쥔 자산 비중 10% 남짓마저도 흐르지 않는 강물과 같이 메말라가고 있습니다.
 
자산의 비대칭성은 소득의 격차를 압도합니다. 인구수로 보면 상위 10%는 하위 50%보다 5배 적지만 부의 총량은 하위 50% 전체가 가진 것보다 약 4.5~5배 더 많습니다. 자산 점유율로 보면 상위 20%가 전체 부의 약 64%를 독식하는 동안, 하위 20%의 몫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지난 1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니터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이러한 극단적인 점유율 격차는 사실상 배율을 따지는 것조차 무색할 만큼 하부의 자산 토양이 척박해졌음을 의미합니다. 압도적 불균형은 우리 사회의 계층 이동 사다리가 이미 끊어졌음을 방증합니다. 현재 중동발로 된서리를 맞고 있지만 대한민국 양극화는 참혹 그 자체입니다.
 
흔히 차가운 숫자의 나열뿐이라고 토로하는 K-경제의 그림자는 그 어느 때보다 짙고 긴 시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죠. '1.9%'라는 2026년 성장률 전망치는 단순한 하락을 넘어 대한민국 엔진이 식어가는 공포로 엄습합니다. 
 
이마저도 중동발 1개월 이내 조기 안정화를 전제로 하는 만큼, 악화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이 숫자는 지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3분기까지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상회하고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는 악화 시나리오로 추산하면 1% 후반대 지지선도 맥없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12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우리나라는 지난 2월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며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나 고유가와 고환율이라는 대외 불확실성이 경제 회복의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 이란의 첫 종전 협상이 결렬되면서 군사적 긴장감은 국제 경제의 가장 큰 위협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중동발 장기화 리스크가 에너지 가격에 미치는 영향과 이로 인한 국내 물가·경상수지의 연쇄적인 파급 효과에 대해 면밀한 모니터링,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렇기에 여야가 합의한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은 민생 방어의 기폭제가 돼야 합니다. 일각에선 재정 부담을 논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해 국가채무 비율은 여전히 절반가량 낮습니다. 재정여력이 여의치 않은 것은 공감하나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것도 사실이죠. 
 
 
지난 1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우리는 오랫동안 '낙수효과'라는 신화를 믿어왔습니다. 거대한 댐에 물이 차면 아래로 흐를 것이라는 믿음이었으나 이젠 신기루라는 걸 압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이 '초과이익 공유제' 도입을 제안했고 이건희 회장은 경제학에서도 듣지도 보도 못했다는 식으로 일축할 때 우리가 놓친 것은 결국 생태계 전체를 고사시킨다는 진리였습니다.
 
이익은 기업의 전유물일지 모르나 그 이익을 낳는 토양은 수많은 협력업체와 노동자들의 헌신으로 이뤄진 공동의 생태계이기 때문입니다. 고전파 경제학의 거두인 <존 스튜어트 밀> '분배의 법칙'처럼 경제의 기본 원리이자, 경제학에 있던 유효 수단을 자본주의의 사적 소유권을 사수하려는 방어기제만 지배했던 오만 시대.
 
신자유주의적 효율성만을 강조한 좁은 의미의 경제학 논리로 또 다시 눈을 가리는 일은 없어야합니다.  
 
 
12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에서 시민들이 열차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규하 정책선임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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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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