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김건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국회 재표결을 앞두고, 국민의힘 방탄막에 균열이 커지고 있습니다. '당원게시판 논란'을 둘러싼 내홍이 나날이 격화하고 있지만, 여권의 출구전략은 사실상 없습니다. 다만 '김건희 방탄막'이 무너질 정도의 여권 균열이 일어날지는 미지수입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최근 국민의힘 의원들과 오찬에 나서면서 '표 단속'에 들어갔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대표(오른쪽)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반박에 재반박…"당원 눈높이도 못 맞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6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원게시판 논란'에 대해 "없는 분란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문제"라고 했습니다. 당원게시판 관련 입장을 요구하는 것 자체에 '당대표 흔들기' 의도가 깔려 있다고 재차 강조한 겁니다.
그러나 한 대표의 이런 대응 방식은 친윤(친윤석열)계 반발을 오히려 키우는 모양새입니다. 이 논란이 지도부 공개 충돌로까지 번지게 된 근본 원인이 '한 대표 침묵'에 있다는 주장인데요. 전날 김재원 최고위원, 강승규 의원, 장예찬 전 최고위원 등이 총공세를 편 데 이어, 이날엔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의원들까지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당원 눈높이에선 '가족이냐 아니냐'를 알고 싶어 한다. 가족이라면 빨리 사과하고 다음 단계로 가야지, 시간을 끌수록 분열이 일어나고 탄핵을 부르게 된다"고 우려했습니다.
김용태 의원도 KBS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대표께서 일을 키우시는 게 아닌가 싶다"며 "지금이라도 해명할 일이 있으면 해명하고, 사과해야 할 일이 있으면 사과하면 되는 일"이라고 짚었습니다.
반면 친한(친한동훈)계는 친윤계를 겨냥한 반격에 나섰습니다. 특히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대표를 공개 저격한 김민전 최고위원에 비판이 집중됐습니다. "이재명 대표 선고 날까지 재를 뿌려야 했냐"는 겁니다.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전 회의에서 얼마든 점검할 수 있었는데, 왜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회의에서 바로 질렀냐"며 "오는 28일 회의에서 해명을 촉구한다"고 적었습니다.
장동혁 최고위원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계속 공격하는 분들의 의도는 앞으로 잘해보자는 게 아니라, 당대표를 끌어내리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한 대표가 직면한 진짜 문제는 '작성자 신원확인' 말고는 이 사태를 수습할 방법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의도가 무엇이 됐든 간에, 그를 향한 공격은 확산하는 수순인데요. '한 대표 가족이 대통령 부부 비방글을 썼다'는 게 기정사실로 여겨지면서, 한 대표 리더십마저 흔들리는 형국입니다.
특검법 부결돼도…계파갈등은 '계속'
친한계에선 당원게시판 논란이 한 대표를 끌어 내리려는 이른바 '김옥균 프로젝트'라고 보고 있습니다. 친윤계가 이 논란을 적극적으로 키웠다는 데 주목하면서, 그 배후에 용산이 있다고 의심하는 분위기인데요. 여기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1심 무죄 선고로, 그동안 외쳐왔던 단일대오의 명분마저 사라지며 전운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김건희 특검법의 국회 재표결을 앞두고 내분이 격화하자, 추경호 원내대표는 거듭 중재에 나서고 있습니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후 취재진과 만나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부 참석자가 발언을 하는 데 신중해야 했었는데 아쉽다"며 "이런 문제로 당에서 이견이 장기간 노출된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계파갈등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3번째 김건희 특검법이 국회 재표결을 통과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국민의힘 이탈표가 8개 이상 나와서 특검법이 통과되면, 친윤·친한계가 전면전을 벌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현실적으로 양측 모두 국회 본회의 재의결을 앞두고, 숨 고르기 할 가능성 큽니다. 그러나 근본적 갈등 원인이 해소되지 않아, 재표결이 끝나면 다시 맞붙을 가능성이 큽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