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세진 트럼프 '관세 엄포'

'달러 패권' 도전도 협박…멕시코·캐나다 이어 브릭스도 경고
트럼프 2기도 족벌주의 지속…주프랑스 대사 이어 사돈 요직 발탁

입력 : 2024-12-02 오후 3:42:05
[뉴욕=뉴스토마토 김하늬 통신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동맹국이든 비동맹국이든 가리지 않고 '관세 협박' 카드를 들이밀고 있습니다. 우방국인 멕시코와 캐나다에 이어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신흥 경제국 협의체 브릭스(BRICS)를 향해 '100% 관세'를 물릴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요. '관세전쟁'의 포문을 연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 말폭탄 타킷을 전방위로 넓혀 가자 각국은 트럼프 달래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브릭스에 경고…'달러' 도전하면 '100% 관세'
 
(그래픽=뉴스토마토)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자신의 트루스 소셜 계정을 통해 "브릭스 국가들이 달러에서 벗어나려고 하는데 미국은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새로운 자체 통화든, 기존 통화든 브릭스가 달러 패권에 도전하면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미국이라는 수출시장과 작별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는데요. 트럼프 당선인이 지목한 브릭스는 러시아, 중국, 브라질,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비롯해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가입한 연합체입니다. 이번에는 미국 달러화 가치를 건드리지 말라는 경고를 보낸 건데요. 관세 수위는 캐나다 등에 대한 것보다 훨씬 높습니다. 
 
브릭스는 러시아·중국 중심으로 달러 의존도를 낮추려 하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 회의에서는 탈달러에 대해 논의했으며, 회원국 간 자국 통화 사용을 늘리려고 하는데요. 앞서 트럼프 당선자는 달러화 중심 기축통화 체제에 반기를 드는 국가에는 관세로 보복하겠다는 의사를 일찌감치 내비친 바 있습니다. 지난 9월 대선 유세 대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국가에 "100% 관세를 매기겠다"고 한 바 있는데 실제 대선 후 다시 한번 으름장을 내놓은 셈입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와 경제 고문들은 달러화 이외 통화로 양자 무역을 시도하는 국가들을 처벌할 방법을 논의해 왔다"라며 "수출 통제와 환율조작국 지정, 관세 부과 등이 포함된다"라고 전했습니다.
 
'캐나다 25% 부과' 엄포 나흘 만에트뤼도 총리 '직접 설득'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오른쪽).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오후 늦게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 찾아가 트럼프 당선인을 직접 만났다. 사진은 2019년 12월 영국 왓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당선인이 가장 첫 타깃으로 지목했던 캐나다의 경우 관세 부과 계획을 밝힌 지 나흘 만에 대면 설득에 나섰습니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협박했는데 효과가 거의 즉각적이었던 겁니다.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오후 늦게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 찾아가 트럼프 당선인을 만났는데요. 당선인이 관세 부과 계획을 밝힌 25일 당일 전화 통화를 했지만, 이날엔 직접 날아가 관세 철회를 설득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트뤼도 총리는 미국과 캐나다의 동맹관계를 부각하고, 캐나다와 멕시코의 차이를 내세우면서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위협이 자국에 미칠 영향을 최대한 줄이는 데 주력한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30일 "매우 생산적 논의를 했다"며 "마약 단속 협력을 약속받았다"고 밝혔습니다. 트뤼도 총리도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고대한다"고 했는데요. 다만 양측 모두 관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경고 뒤 곧바로 보복관세를 시사했던 클라우디아 세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의 경우 하루 만에 이를 번복하고 미국과 협력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는 트럼프와 전화로 양국 현안을 논의하고 불법 이민 차단에 적극 협력키로 한 겁니다. 
 
유럽은 '협상'…중국 '반격' 카드 만지작
 
유럽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관세 폭탄을 예고한 트럼프 당선인과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모든 수입품에 최대 2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트럼프 당선인에게 보복할 게 아니라 그와 "협상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는 승자가 없는 '치고받기'(tit-for-tat)로 이어질 수 있는 보복 전략보다 더 나은 시나리오"라는 설명인데요. 다만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에 대해 무역전쟁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무역전쟁은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인데요. 그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다'고 공언해온 트럼프 당선인을 겨냥해 "글로벌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면 어떻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냐"라고 반문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발 관세 폭탄' 대응법으로는 "미국으로부터 특정 물품을 사겠다고 제안하고 협상 테이블에 앉아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 알아볼 준비가 되어 있다는 신호를 보낼 것"을 제시했습니다. 반면 중국은 관세폭탄을 예고한 것과 관련해 '반격 카드'로 대응할 것으로 보입니다. 2015년 중국 공산당이 설립한 최초의 싱크탱크인 중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CAITEC) 취 웨이시 부원장은 "무역 전쟁에는 승자가 없다"며 "미국이 관세를 높이면 대응해 반격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의 인선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실형 전과가 있는 사돈을 프랑스 대사에 지명한 데 이어 임기가 남아 있는 연방수사국장도 충성파로 교체하겠다고 나선 건데요. 또 아랍·중동 문제 담당 고문에도 자신의 사돈을 지명했습니다. 그는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의 시아버지인 찰스 쿠슈너를 주 프랑스 미국 대사 후보로 지명한 데 이어, 둘째 딸 티파니 트럼프의 시아버지로 레바논계 미국인인 마사드 불로스를 아랍·중동 문제 선임 고문으로 임명한 겁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주요 공직에 사돈을 앉힌다는 점에서 이 역시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뉴욕=김하늬 통신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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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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