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진정 ‘요원’…석유화학 원가 상승 부담

급격한 환쇼크…수입가 상승부담 짓눌러
생산라인 가동중단, 가동률도 저조한데
업친 데 덮쳐…회생불가 위기 직면한 업계

입력 : 2024-12-09 오후 1:04:20
 
[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고환율에 따른 원재료 수입가 상승에 석유화학업계는 원가부담이 커졌습니다. 보통 제품 수출에서 환율에 따른 원가상승분을 헤징하지만 수출시장의 공급과잉, 경쟁심화로 채산성 악화요인이 더 부각됩니다. 게다가 계엄 사태와 탄핵 표결 불성립에 따른 헌정 불안으로 갑작스럽게 원달러 환율이 1430원도 뚫는 등 기업들이 대처하지 못한 복병을 만났다는 점이 ‘환쇼크’를 키울 것으로 우려됩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NCC(나프타 크래커)업체는 최근 공장 라인의 일부 가동중단, 가동률 70%대로 저하 등 경영난이 지속됩니다.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 공동기업 여천NCC는 분기 적자가 길어진 지 오래됐습니다.
 
계엄 사태는 이들 업체들에 직격탄입니다. 4일 자정 전후 계엄 사태가 터졌고 7일 국회 탄핵 표결이 불성립으로 끝나며 폭등한 환율이 진정되지 않습니다. 한국의 민주주의 체제가 불시 계엄으로 붕괴될 수 있다는 정치적 취약점을 세계에 노출한 탓입니다.
 
지난 주말 "내란혐의를 받는 대통령 탄핵이 헌법 절차를 통해 이뤄져 한국 스스로 자정할 기회가 있었으나, 여당 불참에 따른 불성립으로 무산되면서 국제적 신인도가 더욱 추락하게 됐다"는 해외 당국자와 분석가들의 평가가 나옵니다. 환율이 잡히지 않는 원인도 여기에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따르면 탄핵정국이 길어질수록 환율 폭등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해소하지 못할 국가적 어려움도 부각됩니다. 그 중에 업황도 침체돼 있던 석유화학업계로서는 더욱 궁지에 몰렸습니다. LG화학의 경우 9월30일 1320원이었던 원달러 환율 기준 10% 상승 시 달러부채, 달러자산 등에 따른 손실이 5918억원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었습니다. 12월6일 장마감 기준 1424원으로 대입하면 4663억원 세전손실이 계산됩니다. 이는 영업환경에 미칠 파장을 배제한 수치입니다.
 
영업적으로는 원가상승에 따른 채산성 악화가 불가피합니다. 석유화학업계는 통상 원가가 완만히 오를 때는 제품 가격에 반영해 실적 개선도 이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제품을 팔 수 있는 수출시장이 중국을 중심으로 경색돼 있고 로컬업체와 중동산까지 경쟁이 치열한 형편이라 원가상승분의 가격전가가 힘듭니다. 환율에 민감한 업종 특성에다 계엄 불상사로 급격한 변동세가 닥쳐 대처가 어려운 손실도 무겁습니다. 2022년 하반기부터 실적부진이 시작돼 특히 NCC업체들의 영업적자가 신용위험으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NCC는 나프타를 수입해 환율에 민감하다”며 “국내 정유사로부터 나프타를 공급받는데 정유사도 원유 수입가가 올라가고 나프타 수입가와 연동해 국내 공급가를 올리니 원가가 오를 것은 필연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또다른 관계자는 “효성화학과 SK어드밴스드의 프로판탈수소화설비(PDH)는 가뜩이나 중국 증설로 적자가 심한데 프로판을 수입하는 측면에서 원가 부담이 가중된다”며 “겨울철 난방수요로 가격이 오르던 참에 환율의 급격한 변동이 실적 악화로 연결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은 한국 석유화학업체들의 주요 수요처인 역내 건설경기가 크게 침체돼 있습니다. 여기에 트럼프 2기 출범 후 고율 보편관세가 적용되고 중국도 보복관세에 나서는 등 공급망이 분절되면 중국 내 수입수요도 약해질 수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하이엔드 품목 위주라 환영향이 덜한데 한국은 중국과 범용제품 중심으로 경쟁하고 있어 급격한 환변동에 취약하다”며 “계엄 사태로 인해 허리띠를 졸라매던 업체들의 원가절감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지경”이라고 토로했습니다.
 
한편, 그간 정부는 석유화학업계의 위기 대응을 위한 산업구조조정방안을 논의해왔으나 발표를 앞두고 계엄 사태가 터져 진행 절차가 지연될 것에 대한 업계의 걱정도 커졌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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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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