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대통령 탄핵 가결이라는 국내 정치 리스크에 한숨 돌린 현대차가 트럼프 2기 대응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정부와의 공동 대응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요. 현대차는 내부 조직 규모 확대와 신차 출시 등으로 위기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장재훈 현대차 사장과 송호성 기아 사장 주재로 글로벌 권역본부장 회의를 열고 올해 사업 성과와 내년도 계획을 점검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치적 혼란 지속으로 인한 내수 시장 위축과 경제정책의 불확실성,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연합
특히 대통령 탄핵 여파 등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한국 패싱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요. 트럼프 2기 정부가 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한다면 현대차와 기아의 영업이익이 최대 20%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대통령 탄핵으로 정부가 제대로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2기와 현대차 개별 기업의 협상력이 제한적일 것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최대한 네트워크를 확충하고 적극 활용할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8월 신설된 글로벌 대관 조직(GPO)을 적극 활용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외교관 출신 김일범 부사장이 이끄는 GPO는 올해 초 조직 규모를 확대하고 사업부급으로 격상했습니다. 또한 김일범 부사장뿐 아니라 우정엽 전 외교부 외교전략기획관을 GPO 내 글로벌정책전략실장(전무) 등 외교가 인력을 꾸준히 수혈하고 있습니다.
현대차와 기아가 내년 미국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신차 출시도 앞두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내년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이오닉9과 팰리세이드 등을, 기아는 픽업트럭 타스만, 목적기반모빌리티(PBV) PV5, 전기차 EV4 등을 글로벌 시장에 내놓을 예정입니다.
환율 상승으로 인한 미국 사업이 단기적으로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 상승이 장기적으로 보면 국내 산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하지만 단기적으로 봤을 때는 비싼 값에 자동차를 팔게 되는 것이다. 현대차의 장기적인 대응책 마련에 따라 위기가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