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경제계가 계엄 충격으로 국제 신뢰도 추락이란 치명적 손상을 입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일시에 사회 및 자본이 경색될 수 있는 정치, 경제적 불확실성을 노출한 탓입니다. 이는 금융시장 불안을 야기하면서 최근 불거진 자본시장 엑소더스 현상을 더 부추길 것으로 우려됩니다. 외신들은 이번 사태로 인한 한국 경제의 신뢰도 하락을 엄중하게 진단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에 찾아온 위기로 반사이익이 생길 경쟁국을 점치는 등 우리로선 뼈아픈 잠재적 손상들이 부각됐습니다.
벼랑끝 경제위기, 엎친 데 덮친 격
4일 국내 경제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자본시장에서 해외 자본이탈 위험이 커졌습니다. 외신들은 한국 투자 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계속될 만큼 원화 약세로 인한 유동성 위험이 커질 것 등을 경고했습니다.
이런 여파로 인해 이날 삼성, SK, LG, 현대차 등 주요 기업들은 긴급 회의를 소집하거나 자체적으로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사업적 영향을 분석하고 거래선의 우려 등을 파악하고 나섰습니다. 이와 관련 최근 공급망 위기가 불거진 반도체, 석유화학 산업 등에서 대책을 강구할 민관 협의도 차질이 생겼습니다. 이날 열리기로 했던 산업부와 반도체 업계간 간담회는 취소됐습니다.
미국이 중국 수출통제 대상 품목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포함시킨데 따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대응방안을 논의할 자리였습니다. 조만간 경쟁력 강화 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던 석유화학 산업 분야도 불안감이 팽배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관련 대책 마련이 수개월째 지연돼 왔는데 또다시 불투명하다”며 “업체들은 내일 망해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풍전등화인데 정부 차원의 지원이 늦어질 애타는 상황”이라고 토로했습니다.
계엄령 사태가 벌어진 지난밤에 해외 분석가들은 삼성 반도체의 생산 차질이 생겨 글로벌 경쟁사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음을 조명하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기술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의 전기차 배터리 등의 세계 공급망 변수에 주목한 모습입니다. 이들에게 예상치 못한 정치적 변수가 가해질 수 있는 한국 제도적 취약성에 당혹한 반응도 나왔습니다.
분석가들은 계엄령 사태가 일단락 됐지만 탄핵정국이 시작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 짙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한 분석가는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그동안 많이 하락했는데 외국인은 이번 사태로 선뜻 저가 매수에 나서기도 힘들어졌다”고 짚었습니다.
한국 비상 계엄을 보도한 일본 신문들. 사진=연합뉴스
환율 변동성에 달러부채 비상
수출에도 계엄령 사태의 충격이 번졌습니다. 달러 대비 원화가 1400원을 훌쩍 넘겼습니다. 동시에 엔화 강세가 벌어져 한국 경제가 타격입을 시 일본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도 대외적으로 부각됐습니다. 국내 경제 체력이 약화되면서 삼성전자와 현대차, LG전자, SK하이닉스 등 기업들의 환율에 따른 변동성도 예년보다 부쩍 커진 요즘입니다. 각사는 환율 변동 시 관련 손익 발생 폭이 전보다 더 크게 변할 것이라고 분석, 투자자들에게 사전 경고해왔습니다.
보통 환율급등 시 수출 가격경쟁력이 확대되지만 원자재 수입가가 급등해 채산성이 줄어듭니다.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석유화학업계의 경우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수요 부진 속에 수입 원가가 비싸지면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환경이 더 나빠집니다.
또한 근래 국내 기업의 미국 직접투자가 잦았던 만큼 달러화 부채가 늘어났고, 이로 인해 환율 상승 시 평가손이 발생합니다. 달러화 차입금을 상환하는 부담도 가중됩니다. 원화자산 가치의 하락으로 이들 기업가치에 투자해온 외국인 자본이 이탈할 것도 포괄적인 우려를 삽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치가 국민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IMF 사태로 경험했었다. 1997년 당시 나라 부도가 국민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겼다”며 “갑작스런 계엄으로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줬고 한국의 대외 신뢰도를 손상시켰다. 정치인들이 좀 더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는 그런 정치를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연합회 대표는 “우리 기업 증시는 이미 펀더멘털 대비 극심한 저평가 상태지만 악재가 장기화 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위기는 또한 기회가 될 수도 있기에 잘 극복해서 증시가 바닥을 다지고 주요 국가처럼 우상향하는 정상화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윤태준 주주행동플랫폼 액트 연구소장은 “초유의 사태에 개인투자자들도 크게 동요한다”면서 “개인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로 인한 증시 충격을 걱정하는 경향이 지배적이다. 상법 개정 이슈가 불안정한 정치 상황으로 인해 묻혀버리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가 만연하다”고 전했습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윤이 스스로 하야하는 게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자본 이탈 가능성은 “비교적 빨리 평화적으로 (계엄이) 정리돼 괜찮을 듯하다. 오히려 정치적 불확실성이 줄어들 수도 있다. 극한 대치가 더 이상 없이 탄핵이나 하야로 정리될 듯하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