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국민의힘이 스스로 '내란 수괴' 피의자 윤석열 씨에 대한 '동조 정당'으로 남을 것인지, '보수 궤멸'을 막기위한 '쇄신'에 나설 것인지에 대한 기로에 섰습니다. 다만 신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에 '친윤(친윤석열)계'가 임명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데요. 친윤계 비대위원장이 전면에 선다면 '내란의힘'이라는 비판을 스스로 입증하는 셈입니다.
권성동(앞줄 왼쪽)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용병' 거부감에 '쇄신' 외면
18일 오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 임명을 위해 열린 의원총회와 관련해 "의견이 수렴되지 않아 각 선수별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초선과 재선, 3선, 중진 등 각 의원 모임에서 의견을 수렴해 비대위원장을 각각 추천하기로 했다"며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비대위원장 후보군에는 5선 중진의 권영세·나경원 의원 등이 거론되고, 원외에서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권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임하는 안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윤 씨의 친위 쿠데타 이후 보수 궤멸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도 당 이미지 쇄신을 위한 '새 인물' 영입은 제외된 셈인데요. 당내에 이른바 '용병'(당 외부 인사)에 대한 거부감이 팽배한 영향입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표현대로 윤석열·한동훈이라는 두 용병이 보수의 궤멸을 불러일으켰다는 겁니다. 실제로 나경원 의원은 "우리 당과 아무 인연이 없었던 인물을 그저 이용해 보려는 욕심이 있었던 것 아닌가"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지난 2020년 9월 2일 미래통합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변경한 뒤 총 5번(김종인→주호영→정진석→한동훈→황우여)의 비대위를 거쳐왔습니다. 비대위가 아닌 전당대회를 통한 지도부 선출은 총 3차례 있었는데, 1대 지도부인 이준석 전 대표와 2대 지도부인 김기현 전 대표를 포함해 3대 지도부인 한동훈 전 대표까지 단 한 차례도 2년이라는 임기를 채우지 못했습니다. 이른바 '국민의힘 당대표 잔혹사'로도 불립니다.
비대위는 통상 '혁신형 비대위'와 '관리형 비대위'로 분류됩니다. 혁신형 비대위는 당 체질 개선에 중점을 둔 반면 관리형 비대위는 현상 유지를 통한 안정적 관리에 초점을 맞춥니다.
현재까지 결정된 바는 없지만 조기 대선 준비를 위한 관리형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이 높게 거론됩니다. 또 당 중진 의원들은 이날 중진의원 회의를 열고 권 원내대표의 원톱 체제보다는 '투톱 체제'가 더 안정성있는 방안이라고 판단했습니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헌법재판소 재판관(마은혁·정계선·조한창) 선출에 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박지원 위원장이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을 듣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자리가 텅 비어 있다. (사진=뉴시스)
'내란 옹호' 정당 '꼬리표' 한계
당이 비대위원장에 대한 고심을 이어가는 건 '탄핵 반대'와 '내란 옹호' 정당이라는 꼬리표 때문입니다. 현재 당 주류를 이루고 있는 친윤계가 당을 다시 장악할 경우 '보수 궤멸'을 앞당길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관련해 조경태 의원은 중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탄핵에 만약 반대했다면 국민들이 계엄을 옹호하고 대통령을 옹호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 또는 의심을 충분히 가질 수 있지 않겠냐"며 "그래서 대통령과 우리 당을 분리하는 그런 작업을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해야 된다"고 했습니다.
친윤계는 12·3 비상계엄 당신 추경호 전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당사에 머물며 계엄 해제 결의안 표결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관련해 민주당은 2차 탄핵 소추안에 추 전 원내대표가 계엄 해제 요구 찬성을 막기 위해 당 의원들을 당사에 남도록 종용했다고 적시한 바 있습니다.
이들은 윤 씨에 대한 1차 탄핵 소추안 표결에도 참석하지 않았으며, 2차 탄핵 소추안 표결에서도 '반대'에 표를 던졌습니다. 수사기관이 윤 씨를 '내란 수괴' 피의자로 적시했음에도 '탄핵 반대'를 외치며 사실상 계엄을 옹호한 셈입니다.
친윤계는 내란 옹호를 넘어 윤 씨에 대한 '탄핵 방탄'에까지 나서는 모양새입니다. 권 원내대표는 한덕수 권한대행에게 헌법재판관 임명권이 없다며 국회 몫 3명의 후보자 추천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이는 사실상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한 조치인데요.
권 원내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 전인 지난 2017년 2월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와 현재가 같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모순'에 빠진 셈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