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내년 금리인하 횟수를 4회에서 2회로 줄이겠다고 밝히면서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쳤습니다. 연방준비제도(Fed)는 내년은 물론 2026년의 금리 중간값도 올렸습니다. 그 충격에 간밤 미국 증시에 이어 한국 증시도 크게 하락했는데요. 역전된 한미 간 금리 차이가 더욱 확대될 것이란 우려에 원달러환율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50원을 넘어섰습니다.
원달러 1500원 갈 수도...15년9개월만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보다 1.95% 하락한 2435.92를 기록했습니다. 지수는 장 초반 2.33% 하락으로 출발한 뒤 2440선에서 등락을 보였습니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은 4340억원, 5041억원 팔아치우며 하락을 주도했습니다. 반면 개인은 8005억원 사들였습니다.
18일(현지시간) FOMC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2025년 금리 인하 예상 횟수를 기존 4회에서 2회로 줄였습니다. 내년 금리를 두 번, 0.5%포인트 내릴 것이라고 예고한 것인데요. 지난 9월 점도표에 따르면 4회, 총 1.0%포인트 인하가 예측됐습니다.
특히 이날의 충격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내년 금리 인하 경로는 어떤 시나리오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며 금리 인하를 안 할 수도, 인상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것이 더 키웠습니다. 뉴욕증시 3대지수는 장 마감까지 낙폭을 확대했고, 채권 금리와 달러는 뛰었습니다.
그 영향으로 원달러환율은 개장후 1450원을 돌파하며 장마감시간 기준 1452.10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로써 지난 2022년의 고점이었던 1447원을 넘어섰을 뿐 아니라,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9개월 만에 다시 1450원대를 기록했습니다. 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이란 정국 불안에 이어 연준의 금리 정책 변화의 충격까지 고스란히 반영된 것입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내년 통화정책 불확실성 심화에 안전자산인 달러로의 자금 유입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위험선호의 위축은 불가피하다"면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도세가 커스터디(금융자산 보관) 매수세를 자극하면서 환율 상승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민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환율 상단을 1500원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원달러환율 상승은 우리 경제와 증시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환율이 계속 오를 경우 외국인 자금 유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고려할 때 당분간 달러는 현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초기 수입물가 상승 우려도 있어 국내 주식시장도 이런 분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국내 증시의 경우 하락이 선반영돼 더이상의 하락 우려는 적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나 연구원은 "코스피가 7월부터 (미국과)디커플링이 지속됐고, 내년 하반기 재정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존재해 상대적인 변동성은 낮을 것"이라며 "당분간 제한적인 움직임 속에서 본격적인 상승 기대감은 내년 1분기 말쯤"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연준 매파적 태도, 시장에 충격
연준은 경제전망예측(SEP)을 통해 내년 말 기준금리(중간값)를 기존 9월 전망치(3.4%)보다 0.5%포인트 높은 3.9%로 제시했습니다. 또한 2026년 말 금리 중간값을 2.9%에서 3.4%로 올렸고, 2027년 말은 2.9%에서 3.1%로 상향했습니다. 중장기 금리 전망치가 모두 높아진 것입니다.
이같은 연준의 태도 변화는 물가 상승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인플레이션(핵심 개인소비지출 PCE) 전망은 3개월 전보다 상향 조정됐는데요. 올해 2.3%에서 2.4%로, 내년엔 2.1%에서 2.5%로 올라 그만큼 금리 인하 기대감이 축소됐습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2.0%에서 2.1%로 소폭 올리는 데 그쳤습니다. 이는 경제 성장보다 물가 관리에 무게를 두겠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연준의 금리인하 횟수는 더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이 트럼프 정책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금리 전망에 확정적으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면서 "연준 위원들이 생각하는 물가 불확실성과 위험도 성장률이나 실업률 대비 크게 상향돼 연준의 물가 전망도 향후 추가로 상향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시장 심리가 통화정책에 대한 속도 조절을 다소 과도하게 해석했다며 이미 시장 컨센서스는 내년 한 번의 금리 인하를 선반영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물가 반등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유가도 기저효과로 인해 내년 상반기 전년 대비 보합, 또는 마이너스 반전이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증시는 연준의 속도 조절과 강달러 영향으로 이중고를 겪게 됐습니다. 특히 한미 금리 역전폭이 확대될 경우 외환시장의 불안이 심화되고, 외국인들의 자금 이탈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단 시각이 많습니다.
한국은행이 내년 1월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양국의 금리차 확대를 어떻게 조율할지가 한시장 안정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입니다.
미 연준이 19일 금리인하를 단행했지만, 내년 금리인하 횟수를 2회 줄이면서 증시와 환율이 변동성을 보였다.(사진=연합뉴스)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