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ICT)①통신정책 실종…통신3사는 'AI' 드라이브

제4이통 무산…5G 28㎓ 주파수도 표류
통신비 인하 압박은 지속…"진흥 없고 규제만 있었다"
통신시장 먹거리 발굴 힘들어져…AI로 눈돌리는 통신사들
AI 중심 조직개편 완료…AIDC 첫번째 먹거리

입력 : 2024-12-2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제4이동통신 무산을 겪은 2024년 통신시장은 진흥 정책이 실종된 채 마무리되는 모습입니다. 5G 28㎓ 주파수 정책의 방향성이 오리무중인 가운데 알뜰폰 시장 활성화 방안 발표도 지연되고 있습니다. 가계통신비 경감이란 목적 하에 전환지원금과 같은 규제만 집중됐는데요. SK텔레콤(017670)·KT(030200)·LG유플러스(032640) 등 통신3사는 사업 중심축을 인공지능(AI)으로 이동하며 제2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규제가 가득한 통신사업 대신 신사업에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겠다는 목표입니다. 
 
정부는 '경쟁 미흡'으로 평가되는 국내 통신시장에 제4이동통신 사업자를 선정해 경쟁을 촉진한다는 계획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경쟁을 통해 통신비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목표였습니다. 5G 28㎓ 주파수 할당 대가로 4301억원을 제시한 스테이지엑스가 제4이통 사업자로 선정됐고, 1차 주파수 낙찰금 납부와 필요서류 제출 등이 순차적으로 이뤄졌는데요. 다만 이 과정에서 막대한 설비 투자비용이 필요한 통신산업 특성상 자본력이 도마 위에 올랐고, 결국 정부는 할당 대상 법인 선정 취소를 결정했습니다. 
 
스테이지엑스 로고. (사진=뉴스토마토)
 
제4이통 취소로 5G 28㎓ 주파수 정책의 방향성은 사실상 표류 중입니다. 현 정부 국정과제인 5G 지하철 와이파이 사업도 재개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5G 28㎓ 기반의 10배 빠른 지하철 와이파이 성능개선 시범사업을 진행했지만, 사업을 이어갈 사업자를 찾지 못한 까닭입니다. 알뜰폰 활성화 정책도 재차 지연되고 있습니다. 알뜰폰 도매대가 협상은 2022년을 끝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회 차원에서는 대기업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을 제한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당장 알뜰폰 활성화 정책이 나오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통신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은 없었지만, 통신비 인하를 목표로 한 규제는 이어졌습니다. 번호이동 고객에게 추가 지원금을 지원하도록 한 전환지원금이 대표적입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사, 장비업체, 알뜰폰 등이 투자에 나서며 시장 선순환이 이뤄지도록 정책들이 나와줘야 하는데 통신비에 집중한 규제만 집중됐다"고 평가했습니다. 
 
통신3사 사옥, 왼쪽부터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사진=각사)
 
산업 진흥보다 규제에 초점이 맞춰진 시장 분위기 속에 통신3사는 AI를 사업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글로벌 빅테크, 플랫폼사들의 서비스와 경쟁하겠다는 심산이기도 하지만, 더 이상 통신시장에서 먹거리 발굴이 어렵다는 위기감도 AI로 변화에 촉매제 역할을 했습니다. 
 
SK텔레콤은 이동통신(MNO)사업부, B유선·미디어사업부, 엔터프라이즈사업부, 에이닷사업부, 글로벌 퍼스널 AI 에이전트(GPAA)사업부, AIX사업부, AI 데이터센터(DC)사업부로 재편했습니다. 
 
KT는 AI 분야 융합사업을 담당했던 전략·신사업부문을 엔터프라이즈부문에 흡수하고, 기술혁신부문 산하 KT컨설팅그룹을 전략·사업컨설팅부문으로 확대했습니다. AICT 사업 확대에 필요한 기술컨설팅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LG유플러스는 AI 기반의 상품·서비스를 주도하는 AI에이전트 추진그룹을 신설했습니다. 새 조직에는 AI 기반의 상품과 서비스를 주도하는 조직으로 모바일에이전트와 홈에이전트 트라이브도 신설됐는데요. 고객들이 체감할 수 있는 AI 서비스와 상품을 개발하는 데 역량을 집중시키겠다는 목표입니다. 
 
2024 월드IT쇼 SK텔레콤 부스에 전시된 AI데이터센터. (사진=뉴스토마토)
 
AI 사업에 힘을 싣기 위한 진용 꾸리기를 마무리 한 통신3사는 당장 AI 데이터센터(AIDC)를 먹거리로 정하고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수요 증대에 따른 글로벌 사업자와 국내 대형 고객 수주 확대가 가능하다는 계산입니다. SK텔레콤은 사업부 산하에 있던 AIDC를 별도 사업부로 떼어냈고, 구독형 AI 클라우드 서비스 GPU 클라우드 서비스(GPUaaS) 출시와 판교에 AIDC 테스트베드를 준비 중입니다. KT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으로 AIDC를 확대하겠다는 계획하에 인프라 확대에 나섰습니다. KT와 KT클라우드는 MS에 네트워크,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서비스를 공급할 계획입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5월 신규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건립을 위해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LG디스플레이(034220)의 토지와 건물을 1053억원에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오는 2027년 준공을 목표로 파주 초고집적 AI 데이터센터 설립을 추진 중입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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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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