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AI 시장 핵심 축이 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성장세를 읽지 못한 오판으로
SK하이닉스(000660)에게 주도권을 뺏긴
삼성전자(005930)가, 6세대 HBM인 HBM4 분야에서 설욕을 벼르며 속도를 내는 모양새입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사진=삼성전자)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준공한 평택캠퍼스4(P4)에 장비 반입을 시작하며 팹을 채워나가고 있습니다. P4에서는 HBM4 기반이 되는 10나노급 6세대 D램(1c)이 생산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업계 관계자는 “P4 공사는 최근에 끝나 장비들이 하나둘 반입되고 있고, 들어간 장비는 가동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HBM4는 엔비디아의 차기 고성능·저전력 AI 가속기 ‘루빈’에 탑재될 예정입니다. 삼성전자는 루빈에 탑재될 HBM4에 사활을 거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루빈에는 HBM4 12개가 탑재돼 시장 주류 제품인 엔비디아의 H100에 탑재되는 HBM3 6개와 비교해 칩이 2배인 탓에 수익성도 높습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당초 2026년에 출시할 계획이었던 루빈을 6개월 앞당긴 내년 3분기에 내놓을 예정입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5세대 HBM인 HBM3E에 대한 엔비디아의 품질(퀄)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상황에서 HBM4 공급 지배자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합니다.
AI 반도체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엔비디아가 생산 중인 주력 제품은 H100, H200입니다. H200에는 5세대 HBM3E가 탑재되는데 현재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이 공급하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공급하고 있지 않습니다.
한편, 평택캠퍼스는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의 칩 설계, 생산과 후공정까지 아우를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 기지입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HBM 핵심 공정인 패키징 기술력 확보를 위해 평택에 패키징 라인을 확장키로 하면서, P4에 이어 P5·6 시설 투자를 계획했습니다.
앞서 삼성전자는 HBM은 SK하이닉스에, 파운드리는 대만 TSMC에 대패하면서 반도체 사업 원점 재검토에 들어간 바 있습니다. 2029년 완공 예정이었던 P5·6 시설 투자도 올 3분기에 중단됐습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TSMC 64.9%, 삼성전자 9.3%로 격차는 55.6%포인트로 크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