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삼성전자가 2022년부터 올 3분기까지 개발비 전액을 비용처리했습니다. 회계 투명성을 제고하고 법인세 절감 효과를 노린 것으로 분석되지만, 일각에선 기술 개발 성과를 가늠하기 어려워 미래 수익에 대한 예측성이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반도체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 경쟁에서 뒤처진 형편이라 연구개발 성과지표가 없는 점에 대한 우려가 나옵니다.
23일 삼성전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부터 올 3분기까지 삼성전자가 비용처리한 총 연구개발비는 77조9950억원에 이릅니다. 연구개발비의 경우 기술이 상용화돼 수익성 기대가 있을 경우 자산으로 처리 가능한데, 자산으로 처리한 개발비 규모를 보고 회사의 미래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LG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 등 주요 상장사는 일반적으로 개발비 일부를 자산화해 왔습니다.
2021년 1937억원을 자산으로 계상한 바 있던 삼성전자는, 2022년부터는 모두 비용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반면, 매출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2021년 8.1%에서 2022년 8.2%, 2023년 10.9%, 2024년 3분기 누적 11%씩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개발성과인 개발비자산이 계상되지 않으면서 회사의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수치상으로는 연구개발 성과가 저조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HBM사업에서 승승장구하는 SK하이닉스의 경우, 2021년부터 매년 3000억원 이상 개발비자산을 계상해 꾸준한 증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는 매출 확대로도 연결됐습니다. 인텔 메모리사업부 인수 탓에 부진했던 2023년을 제외하면, 올 3분기 누적 매출(46조원)만으로 작년(32조원)은 물론 2022년(44조원)과 2021년(42조원)의 연간 실적을 뛰어넘었습니다.
현대차의 경우 올 3분기 1조원이 넘는 개발비자산을 쌓았습니다. 삼성전자의 또다른 경쟁사인 LG전자도 3765억원 개발비를 자산화한 게 눈에 띕니다.
물론 국내 자산 1위 삼성전자가 기술력이 떨어져 개발성과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삼성전자가 연구개발비를 전액 비용처리한 것은 회계상 목적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개발비자산은 회사가 자의적으로 부풀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회계 투명성이 제고되는 장점이 있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비용 처리할수록 세법상 손금이 늘어나 법인세를 낮출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실제 개발비를 전액 비용처리한 2022년과 2023년 삼성전자의 회계상 법인세는 마이너스(법인세수익)였습니다. 반도체 업황 부진에 따른 실적 감소와 맞물린 결과입니다. 삼성전자의 법인세가 사실상 마이너스가 되면서 이로 인한 정부의 세수결손액은 더 커진 것도 사실입니다.
기업 재무 담당자는 “개발비를 자산화하면 감가상각을 통해 장기간에 걸쳐 비용을 나눠서 처리한다”며 “반면 비용으로 즉시 처리하면 해당 회계 연도에 전액을 비용으로 인정받아 법인세를 낮출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