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의 수출보험 한도가 10조원 늘었습니다. 방위산업과 중소기업 수출 지원을 위한 증액인데요. 국정 공백 장기화로 방산 수출에 차질이 생기며 수요 예측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는 내년도 무보 수출지원 한도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무보의 무역보험계약 체결 한도가 올해 10조원 늘어났습니다. 지난해 12월10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2025년도 무역보험계약 체결 한도에 대한 동의안'이 원안대로 가결된 결과인데요. 이에 따라 무역보험계약 체결 한도는 지난해 270조원에서 올해 280조원으로 3.7% 늘었습니다.
무역보험은 한국 기업이 대외거래 상대방으로부터 수출대금 등을 회수하지 못할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제도입니다. 특히 이번 증액은 방위산업과 중소기업 수출 지원을 위한 것입니다.
통상 방산 계약은 수출 금액이 많고 정부 간 계약 성격이 강해 수출국에서 정책 금융, 보증보험을 지원하는 것이 국제적 관례인데요. 지난 2022년 폴란드 1차 무기 계약도 한국수출입은행과 무보가 계약액의 80%가량인 100억달러 규모의 대출과 보증을 지원했습니다.
수출보험 지원은 늘었지만 방산 업계의 수요가 이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방산 업계는 정부 간 거래 특성이 있는데요. 윤석열씨 탄핵 정국에 국정 공백이 생겨 방산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정상회담에서 방산 등 협력 방안을 논의했던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 지난달 초 예정된 방한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습니다. 예정된 한국 기업과의 비공개 면담도 무산됐습니다.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도 지난달 4일
한국항공우주(047810)(KAI)의 경남 사천 사업장 방문 일정을 취소했습니다. 자파로프 대통령은 한국형 기동헬기(KUH) 시험비행과 생산 현장을 둘러볼 예정이었습니다.
폴란드 정부의 K2 전차 추가 구입 계약도 미뤄진 상황인데요. 윤석열씨가 폴란드를 방문했던 지난 10월 말까지만 해도 폴란드 정부는 70억달러 규모의 K2전차 2차 이행 계약을 연내 성공적으로 타결하기 위한 동력을 이어간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계약 규모는 미화 70억달러, 한화 약 10조3000억원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방산 수출 실적도 예상과 다르게 낮았습니다. 지난해 K-방산 무기체계의 수출 계약액이 95억달러에 그쳤는데요. 정부 목표였던 200억달러의 절반도 못 미친 수준입니다.
국정 공백이 길어져 방산 수출 약화로 수출보험 수요 예측에 실패한다면 향후 보험 한도 논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심상렬 광운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수요 예측 실패로 당장 다음 해 수출보험 한도가 낮아지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하지만 논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윤석열씨 탄핵 정국에 국정 공백이 생겨 방산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진은 현대로템의 K2 전차.(사진=연합뉴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