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김유정 인턴기자] 민주당 등 야당이 '내란 특검법'(윤석열정부의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에 대한 여당의 '방탄 표결'을 '즉각 재발의'로 맞대응합니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 '속도전'이 중요하다는 입장과 '속도 조절론'이 맞서는 등 방법론에 대한 '혼선'이 표출되는 모양새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김건희 특검 후순위…내란 특검 '총력전'
8일 국회 본회의 재표결 결과 내란 특검법은 찬성 198표, 반대 101표, 기권 1표로 폐기됐습니다. 윤석열씨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이 경호처에 의해 저지되면서 특검 출범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됨에도 여당이 이를 직접 막아선 겁니다.
이에 민주당 등 야당은 9일 내란 특검법 재발의를 통해 설 연휴 이전에 국회 본회의에서 다시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국민의힘이 쌍특검법(내란·김건희 특검법)을 당론으로 부결시키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만큼, 여당과의 협의보다는 '속도전'에 무게를 실은 셈입니다.
이와 관련해 당 지도부는 쌍특검법 중 '김건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은 미뤄둔 채 내란 특검법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김건희 특검법의 경우 여당 정치인이 대거 대상이 되는 만큼 이탈표 발생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쌍특검법 중 내란 특검법만 짚어 국민의힘 의원들의 협조를 촉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 전체를 겨냥하기보다는 지난 4일 새벽 '12·3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에 함께 했던 여당 의원 18명의 이름을 호명하며 이탈표를 유도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윤 씨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찬성한 여당 의원들의 호응을 유도해 '내란 특검법' 연대를 꾸리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도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만약 본회의에서 내란 특검법이 부결된다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범위를 외환죄까지 확대해 재발의할 것"이라며 "설 연휴 전 의결이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이미 폐기된 내란 특검법은 '12·3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행위와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사건을 수사 대상으로 합니다. 그런데 민주당은 2차 내란 특검법에 '외환유치죄' 추가한다는 방침입니다.
민주당은 윤씨가 계엄의 명분을 쌓기 위해 북한의 공격을 유도하려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계엄 사태의 비선 기획자인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수첩에서는 'NLL(북방한계선)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라는 메모가 발견된 바 있습니다.
또 기존의 내란 특검법의 특별검사 추천 과정에는 여당 몫이 빠진 채 민주당과 비교섭단체에서만 각각 1명씩 추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며 '위헌 요소'라고 밝힌 근거이기도 합니다. 이에 민주당은 특검 추천 방식을 제3자 추천 방식으로 변경해 이탈표를 유도하기로 했습니다.
여당은 내란 특검법의 수사 기간이 최대 170일이라는 점도 '야당의 횡포'라는 입장인데요. 이른바 조기 대선 국면에서 내란 특검이 모든 이슈를 짚어 삼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다만 내란 특검법 연장 2회에 한해 각 30일 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민주당은 현행 특검법대로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시스)
"탄핵 심판에 집중" 목소리도…방법론 '이견차'
민주당은 내란 특검법 재발의를 예고했지만,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이는 '탄핵 정국'의 혼선만큼이나 민주당 내부에서도 '방법론'에 대한 이견이 표출되고 있는 영향입니다.
당 지도부는 내란 특검법의 '부결'을 예상하고 '재발의'부터 예고했습니다. 그런데 이를 놓고 당 내부에서는 내란 특검법을 재발의하는 것이 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 권한을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놨습니다.
민주당은 그간 권한대행에게는 거부권 행사 권한이 없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때문에 재발의보다는 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가 정당한 것인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어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집니다. 또 외환 유치죄까지 적용하는 내란 특검법이 되레 여당의 이탈표를 축소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내란 특검법에 무리하게 속도를 내는 것보다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 집중하는 것이 옳은 판단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지난 6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중진 의원들의 간담회 자리에서는 '속도조절론'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수사기관에 대한 대외적 압박도 필요하지만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습니다. 한 의원은 "여당에서 동의할 만한 의원들을 찾아 협상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집니다.
실제로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내란 특검법과 관련해 "현재 특검법은 반대하지만, 위헌성을 제거한 특검법은 언제든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에 내란 특검법 수정안 제출에 대한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한동인 기자·김유정 인턴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