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 윤석열과 순자

입력 : 2025-01-2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오승주 선임기자] 건설업에 종사하는 지인은 결국 눈물을 훔쳤습니다. 2025년 12월3일 밤. ‘비상계엄’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얼어붙었다고 했습니다. 어린 시절, 터울이 있는 큰 형이 갑자기 들이닥친 형사들에게 붙잡혀 가는 모습을 목격한 뒤 트라우마가 남았다고 했습니다.
 
물론 당시는 계엄령 치하는 아니었지만, 전두환 독재정권 시절이었습니다. 아직도 누군가 문을 두드리면 공포감에 사로잡힙니다. 큰 형은 나중에 돌아오긴 했지만, 넋이 나간 상태로 아직도 사람을 겁낸다고 했습니다.
 
한 가정이 쑥대밭이 되는 건 순식간이었습니다. 문제는 가족 모두가 평생 지울수 없는 상처 속에 산다는 것이었습니다.
 
뜬 눈으로 그 날의 밤을 새웠습니다. 비상계엄은 해제되고, 이제 주범들이 법의 심판대에 서거나 서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함은 감출 수 없다고 했습니다.
 
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조사를 마친 윤석열 씨가 1월15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이 깨우친 순자의 성악설
 
윤석열 씨는 ‘국회를 겁주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말합니다. 제대로 계엄을 하려면 그렇게 빨리 국회 요구에 따랐겠냐는 말도 서슴지 않습니다.
 
윤 씨 변호인단은 ‘고작 6시간짜리 계엄’이라고 별 일 아닌 듯한 태도를 보입니다. 별 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내란이니 위헌이니 몰아붙이는 자체가 가소롭다는 모습입니다.
 
별 것도 아니라면 애초에 그럴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게 맞습니다. 1분짜리든 100분짜리든 6시간짜리든. ‘비상계엄’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가 장난으로 치부될 수 있는 걸까요. 의미를 몰랐다고 하는 게 납득되지 않는 국민이 대다수일겁니다. 이제 자신이 살아남으려고 온갖 법률적 지식을 동원해 발버둥치는 모습이 짠하기만 합니다.
 
사실 윤씨가 대통령이 된 것은 ‘차악’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모든 선거는 집권세력이 불리한 것이 당연지사입니다. 세종대왕이 통치해도 불만은 있기 마련입니다.
 
대다수 유권자들은 윤석열이 좋아서 표를 몰아준 것이 아닐겁니다. 당시 집권세력이던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과 당시 대선후보였던 이재명에 대한 경계심이 작용했을 겁니다.
 
게다가 검찰총장 출신이라고 하니, 법과 원칙 하나는 잘 지킬 것이라고 판단도 했겠지요. 기존 정치인이 아닌 새로운 인물에 대한 기대감도 작용했을 겁니다. 국가를 잘 발전시킬 것이라는 희망은 당초부터 없었지만, 그래도 기본은 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말입니다.
 
그런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김소월의 시처럼 ‘기대는 산산이 부서지고, 허공 속을 헤맬 줄’ 말입니다.
 
탄핵 이후 구속영장 집행까지 보여준 모습은 실망을 넘어 허탈합니다. 지지자들에 대한 선동도 서슴지 않고, 부끄러움없는 모습은 누구의 몫일까요.
 
맹자는 성선설을 주창했습니다. 인간의 본성을 근본적으로 선하다고 봤습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4가지 착한 본성을 제시했습니다. 남을 안타깝게 여기는 측은지심, 스스로 부끄러워할 줄 아는 수오지심, 겸손할 줄 아는 사양지심, 시시비비를 가릴 줄 아는 시비지심입니다.
 
그런데 윤석열 씨를 보니, 성선설은 틀린 듯 합니다. 춘추전국시대 성악설을 주장한 순자에게로 마음이 돌아섭니다.
  
오승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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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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