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천정부지'…설 물가 '들썩'

서울 휘발윳값 '1800원'대 유지
고환율·국제유가 상승 원인
유가 상승, 수입·생산자 물가 영향

입력 : 2025-01-23 오후 2:57:00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국내 기름값이 리터(ℓ)당 1800원선을 돌파하며 연일 고공행진 중입니다. 국내 정치 불안과 트럼프발 강달러로 인한 고환율 기조에 최근 국제유가 상승까지 겹쳤기 때문인데요. 유가는 수입·생산자 물가 등에 미치는 영향이 커 설 연휴를 앞두고 귀성객들의 낯빛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습니다. 
 
설 기름값 11년 만에 '최고치' 예상
 
2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오후 기준 전국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1.05원 오른 리터당 1729.93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가격이 가장 높은 서울은 전날보다 0.99원 오른 1805.85로 확인됐습니다. 서울 휘발유 가격이 1800원대로 오른 건 지난 2023년 11월6일(1802.69원) 이후 1년 2개월여 만입니다. 
 
특히 1월 들어 휘발유 가격은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전국 휘발윳값은 이날까지 15주 연속 오르는 중입니다. 설 명절 기준으로 휘발유 가격은 2014년(1월 30일~2월 2일) 1882.8원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기름값 상승은 중국의 경기 부양책과 러시아·이란에 대한 서방 제재 심화 등으로 국제유가가 올랐기 때문으로 분석되는데요. 여기에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달러당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국내 휘발유 판매 가격 상승까지 겹친 탓입니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은 "구정 이후에도 오늘보다 더 올라가는 모습은 나타날 것"이라며 "다만 유가 수요는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공급의 경우 4월 이후부터 석유수출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가 탄력적으로 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직후 관세 위협과 미국 에너지 증산 계획 발표에 국제유가는 나흘째 하락했는데요. 국제유가 변동은 통상 2∼3주가량 차이를 두고 국내 가격에 반영됩니다. 앞서 국제유가가 오른 데다 '강달러' 영향으로 국내 기름값은 구정 이후까지 당분간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설 차례상 비용도 역대 '최고'
 
상승한 기름값은 물가를 자극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기름값 오름세는 수입·생산자 물가 등에 미치는 영향이 커 곧바로 공산품의 가격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요. 민생 부담으로 가중될 우려가 높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2월 기준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3% 오르며 2개월 연속 상승 중입니다. 수입물가지수는 142.14로 전달 대비 2.4% 올랐습니다. 지난해 10월부터 석 달 연속 상승세입니다.
 
특히 이번 명절은 차례상 차림비용이 '역대 최고'에 달할 정도로 장바구니 물가가 극심한 상황인데요.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올해 4인 가족 기준 설 차례상 비용은 전통시장 30만2500원, 대형마트 40만9510원으로 지난해보다 2만원 올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정부는 불공정 유통단속과 함께 성수품 공급 확대 등 장바구니 물가 안정에 집중하기로 했는데요.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제51차 경제관계차관회의 겸 물가관계차관회의 겸 경제금융상황 점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16대 성수품은 역대 최대인 26.5만톤 공급을 목표로 지난 7일부터 20일까지 계획물량의 70% 이상을 공급했고 농축수산물 할인지원도 당초 9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확대하는 등 물가 안정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배추·무는 매일 200톤 1월 일평균 가락시장 반입물량의 35%(무), 66%(배추) 수준 이상을 도매시장에 공급하고 있고, 오는 25일부터 직수입하는 등 할당관세 물량 2만2000톤을 시장에 조속히 공급할 예정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석유관리원, 석유공사와 지난 16일부터 오는 24일까지 약 100여개 고속도로 주유소를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통해 가짜석유 판매 등 불법행위를 단속했는데요. 지난 20일에도 알뜰주유소를 방문해 현장 석유 가격 동향을 점검하고 석유 가격 안정화에 힘써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시장 개입 논란으로 비칠 수 있음에도 정유사들을 불러 모아 가격 인상 자제를 주문하고 있는 겁니다. 
 
이날 산업부는 추가로 연휴 전 정유업계와 석유시장 점검회의를 개최했는데요. 국내외 석유가격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업계에 석유가격 안정화 동참 등을 독려했습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차례상 비용이 상승한 가운데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에서 이용객들이 농산물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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