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헌재심판·형사재판' 동시진행

헌재, 지난해 12월부터 윤석열 탄핵심판 진행
검찰, 26일 윤씨 기소…최대 6개월 '구속 가능'
헌재심판·형사재판, 윤씨 내란죄 입증이 핵심
윤씨, 재판연기, 보석청구 등 재판지연 노릴듯

입력 : 2025-01-30 오후 4:34:48
[뉴스토마토 오승주 선임기자] 헌법재판소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이 동시에 진행됩니다. 사상 초유의 일입니다. 주인공은 윤석열씨입니다. 앞서 윤씨는 지난해 12월1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고, 현재 헌재에서 탄핵심판을 받고 있습니다. 변론기일은 4차까지 진행된 상태입니다. 여기에 더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26일 오후 내란수괴 혐의를 받는 윤씨를 구속기소했습니다.  
 
윤석열씨가 1월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 잠시 눈을 감고 있다. (사진=뉴시스)
 
검찰 특수본은 설 연휴기간인 지난 26일 윤씨를 구속기소했습니다. 애초 검찰은 윤씨의 체포영장 기한을 연장해 추가 조사를 하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부터 사건 기록을 넘겨받았지만, 공수처는 윤씨의 입을 끝내 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에 검찰이 요청한 체포영장 기한 연장을 두 번이나 불허했습니다. 
 
이에 검찰은 윤씨를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검찰은 26일 심우정 검찰총장을 주재로 전국 고·지검장 회의를 개최한 끝에 당일 저녁 윤씨 구속기소를 결정했습니다. 이럴 경우 윤씨의 구속 기간은 2개월 연장됩니다. 재판 진행에 따라서는 최대 6개월까지 윤씨를 구치소에 붙잡아 둘 수도 있습니다.
 
검찰로서는 구속영장 기한 만료로 윤씨를 풀어주고 민심의 후폭풍을 맞느니 기소를 통해 재판에서 '내란죄'에 대한 잘잘못을 가리겠다는 승부수를 띄운 셈입니다. 윤씨에 대한 형사재판 기일은 아직 잡히지 않았습니다.
 
윤씨가 받는 헌재 심판은 5부 능선을 넘어선 상태입니다. 지난 23일 4차 변론기일까지 진행됐습니다. 윤씨는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공수처의 조사도 거부한 것과 달리 헌재의 심판엔 3·4차 변론기일 참석해 직접 내란죄를 부정하는 진술을 펴기도 했습니다. 
 
헌재심판과 형사재판의 동시에 진행되는 건 사상 초유의 일입니다. 탄핵심판과 형사재판 모두 본질은 12·3 비상계엄 선포 행위의 위헌성·위법성을 가리는 겁니다. 어느 한 재판의 진행 상황과 결과는 다른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게 법조계 중론입니다.
 
다만 윤씨 입장에서는 형사재판이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헌재의 탄핵심판은 윤씨가 대통령직에서 파면되는 것에 그치지만, 형사재판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가 인정되면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형법 87조)의 선고 밖에 없습니다. 결국 후임 대통령이 윤씨를 특별사면하지 않는 한 윤씨는 여생을 감방에서 보내야만 합니다.
 
1월25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씨 탄핵 찬성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측 '법기술' 악용해 재판 늦출 수도
 
법조계는 윤씨 측이 법기술을 악용해 내란혐의 부정과 재판을 최대한 늦추는 전략을 쓸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윤씨 측은 헌재 변론과 각종 입장문을 통해 내란죄 성립을 강하게 부정하는 중입니다.  
 
윤씨 변호인단은 지난 28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윤씨를 접견한 후 "윤씨가 '이번 계엄이 왜 내란이냐, 어떻게 내란이 될 수 있느냐'라고 말했다"라고 전했습니다. 헌법 제84조에 따르면 현직 대통령은 내란·외환 이외의 죄로는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습니다. 따라서 윤씨는 형사재판에서 "내란죄가 아니다"라는 주장을 전개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탄핵심판을 중단해 달라고 헌재에 요청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헌재법 제51조에는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 재판부는 심판 절차를 정지할 수 있습니다. 물론 헌재가 윤씨의 요청을 반드시 따를 의무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럴 경우 윤씨 측은 '탄압받고 있다'는 신호를 지지자들에게 보내 여론전에 나설 여지가 충분합니다.
 
윤씨 측은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재판부에 탄핵심판 준비 등을 이유로 기일을 늦춰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보석을 청구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물론 헌재와 서울중앙지법이 윤씨 측의 심판정지와 보석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는 게 법조계 중론입니다.  신속심리를 통해 빠른 탄핵심판 절차를 이어가는 헌재가 윤씨 측 입장을 받아들일 이유가 크게 없고, 보석도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만큼 법원의 허가도 나기는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검찰은 재판에서 내란죄 입증에 집중해야 합니다. 검찰은 내란공범으로 지목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등에 대한 기존 수사를 통해서 마련된 증거를 윤씨에게 적용할 걸로 보입니다. 내란공범을 조사해 윤씨가 내란 우두머리라는 혐의를 입증한다는 방침입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주범이 입을 닫을 경우 가담자가 많으면 이미 관련 인물의 진술이나 증거 등 수사를 통해 모은 자료를 통해 주범의 혐의를 입증하는 방법도 있다"며 "검찰로서는 내란죄 입증이라는 외통수이기 때문에 기소한 이상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승주 선임기자 seoultubb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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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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