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과도한 이자장사…손놓은 금융당국

대출금리 시중은행보다 높아
기준금리 인하에도 역행

입력 : 2025-02-0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금융권 메기' 역할을 하겠다며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인뱅)이 기존 은행권보다 '이자장사' 행태가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출금리는 시중은행을 뛰어 넘고 저축성 수신금리는 더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카카오뱅크(323410) 등 인뱅의 예대금리차는 시중은행의 최대 2배에 달합니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은 손을 놓고 있습니다. 
 
시중은행보다 높은 마통 금리
 
31일 은행연합회 비교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취급한 카카오뱅크의 마이너스통장(마통) 평균 금리는 연 7.22%입니다. 시중은행들의 마통 금리는 △우리은행 5.67% △NH농협은행 5.42% △신한은행 5.35% △하나은행 4.90% △KB국민은행 4.75% 입니다. 같은 인뱅인 토스뱅크는 6.62%, 케이뱅크는 6.50%로 카카오뱅크보다 낮지만, 시중은행보다 높습니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월부터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했지만 카카오뱅크 마통 금리는 오히려 올랐습니다. 지난 10월 취급한 대출 기준으로 카카오뱅크의 마통 평균금리는 6.58%입니다. 그간 기준금리가 0.5%포인트 내려갔지만 카카오뱅크의 마통금리는 0.64%포인트 올랐습니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4대 은행이 같은 기간 마통 금리를 인하한 것과는 정반대 행보입니다.
 
인뱅의 신용대출 금리도 시중은행과 비슷하거나 되려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은행별 신용대출 평균금리를 보면 △신한은행 연 6.30% △우리은행 연 5.90% △하나은행 연 5.07% △KB국민은행 연 5.04%입니다. 반면 인뱅은 △토스뱅크 연 6.18 △케이뱅크 연 5.76% △카카오뱅크 5.54%로 시중은행보다 높았습니다.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권에 대출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데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대출 금리가 크게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작년에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했음에도 가산금리 인하 속도나 폭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은행들이 새해 기준금리가 떨어진 부분을 반영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16일 금융 상황 점검 회의에서 "가계·기업이 두 차례 금리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대출 금리 전달 경로와 가산금리 추이를 면밀히 점검하라"고 지시한 바 있습니다.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의 마이너스통장 금리가 시중은행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성남시 카카오뱅크 판교오피스 모습. (사진=뉴시스)
 
·저신용 대출 때문이라고? 
 
카카오뱅크는 중·저신용자 등 금융 취약계층에게 대출을 제공하기 위해 대출금리가 높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고신용자에 비해 이자가 높은 중·저신용자 중심으로 대출을 취급하다 보니 평균 금리가 높게 나왔다는 것입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하다 보니 평균 금리가 올라간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며 "마통 평균 신용점수를 보면 800점대로 950점이 넘는 시중은행보다 낮은데, 이는 카카오뱅크가 기존 은행들 대비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자금공급을 충실히 한 것으로 봐달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보다 마통 금리가 낮은 케이뱅크와 토스뱅크의 평균 신용점수는 각각 642점, 817점인데요. 카카오뱅크보다 현저히 낮거나 비슷한 수준입니다.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렸다고 대출금리가 높다는 카카오뱅크의 해명을 납득하기 힘든 이유입니다.
 
인뱅은 시중은행의 타성과 관행을 깨고 새바람을 일으키는 '메기' 역할을 강조하며 설립됐습니다. 금융서비스 혁신과 더불어 영업점이 없는 대신 그 비용은 소비자 혜택으로 돌리고, 기존 금융사가 꺼리는 금융소외계층을 포용하라는 것이 출범 취지입니다.
 
인뱅은 구조적으로 시중은행보다 비용측면에서 유리한데요. 온라인으로 운영되는 만큼 막대한 오프라인 점포 운영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원가구조에서 인뱅이 유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낮은 고정비용을 바탕으로 가계대출에 주력하면서 손쉽게 이자장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옵니다. 
 
실제로 인뱅은 시중은행보다도 예대금리차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11월 기준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인뱅 3사의 평균 가계예대금리차(정책서민금융 제외)는 1.97%포인트입니다. 토스뱅크가 2.48%포인트로 가장 높았으며,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각각 2.04%포인트, 1.40%포인트에 달했습니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평균 가계예대금리차는 1.14%포인트에 그쳤습니다. 
 
예대금리차는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를 의미하는데, 이 차이가 클수록 '이자장사'를 일삼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제 4인뱅 인가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인뱅을 중심으로 한 이자장사 논란은 정책 당국으로서도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뾰족한 대책은 없어 보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내외 시장 환경을 고려해 금융사 내부적으로 대출금리를 조정하는 것에 대해 일괄적 또는 개별적으로 개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기준금리가 떨어진 부분에 대해 은행들이 이제는 반영해야 될 시기"라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김 위원장이 월례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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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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