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까지 확대…트럼프 악수에 미국도 타격

4일 캐나다·멕시코산 25%…중국엔 10% 추가
트럼프 "EU에도 곧 부과"…관세 도미노 '현실화'

입력 : 2025-02-03 오후 3:05:56
[뉴욕=뉴스토마토 김하늬 통신원, 서울=한동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끝내 무역 전쟁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4일(현지시간)부터 캐나다·멕시코에 25%, 중국엔 추가로 10%의 보편적 관세를 각각 부과하기로 최종 결정하면서 '관세 전쟁'의 불을 지폈는데요. 특히 유럽연합(EU)에도 곧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트럼프의 관세 도발이 강대강 대치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이 중국과 캐나다·멕시코 등을 넘어 전 세계로 향하는 모양새입니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에 대한 반발은 자국에서도 커지고 있습니다. 식탁 물가를 비롯해 미국 소비자들의 부담 증가가 가시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요. 미국 언론조차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전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고통이 따르겠지만 '미국의 황금기'를 다시 열기 위해 이를 감내할 가치가 있다"고 일축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부터 우방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사진=AFP 연합뉴스)
 
관용 없는 '트럼프 관세' 폭탄…'보복 조항'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메릴랜드 앤드루스 공군 기지에서 캐나다·멕시코·중국산 다음 '관세 부과 대상'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확실히 유럽연합(EU)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우리는 (EU로부터) 3000억달러의 (무역) 적자를 본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구체적인 시점에 대해선 "타임라인이 있다고 말하지는 않겠다"라면서도 "곧(pretty soon)"이라고 전했습니다. EU가 미국산 자동차와 농산물을 충분히 수입하고 있지 않다는 인식에 따른 겁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일 우방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미국과 멕시코·캐나다는 2020년 7월1일부터 발효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따라 대다수 제품에 무관세를 유지해 왔습니다. 하지만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관세를 부과키로 한 겁니다. 중국산 제품에는 기존 관세의 세율을 추가로 10% 포인트 올리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행정명령은 4일 0시부터 적용됩니다.
 
예외는 원유·천연가스 등 캐나다산 에너지 제품으로, 다른 제품보다 낮은 10% 관세율이 적용됩니다. 미국 <CNN방송>은 "많은 미국인이 연료와 난방을 캐나다 에너지 제품에 의존해 관세는 이들 품목의 비용을 상승시킬 수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이번 행정명령에 따라 관세 부과 대상이 되는 제품의 규모는 약 1조3000억달러(약 1894조원) 이상입니다. 행정명령에는 상대국이 미국의 이번 조치에 맞대응할 경우 관세를 더 올릴 수 있다는 '보복 조항'도 포함돼 있습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사니아와 미국 미시간주 포트 휴런 사이의 블루워터 브리지 국경 교차로 근처 세인트 클레어 강 미국 쪽에 미국과 캐나다 국기가 게양돼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캐나다·멕시코 '보복 조치'…중국·캐나다 'WTO 제소' 
 
상대국들도 즉각 보복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중국과 캐나다는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며 전면전을 예고했는데요. 먼저 캐나다는 야채·가전제품·가구·의류 등 1550억캐나다달러(약 155조원) 상당의 미국산 상품에 25% 보복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우선 300억캐나다달러 규모의 상품은 4일부터, 1250억캐나다달러 규모의 상품에는 3주 뒤 관세를 적용한다는 방침입니다. 또한 WTO에 제소하고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에 따른 구제 조치도 추진키로 했습니다. 
 
중국의 경우 담화를 통해 "미국의 일방적 추가 관세 조치는 WTO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한 뒤 "미국의 잘못된 처사에 대해 중국은 WTO에 제소할 것이고, 상응한 반격 조치를 취해 권익을 굳게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멕시코 대통령 또한 경제부 장관에게 보복 관세와 비관세 조치를 포함한 플랜B 시행을 지시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4년간 GDP 290조원 증발"…미국 경제에도 '부메랑'
 
미국 내에서도 언론과 산업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큽니다. <WSJ>은 "이웃 국가들을 향한 트럼프의 이 같은 경제적 공격에 대한 정당화 논리는 전혀 설득력이 없다"며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무역 전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수단이 아닌 목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미국외교협회는 "유가는 갤런당 50센트까지 오를 수 있고,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의 생산 비용은 대당 최대 3000달러씩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멕시코와 캐나다에 부과하는 25%의 관세가 트럼프 임기 4년간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2000억달러(290조원) 감소를 야기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중국에 대한 10% 관세 부과로 중국의 '보복 관세'가 발생할 경우 4년간 GDP 550억달러(80조원)가 감소할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미국 철강노조는 성명을 내고 "연간 약 1조3000억달러어치 상품이 미국과 캐나다를 오가면서 140만개의 미국 일자리와 230만개의 캐나다 일자리를 떠받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같은 우려에 트럼프 대통령은 반박에 나섰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멕시코·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 결정에 대해 고통이 따르겠지만 '미국의 황금기'를 위해 이를 감내할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우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며 이 모든 것은 지불할 가치가 있을 것으로 그 결과는 눈부실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캐나다에는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야 한다고 또 조롱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막대한 지원이 없다면, 캐나다는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없을 것이다. 가혹하지만 사실"이라며 "그러므로 캐나다는 우리의 소중한 51번째 주가 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뉴욕=김하늬 통신원, 서울=한동인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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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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