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김유정 인턴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연일 '우클릭' 행보를 하고 있습니다. 벌써 3번째입니다. 이번엔 반도체특별법의 핵심 쟁점인 '주 52시간 근로 적용 예외' 문제에 대해 수용 가능성을 시사하며 중도 확장에 힘을 쏟았습니다. 야권의 유력 대권 주자로서 '실용주의' 이미지를 계속 부각하는 모습입니다. 조기 대선을 치를 경우, 정책적 '외연 확장'으로 중도 표심을 확보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실용주의자' 노선 연일 부각
이 대표는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법 적용제외 어떻게'라는 주제로 열린 '정책 디베이트(토론회)' 좌장으로 참여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당내 의견이 갈리고, 노동계와 재계 입장이 큰 차이가 없는데 차이가 있는 것 같아 잘 모르기 때문"이라며 토론회를 개최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 대표는 "(기업에서) 특정 산업의 연구·개발 분야 고소득 전문가들이 동의하면 (주 52시간제를) 예외로 몰아서 일하게 해주자는 게 왜 안 되느냐 하니 할 말이 없더라"고 전했는데요. 특히 그는 "특정 산업의 R&D(연구개발) 분야 고소득 전문가가 동의하면, 집중적으로 일을 해야 할 때 법으로 근로시간 자체를 통째로 막는 건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일리 있다"고 밝혔습니다.
반도체특별법은 반도체 연구·개발 노동자가 노사 서면합의로 주 52시간 상한제를 초과하는 기준을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당 안팎에서는 노동계의 반대에도 조만간 이 대표가 반도체특별법 도입을 적극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합니다.
이 대표는 최근 자신의 대표 정책인 '기본 시리즈'를 재검토하는 한편, 탈이념, 실용주의를 언급하며 '성장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지난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와 가상자산 과세 유예에 동의했던 데서 한 단계 더 '우클릭'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4일 금투세 폐지를 결정했는데요. 2022년 한 차례 유예 결정을 내린 뒤 올해 시행을 앞둔 금투세를 무산시킨 겁니다. 당시 이 대표는 금투세를 폐지해야 할 이유로 한국 증시의 취약성을 꼽았습니다. 그는 "원칙과 가치를 따지면 금투세 개선 후 시행하는 게 맞다"며 "우리도 많은 검토를 했지만 (검토만으로는) 도저히 대한민국 증시가 가진 구조적 취약성을 개선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전했습니다.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 결정에 동의한 부분도 외연 확장의 목적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은 가상자산과세를 예정대로 시행하고, 공제액을 25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하는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결국 '정부안 수용'으로 방향을 틀었는데요. 과세 유예 결정이 가상자산 투자자의 상당수가 청년층이라는 것으로 고려한 셈입니다. 이를 두고 지난해 11월 말 이 대표는 비공개 지도부 회의에서 "가상자산 과세가 시스템적으로 가능하냐"며 회의적 견해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대표가 연일 우클릭 행보에 나선 이유는 자신이 여전히 '탄핵 찬성 민심'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는 탓입니다. 전날 공표된 <세계일보·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1월31~2월1일 조사·신뢰 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무선 전화 인터뷰)에 따르면, 이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과 가상 양자대결에서 각각 47%, 43%의 지지율을 얻어 오차 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탄핵 지지 여론이 61%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 대표가 탄핵 지지층을 여전히 흡수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 대표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과의 경쟁에선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연이은 '확장' 시도…커지는 '딜레마'
현 상황을 타개하고자 이 대표는 연일 '실용주의 이미지'를 띄우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정책 행보 역시 중도에 방점이 찍혀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우클릭 행보가 우려스럽다는 시선도 감지됩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지지층 확장 시도가) 오히려 불확실성을 높여서 믿음이 감소하는 측면이 있다. 일관성 없이 (우클릭 하면) 철학의 빈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국민은 그런 말바꿈이라든가 중도 확장, 실용이라는 게 진정성이 없다고 느낄 수 있다"며 "좌측 깜빡이 켜고서 급 우회전하는 난폭 운전사와 같은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 대표는) 당장 집토끼들이 서운하더라도 일단 이기고 보는 전략을 택한 것"이라며 "마음에 안 들긴 하지만 집토끼들도 중도를 잡는 전략을 이해해 준다"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진정성이 통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는 전술"이라며 "'중도층이 얼마나 진정성 있게 봐줄 것인가' 이건 결국 이 대표에 달려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3일 국회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법 적용제외 어떻게?'라는 주제로 열린 '정책 디베이트'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차철우 기자·김유정 인턴기자 chamat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