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자연사박물관 기후변화체험전이 열린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어린이들이 전시된 지구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서경주 객원기자] 세계 여러 도시에서 쥐 개체수가 급증하는 가운데, 기후 변화와 도시화가 이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최근 미국 리치몬드 대학 생물학과 조너선 리처드슨(Jonathan L. Richardson) 교수가 주도한 연구팀이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온도 상승과 도시화가 쥐 개체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온 상승 외에도 급격한 인구 증가, 도시 건축물 확장, 쓰레기 관리 부재 등이 쥐 개체수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도시 기온이 상승하면서 겨울철에도 쥐들이 더 오랫동안 활동하며 번식이 활발해져 개체수가 급격히 증가합니다. 쥐는 온도 변화에 민감해서 일반적으로는 겨울철에는 활동이 줄지만, 따뜻한 기온에서는 겨울에도 활발하게 움직이며 번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겨울철에도 쥐 개체수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여름과 겨울의 기온 차가 줄어드는 것도 쥐 개체수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뉴욕시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겨울철 쥐 출현 빈도가 높아졌습니다. 연구팀은 겨울철 활동 기간이 늘어나면서 쥐의 번식 기회가 증가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도시화와 인구 증가. 도시 열섬 효과도 한몫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도시화 역시 쥐 개체수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인구가 밀집된 도시는 쥐에게 더 많은 서식지와 먹이 자원을 제공합니다. 음식물 쓰레기가 늘어나면서 쥐들이 쉽게 먹이를 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됩니다. 바르셀로나와 암스테르담에서는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에서 쥐 개체수가 급격히 증가한 사례가 확인됐습니다. 이는 도심의 음식점, 상업시설, 주거지역 증가와 함께 쥐들의 서식지가 확대됐기 때문입니다.
도시화로 인해 발생하는 도시 열섬 효과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건축물과 도로가 열을 흡수하고 방출하면서 도심이 주변 농촌보다 훨씬 더 뜨거워지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쥐들은 더 긴 시간 동안 활동할 수 있습니다.
쥐 개체수가 증가하면 도시 생태계 먹이사슬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쥐는 주로 인간이 버린 음식물을 먹으며 도시 생태계에서 일부 유기물 제거 역할을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다른 동물의 서식지를 침범하거나 포식자들의 먹잇감이 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쥐가 섭취한 독성 물질이 도시 포식 동물에게 축적되어 피해를 주는 문제도 보고됐습니다.
쥐 개체수 관리, 대도시의 필수 과제로 대두
연구팀은 통합 해충 관리(IPM, Integrated Pest Management)의 일환으로 쥐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 쓰레기 관리 개선, 서식지 제거 등의 예방적 조치를 강조했습니다. 특히 쥐들에게 먹이가 되는 음식물 쓰레기를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독극물 사용은 일시적인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며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뉴욕시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대대적인 독극물 살포 캠페인을 펼쳤음에도 쥐 개체수 증가가 지속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도쿄는 높은 위생 기준과 시민 참여로 쥐 개체수 관리에 비교적 좋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도시 당국에 “쥐들이 서식할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하고 장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지속적으로 쥐 개체수를 관리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서울은 이번 연구 대상 도시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서경주 객원기자 kjsuh57@kos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