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끌어내라 지시"…또 드러난 '윤석열 거짓말'

곽종근, '요원' 주장 일축…검찰 공소장도 "총 쏴서라도 끌어내라"
미궁 빠진 계엄 당일 군 철수 지시…윤석열·박안수·곽종근 '제각각'
'내란 공범' 이상민, 또 증언 거부…경찰 조사선 "국무위원 전원 계엄 반대“

입력 : 2025-02-04 오후 6:03:21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2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상민(앞줄 오른쪽) 전 행정안전부 장관 뒤는 김대경 대통령경호처 지원본부장.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이선재 인턴기자]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이 지난해 12·3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씨가 국회의원 체포 지시를 한 것이 맞다고 재차 밝혔습니다. 윤씨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국회의원이 아닌 특전사 요원을 빼내라고 했다는 입장인데, 이에 대해 곽 전 사령관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적극 반박에 나선 겁니다. 이는 윤씨가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 끌어내라"고 지시한 것으로 적시된 검찰의 공소장 내용과도 부합했습니다. 윤씨의 거짓말이 또다시 드러난 셈입니다.
 
곽종근 "윤석열, 비화폰으로 직접 지시"
 
곽 전 사령관은 4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에서 "대통령이 직접 비화폰으로 말했다"며 "'아직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습니다.
 
특히 곽 전 사령관은 "요원을 빼내라고 했던 그때 당시의 시점에서는 그 인원(요원)들이 본관에 들어가 있지도 않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어 추미애 민주당 의원이 '국회의원이나 국회 보좌진 외에 별도의 대상물이 없었다는 것이냐'고 묻자 곽 전 사령관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윤씨로부터 국회에서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은 대상이 의원들이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겁니다.
 
전날 공개된 검찰의 공소장에서도 이와 같은 정황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공소장에 따르면 윤씨가 계엄 당일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전화해 "국회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잡아들여"라고 했고 이진우 당시 수도방위사령관에게는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윤씨와 김 전 장관의 입장은 달랐는데요. 김 전 장관은 지난달 23일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출석해 윤씨 측 법률 대리인이 '곽종근 사령관에게 국회에서 의원을 끌어내라 지시한 게 아니라 요원을 빼내라고 한 것이 맞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검찰의 윤석열씨 공소장. (사진=국회 법사위)
 
"병력 철수 지시 없었다"…윤석열 주장과 '충돌'
 
또 윤씨가 내란 사태 당시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안이 가결된 직후 김 전 장관과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을 불러 병력 철수를 지시했다고 주장한 가운데 이와 배치되는 진술도 나왔습니다. 곽 전 사령관은 "(병력 철수를) 지시받은 바 없다"고 부인했는데요. 국회의 병력 철수는 현장 지휘관들의 판단이었는데, 윤씨 등이 조치를 취한 것으로 가로채고 있다는 취지로도 전했습니다.
 
오히려 곽 전 사령관은 "(12월4일) 1시1분에 비상 계엄령 해제안이 (국회에서) 의결되는 상황을 약 2분 뒤 인식했고 바로 이어 김 전 장관과 비화폰으로 통화했다"며 "김 전 장관이 먼저 '어떻게 하냐'라고 물어봐서 제가 '국회, 선관위, 민주당사 건 세 군데 임무 중지하고 철수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곽 전 사령관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조금만 더 버텼으면 좋았을 걸"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박안수 전 사령관의 진술도 윤씨의 지시 내용과는 다소 달랐습니다.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 시간인 4일 오전 1시 이후 곧바로 철수를 지시했다는 윤씨의 주장과는 다르게, 박 전 사령관은 군 철수 시간에 대해 "(12월4일) 오전 2시50분에서 3시 사이"라고 답했습니다. 계엄 해제 이후 즉각 철수를 지시했다는 윤씨의 설명과 배치되는 겁니다.
 
이 외에도 계엄 해제 이후 김 전 장관이 선관위에 병력 재투입을 요청한 것에 대한 관계자들의 증언이 엇갈렸습니다. 곽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으로부터 선관위에 병력 재투입이 가능한지 문의가 들어왔다고 전했고, 반면 박 전 사령관은 "전혀 기억이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또 곽 전 사령관은 윤씨 측이 내란 사태 당시 군 투입 이유를 '흥분한 군중 때문에 발생할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시민을 보호하라는 말을 들은 바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소방청장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받았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언론사 봉쇄와 단전·단수를 경찰·소방에 지시한 혐의를 받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2차 청문회에서도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또다시 증인 선서를 거부했습니다. 앞서 이 전 장관은 지난달 22일 1차 청문회에서도 증인 선서를 거부한 바 있습니다.
 
이 전 장관은 윤씨가 직접 일부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를 지시한 것과 관련해서도 "증언하지 않겠다"며 답변을 거부했는데요. 전날 공개된 검찰의 윤 대통령 공소장을 보면, 윤씨는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를 소집한 자리에서 집무실에 들어온 당시 이상민 장관에게 "자정에 <경향신문·한겨레·MBC·JTBC>, 여론조사기관 '꽃'을 봉쇄하고 소방청을 통해 단전·단수를 하라"는 내용이 적힌 문건을 보여주며 계엄 선포 이후 조치사항을 지시했습니다.
 
앞서 이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16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에 출석해 비상계엄 선포 직전 윤씨에게 "국무위원 전원이 반대하고 있다"고 말하며 비상계엄 선포를 말렸다고 진술했습니다. 다만 이 전 장관은 계엄 당시 언론사에 단전·단수를 지시한 사실은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허석곤 소방청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12월3일 23시37분경에 이상민 증인과 통화한 바 있다"고 밝혔습니다. 허 청장은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이상민 증인이 경찰이 요청하면 소방청에서 조치하라 말한 바 있나'라고 질문하자 "그렇게 기억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윤씨의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지시 의혹도 주요 관계자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는 겁니다.
 
이밖에 민주당은 대통령실 경호처가 비상계엄 모의 당시 '비선실세'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게 비화폰을 제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노 전 정보사령관은 전역한 민간인이었지만 계엄 선포 전 이른바 '햄버거 회동'을 통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 계획 등 계엄 모의에 적극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내란 국조특위는 이날 출석하지 않은 윤씨와 김 전 장관 등 4명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발부했습니다.
 
박주용 기자·이선재 인턴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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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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