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중앙회 인사 개입 방치한 농협금융 제재 예고

대주주 요구대로 묻지마 지원…당국 권고 수년째 무시

입력 : 2025-02-06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금융감독원이 농협금융지주에 대한 농협중앙회의 비상식적인 경영·인사 개입에 제동을 걸 전망입니다. 농협금융 계열사 대표 인사에서 대주주의 과도한 영향력이 여전할 뿐만 아니라 퍼주기식으로 대주주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 금감원 정기검사에서 드러났는데요. 대주주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를 차단하라는 금감원 권고를 수년째 무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입니다. 
 
정기검사 제재 절차 착수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농협금융·농협은행 등 주요 금융지주·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발표한 가운데 조만간 제재 절차에 착수할 계획입니다.
 
금감원은 지난해 5월 농협금융과 은행에 대한 고강도 검사를 6주간 실시했습니다. 당시 농협은행에서는 대형 배임 사고가 연달아 발생한 바 있는데요. 검사 과정에서 부실한 내부통제와 중앙회의 과도한 경영·인사 관여 정황을 포착한 바 있습니다.
 
제재조치안에는 농협은행의 금융사고와 관련해 내부통제 체제가 제대로 갖춰져 있었는지 문책하는 동시에 농협금융이 중앙회의 부당한 경영·인사 개입을 차단하고 절차적 투명성을 갖추지 못 한 것에 대한 조치도 포함될 것으로 보입니다.
 
박충현 금감원 은행 담당 부원장보는 정기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농협금융 경영 승계 절차나 자회사 CEO 임명 등 투명한 절차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지난해 정기검사에서 시정 조치를 한 것이 있는데, 제재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을 사후 처리하는 과정 중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농협금융은 경영 승계와 자회사 CEO 선임 절차 등에서 인사 절차 시점과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등을 변화 주는 지배구조 규범 개정했습니다. 다만 민간 금융지주사 대비 지배구조 투명성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내부규범 개정안을 보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서는 비상임이사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 권한은 제한했지만, 지주 회장과 자회사 대표이사 추천 권한은 제한하고 있지 않습니다.
 
농협금융 임추위는 농협중앙회 출신의 비상임이사가 포함돼 있습니다. 농협금융은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따로 있지 않고 임추위에서 지주 회장과 자회사 대표이사를 모두 추천하고 결정하고 있는데요. 금융지주 회장은 배제된 채 농협중앙회가 금융계열 인사권에 전방위적으로 관여하고 있습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이 지난달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안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영 개입 갈수록 노골적
 
금감원 권고에 따라 농협금융이 일부 조치를 취했지만 연말 농협금융 인사에서는 농협중앙회장의 보은·코드 인사 논란이 또 다시 불거졌습니다. 농협금융 계열사 9곳 중 농협은행과 농협생명보험, 농협손해보험, NH아문디자산운용, 농협캐피탈, NH저축은행 등 6곳의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된 가운데 CEO 상당수와 농협금융 이사회 의장이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측근으로 채워졌습니다.
 
금감원의 다른 관계자는 "(농협금융의 인사) 절차가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이뤄졌느냐를 지켜보고 있다"며 "그간 인사 과정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었고 엄격하게 말해왔는데 이번에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외에도 금감원은 정기검사에서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의 대주주 우회 지원 등 지배구조 측면에서의 문제점을 직간접적으로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농협금융은 자본비율이 타 금융지주 대비 최저 수준임에도 중장기 자본관리계획 등 고려 없이 매년 대주주에 거액의 배당 등을 지급함으로써 자체 위기대응능력이 약화됐습니다. 
 
금감원은 지난 2022년 정기검사에도 농협은행이 지주의 대주주 특수관계인인 특정 재단에 222억원을 지정기부하는 방식으로 우회 지원한 사실을 확인, 내부통제절차 강화를 지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지주 차원의 통제절차가 여전히 미흡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대주주 우회 지원과 관련해 과거에도 지적했는데 재무위험 등 영향 분석 없이 대주주가 요구하는대로 지원하고 있다"며 "리스크위원회 등 리스크 심의를 거친 다음에 지원하라는 식으로 의견을 전달했고 이번 검사서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검사서에는 각 피검기관의 위반 내용을 비롯해 제재 내용이 함께 들어갑니다. 이후 부서 자체 심의와 제재심의국 심사 조정, 조치 예정 내용 사전통지, 제재심의위원회 심의 등 단계를 거치는데요. 이 과정이 지나면 각 기관의 위반 내용이 정해지는데, 금감원은 이 시기를 이르면 3월로 잡고 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4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금융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 관련 사전 설명 및 브리핑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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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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