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박혜정 인턴기자] 저비용항공사(LCC)에서 사고가 잇따르면서 대형항공사에 비해 LCC의 정비사 인력이 절반 정도에 불과한 현실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형항공사는 동맹사 및 자회사 항공기까지 정비하기 때문에 항공사간 정비사 수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항공정비(MRO) 구조 개선에 대한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김해국제공항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현장에서 합동감식 등 조사 일정을 결정하기 위한 사고기 위험관리평가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5일 항공정보포탈에 따르면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등 LCC 10개사 정비인력(2023년 기준)은 1664명으로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2개사에 비해 42%(3963명) 수준입니다. 운항 편은 대형항공 2개사 7만795편, LCC 10개사 12만269편으로 LCC가 41% 더 많았습니다. 수치로만 보면 LCC는 대형항공사보다 항공편수가 더 많은데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인력을 보유한 겁니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같은 단순 비교로 안전 유무를 판단할 순 없다고 말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스카이팀(글로벌 항공동맹, 9개의 회원사와 2개의 준회원사)에 소속되어 있는 메이저 항공사로서 한국에 들어오는 모든 스카이팀 소속 항공기를 정비하고 아시아나항공은 스타얼라이언스(글로벌 항공동맹, 26개 회원사)에 소속되어 회원사 정비를 지원한다”며 “더불어 대형항공사는 자회사인 진에어와 에어부산의 정비까지도 지원하고 있어 정비인력이 LCC에 비해 많을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실제 이들 자회사는 모회사의 지원을 받기에 정비인력이 타 LCC에 비해서도 적습니다. 국토교통부 2023년 항공안전백서에 따르면 항공기 1대당 정비사 수는 대한항공 18.6명, 아시아나항공 16명, 제주항공 11.2명, 진에어 10명, 에어부산 8.8명, 이스타항공 8.9명, 티웨이항공 11.5명 등이었습니다.
정비 인력의 많고 적음 하나로 판단할 사안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다만, 정비 업무가 몰릴 때 이를 조정하기 위한 차원의 개선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항공기가 600시간, 6만 시간 등 일정 시간 비행하면 점검을 하게 돼 있다”며 “그러다 보니 항공기 점검 일정이 특정 기간에 몰릴 때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대형항공사는 미리 점검을 마치는 등 일정을 분산시킨다”며 “LCC는 그만한 자본과 규모가 되지 않으니 일정이 몰리고 업무 피로도가 쌓이는 구조”라고 했습니다.
결국 규모의 경제가 관건이라는 얘기입니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난립한 상태인 국내 LCC는 정비 부문에서 대형항공사 같이 규모의 경제 효과가 작용하지 않고 있다”며 “해외 LCC인 에어아시아나 사우스웨스트 같이 규모를 키우면 관련 문제가 많이 줄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울러 LCC의 항공 정비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선 인력 양성과 기반시설 확충도 필요합니다. 권보헌 극동대 항공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때 항공 업계가 침체되면서 고숙련된 인원들이 많이 나갔고 인재 양성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인력 양성 및 육성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김규왕 한서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인천공항에 조성 중인 MRO 단지 같은 정비 관련 기반 시설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박혜정 인턴기자 sunrigh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