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시내의 주유소에 주유기가 놓여 있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5.71(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2.2% 올랐다. 품목 성질별로 보면 석유류 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7.3% 상승했다. 채소류(4.4%)와 축산물(3.7%), 개인서비스(3.2%) 가격도 비교적 크게 올랐다.(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김태은 인턴기자]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 만에 다시 2%대로 올라섰습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환율 상승과 국제유가가 크게 오르면서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습니다. 전체 채소류와 전기·가스·수도 가격도 비교적 큰 폭으로 뛰면서 불안한 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로 물가 상방 압력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고환율에 석유류 '껑충'…'금채소'에 체감물가 ↑
통계청이 5일 발표한 '2025년 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5.71(2020=100)로 1년 전보다 2.2% 올랐습니다. 지난해 7월(2.6%) 이후 반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9월부터 4개월 연속 1%대를 기록했지만, 올해 1월 다시 2%대로 들어섰습니다.
전체 물가를 끌어올린 품목은 석유류입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급등한 환율이 국제유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석유류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7.3% 올라 전체 물가를 0.27%포인트 끌어올렸습니다. 지난해 7월(8.4%) 이후 최고 상승률입니다. 통계청은 1년 전 낮은 수준이던 기저효과도 작용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수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1.9% 상승했습니다. 근원물가지수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1년 전보다 2.0% 상승했습니다.
소비자의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이 커서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에 비해 2.5% 상승했습니다. 지난해 7월(3.0%) 이후 가장 많이 올랐습니다. 밥상물가인 신선식품지수는 전월 동월 대비 0.7% 올랐습니다. 특히 신선채소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4.4% 상승해 오름세를 견인했습니다. 채소류는 지난해 9월부터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채소 물가 상승 폭은 지난달 10.7%에서 금월 4.4%로 줄어들었습니다.
농축수산물 가운데 배추(66.8%), 무(79.5%), 당근(76.4%), 김(35.4%) 등의 가격이 크게 상승했습니다. 특히 배추 가격은 2022년 10월(72.5%) 이후 2년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김 가격도 냉해 현상으로 김 생산이 부진했던 1987년 11월(42%) 이후 37년 2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파(-32%), 감(-23.2%), 바나나(-13.8%) 등의 가격은 하락해 상승 폭이 축소됐습니다.
물가 불안 요인에도…정부 "향후 둔화" 낙관
외식 제외 개인서비스 물가는 3.5% 상승하며 전체 물가를 0.68%포인트 올렸습니다. 2023년 12월(3.5%) 이후 13개월 만에 상승률이 가장 높았습니다. 실손보험료 등 보험서비스료가 오른 것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설 명절 특수 등 여행 수요 증가에 따라 해외·국내 단체 여행, 콘도이용료 등도 상승했습니다.
이두원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지난해 11월과 12월 환율 상승이 석유류에 반영된 것"이라며 "가공식품이나 기타 원자재에는 다소 시간을 두고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는 물가 상승 흐름이 지속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불안 품목이 많아 체감물가가 높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2.2%는 물가안정 목표 수준인 2%에 근접한 수준"이라며 "연초 불확실성과 상방압력이 있기는 하지만 향후 전반적으로 둔화 흐름이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낙관적 전망과는 달리 고환율·고유가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본격화하는 등 물가 상방 압력이 있을 것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정치권 안팎에서 논의 중인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역시 물가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정부 관계자는 "환율과 국제유가 상황을 고려할 때 연초 당분간은 물가 상방 압력이 있어 보인다"며 "관세 역시 수입 물가를 상승시키는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박진아 기자·김태은 인턴기자 xxt19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