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당의 이준석·천하람 의원이 지난해 12월14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안건으로 열린 본회의에서 탄핵안 가결 후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차철우 기자] 개혁신당의 이준석·천하람 의원이 1억4000만원 규모의 비교섭단체 지원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특히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에게 정책 연구 보고서가 단 한 건도 제출 안 된 데다, 5000만원 이상의 비용 지출에 대해선 공개 입찰 공지도, 당대표 승인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정치컨설팅 업체인 <민컨설팅>(MIN consulting)에만 총 6000만원이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된 공당의 지원금을 당의 공적 절차 없이 특정 인사들에게 지급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7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개혁신당은 당의 정책지원금 명목으로 9221만원을 지난해 12월 말 연구자 14명에게 지급했습니다. 이어 당의 싱크탱크인 개혁연구원 예산으로 5500만원을 지난달 초 ㈜엠아이컨설팅(민컨설팅 법인명)에 지출했습니다. 당 정책연구 관련 비용으로 총 1억4721만원이 지급된 것인데요. 이를 주도한 인사는 이준석·천하람 의원이었습니다.
민컨설팅에 집중된 '보조금'…당대표 승인도 없었다
특히 민컨설팅에만 총 6000만원이 쓰였는데요. 민컨설팅은 각종 시사 프로그램에서 정치컨설팅 활동으로 유명한 박성민 대표가 대표로 있는 업체입니다. '이준석 개혁연구원 연구원장의 5500만원 사기·횡령·배임 혐의 조사 요청서'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개혁연구원에서 5500만원이 민컨설팅으로 지출됐는데요. 이와 함께 '비교섭단체 정책지원비 지급 의뢰의 건' 자료에선 14명의 연구자에게 배분됐던 정책지원금 9221만원 중 500만원이 민컨설팅에 소속된 조귀동 전략실장에게 지급된 것으로 나옵니다. 조 실장은 '제3당의 제도적 안착 사례와 시사점'이란 연구명의 용역 과제를 수행했습니다.
문제는 개혁연구원에서 민컨설팅에 지급된 5500만원이 공개입찰 공지와 허은아 대표의 승인 없이 지출됐다는 겁니다. 개혁신당 당규에 따르면, 5000만원 이상의 지출 건에 대해선 홈페이지를 통한 공개경쟁 입찰을 거치도록 돼 있지만, 이 규정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예외 규정으로 긴급한 시기에 계약이 필요할 경우 당대표의 승인을 거친 후 계약을 진행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이마저도 따르지 않았습니다.
당시 개혁연구원의 원장은 이준석 의원이었고, 이사장은 허은아 대표였는데요. 당 내부에선 이 의원이 허 대표에 대한 보고와 공개 경쟁 입찰을 거치지 않고 사적으로 예산을 유용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당의 정책지원금 명목으로 쓰인 9221만원의 지급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14명의 연구자와 연구명에 대해선 허 대표에게 보고가 됐지만, 연구 성과물에 대해선 단 한 건의 보고도 이뤄지지 않은 겁니다. 특히 천하람 의원실이 연구 성과물을 취합했지만, 허 대표에 대한 보고는 따로 없었다고 전해집니다. 당 관계자는 "보고된 게 연구자명, 연구명 이게 전부인데 연구물은 하나도 대표에게 보고가 안 됐다"고 했습니다.
정책지원금이 지급된 14명의 연구자들 중에는 각종 방송 활동으로 유명한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있었습니다. 이 평론가에겐 연구비용으로 500만원이 지급됐는데요. 당시 이 평론가가 수행한 연구 용역 과제는 '지하 공간 활용 데이터센터 해외사례 분석'이었습니다. 당 내부에선 이 평론가가 정치학 박사 학위를 가진 정치 분야 전문가인데, 본인의 전문성과 관련이 없는 분야에 대한 용역을 수행한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비교섭 단체 정책 지원금 관련 출입금 내역(왼쪽), 이준석 개혁연구원 연구원장의 5천5백만원 사기·횡령·배임 혐의 조사 요청서. (사진=개혁신당)
선관위에 연구 의혹 조사 요청…"100% 특수관계 의심"
개혁신당 내 인사들은 이준석 의원이 박성민 대표와 이종훈 평론가 등 특정 방송 패널들을 통해 자신의 지지세를 띄우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조용진 최고위원은 "돈을 받은 그 분(방송 패널)은 이후에 언론에 나와서 이준석을 띄운다"며 "100% 특수 관계인 의심 거래라고 볼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특히 14명에 대한 연구 용역 계약 기간은 지난해 10월 말에서 12월 초입니다. 보조금은 12월 말에 지급했는데요. '명태균 게이트' 때 이 의원을 방어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 개혁신당이 선관위에 제출한 '이종훈 정치평론가의 기술분야 연구 의혹 조사 요청서'엔 "이 평론가는 평소에 언론을 통해 이준석 의원에 대한 우호적인 의견을 피력해왔다"며 "자격이 부족한 연구 용역 과제를 수주하고 대신 언론을 통해 우호적인 의견 피력을 요청하는 부당한 거래를 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적시됐습니다.
이 의원에 대한 이 평론가의 우호적 발언도 연구 의혹 조사 요청서에 담았습니다. 지난 3일 <투데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 평론가는 해당 언론과의 통화에서 "지금 판세는 결국 중도층이 핵심적인 키를 쥐고 있다. 이 의원도 중도층에 소구력이 있는 후보"라고 밝혔습니다. 또 "김(문수) 장관을 끝까지 밀 가능성도 있지만 세대교체에 방점을 둬 젊은 후보를 내세우자라고 전략을 구상한다면 이 의원이 낙점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허은아 대표 측에선 이번 문제와 관련해 이준석·천하람 의원을 상대로 정치자금법 위반 문제는 선관위에 조사 요청을, 사기·횡령·배임 혐의는 별도로 공수처·검찰에 별도의 법적 조치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민 세금으로 지급된 정책지원금이라는 점에서 이를 부당하게 사용했다면 처벌이 가능하다는 주장입니다. 이번 의혹과 관련해 <뉴스토마토>는 이준석·천하람 의원에게 사실 관계 확인을 요청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박주용·차철우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