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금융감독원은 2025년 업무계획을 밝히면서 내부통제 미흡에 따른 금융상품 불완전판매나 대형 금융사고, 사익추구 위법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중 조치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지난해 홍콩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불완전판매에 이어 대규모 부당대출이나 횡령·배임 사고가 연달아 발생한 데 따른 대응 방침입니다.
다만 이복현 금감원장 취임 후 매년 업무계획에 포함된 최고경영자(CEO) 경영승계 등 금융사 지배구조 점검은 빠졌습니다. 인사 개입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 원장의 임기가 4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만큼 칼날이 무뎌졌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경영승계·이사회 운영 점검 빠져
금감원은 10일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2025년 업무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업무계획은 △굳건한 금융시스템 확립 △공정한 금융패러다임 구축 △국민과 동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 마련 △책임 있는 혁신기반 조성 △일류 감독서비스를 위한 내적 쇄신 등 5가지 기본 골격으로 잡고 있습니다.
이 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무관용 원칙'으로 금융사고 등을 처리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홍콩ELS 사태에 이어 우리금융·신한금융·기업은행 등에서 대형 금융사고가 연달아 발생하자 금융산업 전반의 질서를 확립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입니다.
그는 특히 "불공정 행위들을 유발하는 단기실적 위주의 경영문화·내부통제 미흡·윤리 의식 부재 등 근본적인 원인을 개선함으로써 국민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금융사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수 소비자 피해가 예상되는 민원은 즉각 조사하고 필요시 현장검사를 실시하겠다"면서 "특정상품 판매량 급증 등 이상징후 포착시 긴급 조사반을 투입해 판매실태를 점검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반면 이 원장 취임 이후 업무계획에서 빠지지 않았던 금융사 지배구조 손질 부부은 대부분 내용 자체가 빠지거나 톤 다운 된 모습입니다. 지난해까지 업무계획에는 CEO승계, 이사회 운영현황의 적정성 점검 등이 포함된 바 있습니다. 지배구조 내부규범·연차보고서 공시 사항 중 해당 사항의 적정성을 점검하겠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크게 개선된 사안이 없음에도 올해 업무 계획에서는 책무구조도 준비현황 점검 및 지원, 도입후 운영실태 점검 등을 실시하겠다고만 밝혔습니다. 이외에 상호금융 대형조합에 지배구조법에 준하는 내부통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보험사 등 비은행의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이 전부입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2025년 업무계획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나금융 회장 연임엔 "아쉽다"
지배구조 개선 관련 업무계획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이 원장은 "규제적인 방법으로 법을 바꾸거나 제도를 만들게 되면 그것으로 끝나버리거나 (바뀐 제도에) 적응한 이후에 과거 행태를 반복하는 것을 많이 경험했다"며 "강제적 방법의 규제 강화만으로 극복되지 않는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사외이사나 이사회 운영과 관련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는 것들을 조만간 금융지주 회장들과 준비 중"이라고 했습니다.
하나금융지주(086790)의 지배구조 내부규범 개정에 대해서도 날이 선 언급은 없었습니다. 임기 중 연령 제한 규정이 바뀐 이후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연임에 성공한 바 있습니다.
이 원장은 이에 대해 "특정 후보군이 눈에 들어오기 전 단계에서 공정한 형태로 후보 선임 프로세스나 후보 요건을 만들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롱리스트 선정 전에 지배구조 규범 변경) 절차를 지킨 것은 맞지만 실효적인 면에서 부족함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임원후보추천위원회나 이사회에서 리더십의 지속성 차원에서 결론 내린 것에 대해서는 금감원이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며 "앞으로 미래지향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하는데 앞으로 여러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금감원이 예시로 소개한 올해 '금융거래 관행 점검항목'을 보면 은행 부문에서는 중도상환수수료 산정체계와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 현황을 점검할 계획입니다. 보험 부문에서는 협상력이 적은 영세기업 대상 기업성보험 불완전판매와 금융투자 부문에서는 고위험 회사채 판매절차 적정성 등을 점거한다는 방침입니다.
이와 관련 이 원장은 지난해 말 신설된 금융소비자보호조사국을 중심으로 금융소비자에 대한 선제적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원장은 "다수 소비자 피해가 예상되는 민원에 대해 즉각적인 조사를 실시하고 필요시 현장검사로 연계하겠다"며 "상품 판매쏠림 등 금융소비자 피해 우려 사안에 대해서는 암행 기동점검을 활용해 신속히 대응하겠다"고 했습니다.
작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공정금융 추진위원회를 지속하겠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공정금융 추진위는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부원장)이 위원장을 맡고 금융소비자보호처 소속 부원장보, 안건별 감독·검사 소관 부원장보와 외부위원 3인 등 총 6인이 위원으로 참여합니다. 지난해 7차례의 위원회를 통해 대출금리·수수료 산정기준을 합리화 등 21개 과제를 발굴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2025년 업무계획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