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부동산 시장 장기 침체로 거래 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이전 거래 가격보다 싼 값에 아파트를 거래하는 '하락 거래' 비중이 늘고 있습니다. 대출 규제 등이 본격화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락 거래 비중이 상승 거래 비중을 넘어서는 모습인데요. 여기에 지난 1월 전국 아파트 거래량도 지난해 최저 거래량을 기록했던 달보다 줄어드는 등 부동산 시장 한파는 그칠 줄 모르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추가적인 금리인하 등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거래량 감소, 하락 거래 증가 등의 현상이 올해 내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서울, 금천·노원 등 하락 거래 많아…경기·인천도 하락거래 ↑
10일 직방이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 아파트 하락 거래 비중이 44.9%로 나타났습니다. 상승·하락 거래 비중은 동일한 아파트 단지의 동일면적이 반복적으로 거래됐을 때 직전 1년 내 월 평균 거래 가격과 차이를 비교한 자료입니다. 상승 거래는 1% 이상 상승, 하락 거래는 1%이상 하락한 거래를 의미합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전국 아파트의 상승·하락 거래 현황을 날짜 별로 살펴보면, 2023년 12월 하락 거래 비중이 47.3%로 상승 거래를 크게 앞지른 후 지난해 상반기 감소 추세를 보이다 7월 38.9%로 저점을 찍은 후 매달 상승하는 모습입니다. 특히 11월을 기점으로 하락 거래(43.75)가 상승 거래(42.6%)를 앞지르며 3달 연속 하락 거래 비중이 더 커졌습니다.
권역별로 살펴보면 서울 전체 하락 거래 비중은 36.9%로 여전히 상승거래 비중이 높지만, 금천구(66.7%), 노원구(55.7%)에서 하락거래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등 자치구 별로 상이한 모습입니다. 직방 관계자는 "구축 중소형 면적 위주로 거래가 이뤄졌지만 거래가격은 종전 가격보다 낮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경기(45.7%)와 인천(45.1%) 아파트도 하락 거래가 우세한 가운데 경기에서는 △성남시 수정구(61.5%) △이천시(61.1%) △ 안산시 상록구(61.0%) △동두천시(60.0%)의 하락 거래 비중이 60%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인천은 중구(52.8%), 남동구(51.6%)의 하락 거래 비중이 절반을 넘었고, 연수구도 49.3%로 절반에 육박하는 거래가 종전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됐습니다.
지방에서는 광역시가 지난해 11월 하락 거래가 44.8%로 상승 거래(42.7%)를 뛰어넘었고, 지난 1월에도 45.6%로 하락 거래가 많았습니다.
시장 한파에 거래 심리 크게 위축…하락 거래 우세 당분간 지속
아파트 거래량도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입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 등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만8719건으로 2만건 미만을 기록했습니다. 대출 규제가 본격화했던 지난해 9월(2만9967건)과 거래 비수기인 12월(2만6689건)을 훨씬 밑도는 수치입니다.
그나마 부동산 시장 거래를 떠받치고 있는 서울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257건으로 집계됐는데요. 지난해 서울 아파트 거래가 가장 많았던 7월(9219건)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에 그칩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사진=송정은 기자)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 같은 거래량 감소, 하락 거래 등 부동산 시장 위축을 나타내는 지표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합니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인구 감소, 수요 감소, 지역 경제 불안 등으로 수요가 제한된 가운데 준공 후 미분양까지 더해져 거래시장의 위축은 지속될 것"이라며 "수도권은 매수 관망세가 짙은 가운데 일부 단지의 거래는 이어지고 있어 국지적인 수요로 상승세가 혼재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하락 거래가 늘었다는 것은 매수 심리 위축, 급매물 증가 등을 의미한다"며 "이런 경우 부동산 시장 가격의 협상력을 매수자가 쥐고 있다고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추가적인 기준 금리 인하 등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하락 거래가 증가하는 등 시장 위축은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