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홍연 기자] 정부가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고 금융권의 대출 조이기도 지속되면서 서울 집값 상승세에 대한 기대감이 한풀 꺾인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3.50%에서 3.25%로 인하하면서 부동산 시장 상승 기대감이 잠시 커졌지만, 대출한도가 줄면서 매물은 쌓이고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의 향후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선행지표들도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부동산 전문가들은 적어도 연말까지는 부동산 시장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매매건수 늘고 거래량은 줄고
29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8만7268가구로 작년 10월 7만7206가구 대비 1만 가구 이상 증가했습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7월 7445건으로 올해 들어 월별 기준 최다를 기록한 이후 8월 6331건, 9월 2893건으로 줄고 있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매매가격 전망지수 역시 하락세입니다. 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10월 서울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전월대비 9포인트(p) 하락한 101을 기록했습니다.매매가격 전망지수는 KB부동산이 전국 6000여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지역의 가격이 상승할 것인지, 하락할 것인지 조사해 0~200 범위로 나타낸 것입니다. 지수가 100을 초과할수록 '상승' 비중이 높고, 100 미만일 경우 '하락' 비중이 높습니다.
서울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지난 5월 102를 기록한후 7월 127, 8월 124를 기록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다 정부의 대출규제 여파로 거래량이 떨어지자 9월에는 110으로 하락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달에는 보합 수준까지 더 떨어진겁니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실 랩장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대출 규제로 인한 자금 마련의 어려움으로 지난 2,3분기처럼 증가하기는 쉽지 않다"며 "그렇다고 부동산 거래시장이 위축됐다고 보기는 어렵기에 시장을 지켜보겠다는 관망세가 더 강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주택가격전망·경매 낙찰률 등 '선행지표' 상승세도 '뚝'
향후 부동산 시장을 전망할 수 있는 각종 선행지표들의 상승세도 꺾이는 모습입니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집값 기대심리 지표도 하락전환했습니다. 한국은행의 10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 CSI는 전월대비 3포인트 하락한 116을 기록했습니다. 9개월 만에 하락세로 바뀐겁니다. 주택가격전망 CSI는 100을 기준으로 100보다 높으면 상승 전망, 낮으면 하락 전망을 의미합니다.
경매 시장 열기도 이전보다 차갑게 식었습니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 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낙찰률(경매 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은 45.6%로, 8월 47.3% 대비 1.7%포인트 떨어졌습니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도 94.3%로, 8월 95.5%에 비해 1.2%포인트 하락했습니다.
경기 광명시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송정은 기자)
전문가들은 적어도 연말까지 부동산 시장의 관망세가 짙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다만 관망세가 길어지는 것이 집값 하락 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피로감이 상당히 누적돼 있고 디딤돌 대출도 수도권은 강화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면서 서울 집값은 보합 정도까지는 끌어내리는 분위기"라며 "다만 전세 매물 총량이 줄지 않고 서울과 경기도 내년 입주량이 많지 않아 가격 하락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 거래량이 줄어도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전 정부때도 매우 잦았던 일"이라며 "내년 초까지 관망세는 이어지겠지만 집값이 크게 내려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송정은·홍연 기자 johnnys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