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여당 정치인들의 '구치소 접견'이 끝났지만, 윤석열씨의 '옥중 여론전'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서부지법 폭동 사태를 옹호한 데 이어, 헌법재판소 습격까지 선동하는 모양새인데요. 헌재에서 탄핵심판이 인용될 경우, 폭력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당·윤 일체'가 완성된 국민의힘은 '헌재 흔들기'에 몰두하며, 보조를 맞추고 있습니다.
서부지법 폭동, 20·30대가 절반…윤 "청년, 주인의식 강해 다행"
윤석열 씨는 10일 "청년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강하게 가지고 있어 다행"이라며 "당이 자유수호 운동을 진정성 있게 뒷받침해 주면, 국민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원조 친윤'(친윤석열계)로 꼽히는 국민의힘 의원 5명(김기현·추경호·이철규·정점식·박성민)은 이날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윤씨 접견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습니다.
김기현 의원은 전날 대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탄핵반대 집회에, 여권 정치인이 대거 참석한 걸 두고 "'많은 국민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에 공감하고 있다'는 뜻을 대통령께 전해드렸다"고도 했습니다.
이날 윤씨 발언은 직접적으로 '청년층'을 언급한 첫 옥중 메시지입니다. 앞서 지난달 서부지법 폭동사태에서,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76명 중 절반가량(34명)이 20·30대였는데요. 이들이 자신의 핵심 지지층으로 떠오르자, 자신을 위해 싸우라며 선동한 셈입니다.
앞서 윤씨는 지난 7일 윤상현·김민전 의원을 만나선 "좌파 카르텔이 강력하다. 우리는 모래알이 돼서는 안 된다"며 당이 본인을 중심으로 결집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곤궁에 처한 국민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이, 자신의 안위만 고려하는 모습입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헌재에 나가보니 '너무 곡해돼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자신의 내란 혐의가 야당의 '내란 프레임'에 의해 왜곡됐다는 취지로 발언했습니다. 이 같은 주장에 따라, 헌재 탄핵심판에서 '인용' 결정이 나게 될 경우 헌재에서도 폭력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은 한층 더 커졌습니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엔 헌재 평면도를 올리거나, '숙청', '척살' 등 극단적 표현을 쓰며 헌재에 대한 난동 행위를 모의한 정황이 포착됐는데요. 앞서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날, 반대 집회에서 5명이 사망한 참사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전 대표(왼쪽)와 추경호 전 원내대표 등이 10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윤석열 씨 면회를 마친 뒤 보도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치인 접견 중단했지만...여론전은 '이제 시작'
국민의힘은 '극우 지지율 결집'에 힘입어 윤씨 대통령 발언을 외부로 전하는 '옥중 정치 메신저' 역할을 해왔습니다. 당 지도부인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윤석열 씨 측이 '재판 준비에 전념한다'는 이유를 들어, 이날을 마지막으로 의원 접견을 중단했지만 그의 영향력 행사는 계속될 전망입니다. 이미 '당·윤 일체'가 공고화해졌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이 연일 '헌재 흔들기'에 전념하고 있는 모습이 단적인 사례입니다. 예비 대선주자들도 윤 대통령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인데요. 윤씨 탄핵에 찬성했던 오세훈 서울시장조차,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미·일 외교, 윤석열 정부가 옳았다"고 썼을 정도입니다.
윤씨는 지난달 17일 체포된 이후, 1달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총 7건의 메시지를 냈습니다. △옥중 편지(1건) △변호인단 통한 메시지(2건) △대통령실 참모·여당 통한 메시지(4건) 등입니다.
그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서신 수·발신 금지 결정을 내리자, 변호인단을 통해 설 인사를 낼 만큼 '옥중 정치'에 진심입니다.
대부분 비상계엄 선포를 합리화하고, 지지자 결집을 유도하는 내용입니다. 앞서 지난달 19일 서부지법 폭동사태에, 윤씨는 "평화적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해 달라"면서도 "억울하고 분노하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며 폭도들을 옹호했습니다.
이어 "사법 절차에서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밝히겠다"며 "시간이 걸려도, 포기하지 않고 잘못된 걸 바로잡겠다"고 했습니다. 본인이 분열, 갈등, 폭력을 조장했다는 본질은 쏙 빠졌습니다.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씨가 옥중 정치를 이어가는 걸 두고 "민주당이 다수당의 위력으로 일방적인 진행을 한 건 분명히 잘못됐으나, 선거를 통해 심판받을 일"이라며 "불법 비상계엄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이어 "보수주의자는 헌정질서와 법치국가의 원리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며 "서부지법 사태와 헌재에 대한 위협은 그러한 점에서 아주 위험하다"고 짚었습니다.
그는 동대구역에서 일어난 탄핵반대 집회와 관련해선 "지도부로선 지지층 결집이 상당한 유혹일 것"이라면서도 "그 방향성이 반보수적·반헌법적이라면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