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프로축구 선수들 머릿속엔 특별한 게 있다

엘리트 축구 선수들 일반인보다 계획 능력, 기억 능력, 인지적 유연성 뛰어나
축구 선수, 빠른 정보 처리 능력과 신속한 의사 결정 능력 필요
앞으로 10년 안에 인지적 특성을 고려한 선수 선발과 경기 운영 가능

입력 : 2025-02-12 오전 9:26:06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에서 활동하는 손흥민 선수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서경주 객원기자] 국제축구연맹은 예선전을 포함한 카타르 월드컵 중계권료로 3조5000억원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32개 종목의 경기가 진행된 파리 올림픽의 전 세계 중계권료와 비슷합니다. 미국의 NBC 방송은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를 북미 지역에서 6년간 중계하는 권리를 3조2000억원에 샀습니다. 단일 종목의 중계권료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이렇듯 공 하나만 있으면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축구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럽, 중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등 거의 모든 대륙에서 인종과 계층에 무관하게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미식축구, 야구, 농구가 우세한 미국에서도 축구의 인기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리오넬 메시가 2023년 인터 마이애미로 이적한 것은 그런 분위기를 상징합니다.
 
축구의 인기는 선수들의 인기로 이어집니다. 메시나 호나우두같이 이미 전설이 된 선수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음바페, 레반도프스키, 주니오르, 벨링엄, 홀란드, 그리고 우리나라의 손흥민 등 스타플레이어들은 엄청난 인기와 부를 누립니다.
 
세계적으로 많은 청소년들이 세계적인 축구 선수가 되기를 꿈꿉니다. 그러나 엘리트 축구 선수가 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고 프리미어 리그, 라 리가, 세리에 A, 분데스리가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리그에 진출하는 선수들은 그중에서도 극히 일부입니다.
 
그런데 축구 선수는 타고나는 것인지 모릅니다. 최근에 발표된 한 연구는 축구 선수는 체력과 운동신경, 그리고 발재간뿐만 아니라 일반인보다 더 높은 수준의 게임에 대한 깊은 이해, 빠른 정보 처리 능력, 그리고 신속한 의사 결정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덴마크 아후스(Aarhus) 대학의 뮤직 인 브레인 센터(Center for Music in the Brain)의 레오나르도 보네티(Leonardo Bonetti) 교수와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임상 뇌과학부의 토르비욘 베스트베리(Torbjörn Vestberg) 박사가 주도한 다학제(multidiciplinary) 연구팀은 브라질과 스웨덴의 상위 팀에서 뛰고 있는 엘리트 축구 선수 204명과, 축구 선수가 아닌 대조군 124명을 대상으로 성격 특성과 인지 능력을 종합적으로 조사했습니다.
 
조사 결과, 엘리트 축구 선수들은 계획 능력과 기억 능력은 물론, 인지적 유연성(cognitive flexibility)을 측정하는 디자인 유창성 테스트(design fluency test)에서 평균을 훨씬 초과하는 높은 점수를 얻었습니다. 디자인 유창성 테스트는 여러 선행 연구에서 축구 선수들의 지능을 측정하는 좋은 지표라는 게 입증된 바 있습니다. 이 테스트에서의 높은 점수를 얻는 것은 전략을 개발하고 주위의 플레이를 분석하는 데 뛰어난 능력을 갖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보네티 교수 연구팀은 이번 연구 논문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몇 단계 앞을 계획할 수 있는 능력은 축구와 같은 복잡한 구기 종목에서 성공적인 행동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인지적 과정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엘리트 축구 선수들은 집행 기능(executive function), 즉 빠르게 변화하는 사건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주는 뇌 영역에서 뛰어난 정보 처리를 조절하는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성격 테스트에서 프로 축구 선수들은 또한 두드러진 자기 규율, 외향성, 경험에 대한 개방성 등의 특성을 보였습니다. 이것은 예상되는 결과였지만, 선수들이 일반인에 비해 덜 사교적이고 덜 협력적으로 나타난 것은 축구가 팀 스포츠라는 점에서 의외였습니다.
 
연구팀은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AI를 사용하여 테스트 점수에서 인지적·성격적 특성을 평가할 수 있는 패턴을 찾았고, 이 시스템은 97%의 정확도로 엘리트 선수와 대조군에 속한 비선수들을 구분했습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임상 신경과학부 프레드라그 페트로빅(Predrag Petrivic) 교수는 “이러한 인지적 측면(cognitive profile)이 향후 10년 안에 프로 축구에서 새로운 선수를 찾고, 팀 내에서 선수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며, 팀과 개인을 코칭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PNAS)에 실렸습니다. 
 
서경주 객원기자 kjsuh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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