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AI 글쓰기, 전문성 높이지만 신뢰성은 위협

AI 글쓰기의 전문성과 신뢰성을 분석한 연구, AI 활용의 양면성 보여줘

입력 : 2025-08-18 오전 9:46:56
직장인들은 AI 의존도가 높은 글은 속도와 형식적 완성도 면에서 인간이 쓴 글을 앞선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뉴스토마토 서경주 객원기자] 최근 〈국제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Business Communication)〉에 발표된 한 연구는 직장 내 AI 글쓰기가 가져올 긍정과 부정의 양면성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AI는 보고서, 이메일, 제안서 등 반복적이고 형식적인 문서를 빠르고 일관성 있게 작성하는 데 탁월하지만, 과도한 활용은 관리자와 직원 간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효율성과 전문성, AI 글쓰기의 강점
 
플로리다 대학교 워링턴 경영대학원의 앤서니 코만(Anthony Coman) 박사와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의 피터 카돈(Peter Cardon) 박사 연구팀은 AI를 사용하는 직장인 1100명을 대상으로 AI의 도움을 받은 정도가 다른 이메일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습니다. 
 
조사 결과, AI는 속도와 형식적 완성도 면에서 인간의 필력을 앞섰습니다. 특히 회의 알림, 업무 보고, 사실 전달과 같은 일상적이고 표준화된 업무 관련 문서는 시간 절약 효과와 높은 완성도 면에서 AI가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또 다국적 기업 환경에서는 문화권별 언어 차이를 빠르게 반영해 표현을 조율하는 능력도 강점으로 꼽혔습니다. 이러한 특성은 곧 전문성과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신뢰성과 진정성은 하락
 
문제는 신뢰와 진정성 평가에서 나타났습니다. 인간이 쓴 글은 문장 완성도 면에서는 AI보다 낮았지만, 진정성과 신뢰성 점수는 월등히 높았습니다. 반면 AI가 작성한 글은 형식적으로는 훌륭했지만, 수신자가 느끼는 ‘인간적인 감각(human touch)’과 ‘진정성’이 부족했습니다. 
 
코만 박사는 “메시지 품질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에도 불구하고, 관리자가 AI 지원을 많이 받을 경우, 신뢰성이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문법·편집과 같은 낮은 수준의 AI 도움은 대체로 받아들여졌지만, 상사가 개인적·동기부여적 성격의 메시지에 AI를 많이 활용하면 성의와 배려, 성실성, 리더십 역량에 대한 불신이 커졌습니다. 
 
‘인식 격차’가 만드는 신뢰의 균열
 
연구에서 드러난 핵심 개념은 ‘인식 격차(perception gap)’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AI 사용에 대해서는 관대하지만, 상사가 동일한 수준으로 AI의 도움을 받으면 훨씬 더 비판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신뢰에 미치는 영향도 뚜렷했습니다. 상사가 AI를 많이 활용했을 때 성의 있다고 평가한 직원은 40~52%에 불과했지만, 낮은 수준의 AI 도움을 받은 메시지에서는 83%가 긍정적으로 답했습니다. 전문성 평가에서도 AI 의존도가 낮은 메시지에 대해서는 95%가 긍정적이었으나, AI 의존도가 높은 메시지에서는 69~73%로 하락했습니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가 “조직 내 구성원들이 AI 작성 콘텐츠를 쉽게 감지하고, 이를 게으름이나 무관심으로 해석하는 경향”을 보여준다고 분석했습니다. 
 
AI는 인간의 대체제가 아니라 도구
 
연구 결론에서 코만 박사는 “AI는 도구이지 대체재가 아닙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즉, AI를 활용하더라도 핵심 메시지와 감정적 뉘앙스는 여전히 인간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비즈니스 협상, 위기 상황 대응, 조직 가치 전달과 같은 민감한 커뮤니케이션은 인간이 직접 작성하거나 최소한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또한 기업은 직원들에게 AI 글쓰기 활용법뿐 아니라, AI가 작성한 초안을 비판적으로 검토·수정하는 능력을 교육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향후 직장에서 신뢰와 전문성을 유지하는 핵심 역량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균형이 답이다
 
이번 연구는 AI 글쓰기를 단순히 “찬성” 또는 “반대”의 문제로 보지 않았습니다.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장점을 살리면서도, 신뢰와 진정성을 해치지 않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입니다. 
 
머지않아 AI와 인간의 협업은 직장 글쓰기의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누가 이야기의 ‘주인’인지, 글 속에 담긴 진정한 목소리가 누구의 것인지를 잊지 않는 것이 앞으로의 직장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논문 DOI: https://doi.org/10.1177/23294884251350599
 
AI의 도움을 받더라도 글의 주체가 누구인지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미지=챗GPT 생성 이미지)
  
서경주 객원기자 kjsuh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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